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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Mar 25. 2024

어항에 담긴 목소리

필립 파레노: VOICES, 보이스 | 리움미술관

지속적으로 공간을 채우는 사운드는 마치 물속에서 이명이 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 "여름없는 한 해"(2024)는 파레노가 전시를 거대한 악기로 가정해 이를 연구하고 악기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박자와 선율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움직이는 조명등"(2024)는 데크에서 볼 수 있는 "막"과 굉장히 유사한 모습을 띄고 있음. 실제로 같은 구성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막"서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임이 발생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음. 어항에서도 여과기와 같은 기계들이 공간을 컨트롤하듯이 "움직이는 조명등"도 이러한 역할을 해주는 듯하다.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 놀이동산 앞에서 부모님께 사달라고 떼쓰던 헬륨 풍선처럼 생긴 이 물고기들은 전시장을 마구잡이로 돌아다닌다. 이런 모습은 마치 어디로 튈지 예측되지 않는 어린이들과 비슷해 보인다. 오늘날 작가의 작품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물고기 풍선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은 우연에 맡겨진 사물과 환경을 구성하는 조건이 인간의 행동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식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식을 탐구한다. 영어에서 어항을 뜻하는 'Fish Bowl'은 관찰의 대상을 지칭하는 은유적 표현이기도 하며, 인간에게 관찰당하는 어항 속 물고기들의 관점을 드러내며 거대한 유리에 둘러싸여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은 거대한 아쿠아리움을 연상시킨다. 관람객을 포함해 전시장에 있는 모든 요소들을 전시라고 생각하는 파레노에게 우리는 이 물고기와 다를 바 없다.

블랙박스에서는 "귀머거리의 집(2021)", "지속적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C.H.Z)(2011)", "마릴린(2012)" 총 3개의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이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마릴린"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 대표적인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존재를 불러온다. 영상 사이에는 굉장히 긴 시간 진행됨으로 혹시 모든 영상을 보고 싶은 사람은 앉아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처럼 블랙박스에서는 다양한 주제와 시대를 다루는 영상 작품들이 상영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인상을 전달한다. 지하층의 공간에서는 이러한 작품들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예술과 문화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선사한다.

2층은 공간의 소리에 따라 관람객뿐만 아니라 작품들도 영향을 받는다. "세상 밖 어디든" 뒤쪽에 위치한 "루미나리에"(2001)는 거대한 하얀 나무처럼 가구형 작품으로 피에르 위그, M/M과 함께 제작했다. 실제로 앉을 수 있는 작품 위에는 작품 한가운데와 연결된 유리 조명들이 있다. 이 조명들은 "엔딩 크레딧"의 음악 빛의 밝기가 변화한다. 또한 이 공간 속 소리와 영상은 일정한 시간과 순서를 가지고 흘러나오도록 되어있다. 이에 관람객들은 순서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움직인다. 작가와 "막"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는 공간의 모든 요소들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의 흐름은 마치 주변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고 '나'에 대해 고뇌하는 청소년기 같은 느낌을 받는다.

거리에 꽃들이 움트며 노란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3월 중순, 미술을 감상하기에 좋은 날씨가 되어가고 있다. 많은 미술관들이 다양한 전시들을 선보이는 요즘, 나는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필립 파레노: 보이스>에 발을 디뎠다.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b.1964)는 'My Room is Another Fish Bowl'이나 'Iceman in Reality Park'와 같이 유머러스하고 공간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는 파레노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30여 년간 만들어진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파레노는 90년대 현대미술 형태의 전환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작가로, 과거 회화 작가나 조각가처럼 작품을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작가의 역할을 거부한다. 그는 라디오, TV, 영화와 같은 미디어에서 사용되는 방법론들을 이용해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전시와 작품과의 역동적 관계를 탐구하고 '시간의 경험'을 제안하였다. 그에게 전시는 공간에서 단순히 작품을 설치해 선보이고 이를 관람객들이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창작 행위이다. 이처럼 파레노는 매체로서의 전시에 관심을 가지고 표현에 대한 접근 방식을 연구한다. 영상, 음향, 조각, 퍼포먼스, 조명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고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실재와 허구 사이의 영역에 대해 고찰하는 작업 해 왔다. 그중에서도 전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재정의하고 탐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시는 그에게 있어 작업의 중심 요소로서 전시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매체이다. 전시장에 있는 작업은 그저 보이는 것이 아닌 전시장에서 만들어진 맥락 속에서 작품으로 완성된다. 파레노는 전시를 이벤트가 펼쳐지는 대본이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전시를 시간의 흐름이나 비언어적인 스토리텔링 방식과 같은 환경을 변화시키고 의미가 만들어질 수 있는 장소로 만든다. 공간성과 시간성이 합쳐진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하도록 만들며 관람객 역시 전시라는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도록 한다

파레노는 지적자산의 공유와 이상적 공동체를 제안하며 비평적 예술 실천에 앞장서온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더글라스 고든(Douglas Gordon),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티노 세갈(Tino Seghal)과 같은 예술가, 세계적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피아니스트 미하일 루디(Mikhail Rudy), 음향 디자이너 니콜라스 베커(Nicolas Becker)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기획하고 작품을 선보여 왔다.

<보이스>는 필립 파레노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작품들을 집대성한 만큼, 자신이 창조해 낸 전시공간에서 끊임없는 목소리로 관객과 소통을 시도하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도록 하는 작가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 야외공간 데크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위해 리움미술관의 대표적인 미술품 중 하나였던 아니쉬 카푸어(Anish Mikhail Kapoor)의 야외 조각 작품 '큰 나무와 눈(Tall Tree and the Eye)'과 '하늘 거울(Sky Mirror)'을 철거해 큰 이목을 끌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필립 파레노의 새로운 탑 '막(膜,  2024)'이 새워져 있다. 이 탑은 자기 제어시스템을 통해 전시의 모든 것을 관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센서를 통해 리움미술관 밖의 날씨와 대기질, 전시장 내에서 사람들의 말하는 목소리와 같은 다양한 자극을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 운율을 활용해 만들어진 새로운 언어 'a A(2024)'를 통해 탑이 가지고 있는 감정으로 표현된다.  작가는 탑은 말하는 것보다 듣고 사색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탑 속에 내재된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자아는 사람이 감정이 가지게 되는 프로세스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사람도 그날 날씨가 어땠는지, 뭘 먹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와 같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따라 그 감정을 달리한다. 요즘 MBTI에서 외향적이고 내향적인 사람을 묘사하듯이 '막'도 그 자신의 성격이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지점은 '막'이 전시장 전체를 관장하고 있기에 전시장 역시 막의 분신아자 자아를 가진 무언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 속 우리는 누군가의 내면의 상태 또는 자아, 마음을 탐험하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 | 여름없는 한 해(2024) | 움직이는 조명등(2024)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처럼 보이는 수많은 요소들이 작품이다. 첫 번째 공간 M2에서는 작가는 관람객들을 거대한 어항 안으로 담가버린다. 연주자 없이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와 이 주변을 둘러싼 세 개의 빛나는 기둥들, 뭉쳐진 눈 더미와 같은 연관되어있지 않은 듯한 그의 작품들은 유리에 부착된 작품과 물고기들을 통해 어항이라는 무대 속에 들어서게 된다.

주황빛으로 물들어진 전시장은 "석양빛 만(灣), 가브리엘 타드의 지저 인간: 미래역사의 단편"(2002)이다. 가브리엘 타드(Gabriel Tard)가 1896년 발간한 공상 과학소설 <지저(地底) 인간(Underground Man)>을 인용한 작품으로 석양빛으로 물든 상태를 시각화하며 당연시한 일상 속 시간과 환경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여기서 나아가 파레노는 종말을 향해 가속화하는 듯한 지구 사회의 현주소를 암시하고자 한다. 천장까지 뻗어진 유리창을 채운 주홍빛 유리는 따스한 햇빛을 어딘가 차갑게 변모시킨다. 


지속적으로 공간을 채우는 사운드는 마치 물속에서 이명이 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 "여름 없는 한 해"(2024)는 파레노가 전시를 거대한 악기로 가정해 이를 연구하고 악기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박자와 선율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또한 유리창 쪽 서로 떨어져 설치된 3개의 "움직이는 조명등"(2024)는 데크에서 볼 수 있는 "막"과 굉장히 유사한 모습을 띄고 있다. 실제로 같은 구성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막"서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임이 발생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어항에서도 여과기와 같은 기계들이 공간을 컨트롤하듯이 이 작품공간을 컨트롤하는 보조적 기계 역할을 하는 듯하다.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 놀이동산 앞에서 부모님께 사달라고 떼쓰던 헬륨 풍선처럼 생긴 이 물고기들은 전시장을 마구잡이로 돌아다닌다. 이런 모습은 마치 어디로 튈지 예측되지 않는 어린이들과 비슷해 보인다. 오늘날 작가의 작품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물고기 풍선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은 우연에 맡겨진 사물과 환경을 구성하는 조건이 인간의 행동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식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식을 탐구한다. 영어에서 어항을 뜻하는 'Fish Bowl'은 관찰의 대상을 지칭하는 은유적 표현이기도 하며, 인간에게 관찰당하는 어항 속 물고기들의 관점을 드러낸다. 거대한 유리에 둘러싸여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은 거대한 아쿠아리움을 연상시킨다. 관람객을 포함해 전시장에 있는 모든 요소들을 전시라고 생각하는 파레노에게 우리는 이 물고기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세상 밖 어디든(2000) | 엔딩 크레딧(1999)

1층이 어항 속에 담긴 유년기라면 2층은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계단을 통해 2층에 도달하자마자 보이는 작품은 "엔딩 크레딧"(1999)이다. 리움에 전시된 작품은 오리지널 영상의 축소된 버전이며, 멀리 보이는 오래된 아파트 앞에 형형색색의 비닐봉지들이 걸린 나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간의 시점은 변하지 않고 비가 내리고 날씨가 개며 잔디가 자라는 등 날씨와 자연의 변화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저소득층 주택단지 에쉬롤(Echirolles)에서 자란 파레노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단지 건칩에 참여했던 행정가, 협업자들의 기억을 모아 영상작품으로 재구성되었다.

이 작품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70-80년대 유행했을 것 같은 록 음악이 영상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작가는 작품 제작을 위해 락밴드 AC/DC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Angus Young)의 이름을 작품 제목으로 가져오기도 했었는데 1973년에 만들어진 이 밴드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특히 파레노의 10대 시절인 70년대부터 80년대는 퀸, 본조비, 건스 앤 로지스 등 록 음악이 큰 인기를 얻었던 시기이다. 이들의 강렬한 비트와 일렉기타의 소리는 그의 어린시절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안쪽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여성 캐릭터가 그려진 수많은 포스터와 3D 애니메이션 영상을 볼 수 있다.

양쪽 벽에 부착된 포스터는 "M/M 월페이퍼 포스터 1.1(안리 컬러: 세상 밖 어디든)"(2000) 그래픽 디자인 듀오 M/M가 제작하였다. 가운데 위치한 애니메이션 작품 "세상 밖 어디든"(2000)은 3D로 만들어진 모습에 여성 모델 다니엘라(Daniella D'Amgrosio)의 목소리가 덧입혀져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가상의 캐릭터이자 누구에게도 속해있지 않은 모호한 존재를 숙고하고 있다. 

이 두 작품들은 모두 "유령이 아닌, 그저 껍데기(1999-2003)"에서 파생된 작품으로 1989년 시로 마사무네(Shirow Masamune)의 일본 사이버 펑크 만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영향을 받았다. 파레노와 그의 오래된 친구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는 일본 만화 회사로부터 만화 캐릭터 ‘안리(AnnLee)’를 구입한 후, 3년 동안 13명의 아티스트를 초대하여 ‘안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도록 하였다. 두 작가는 헙업하는 아티스트는 동일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른 이미지를 제작하며, 각 아티스트가 아이디어에 부여한 형식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며 저작권은 작가가 아닌 사인 자체에 귀속된다는 기존 예술계의 규칙에 반하는 접근 방식을 보여주었다. 또한 여기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가상의 캐릭터로만 존재하는 ‘안리’를 그림, 포스터, 애니메이션, 조각 다양한 작품의 주인공으로 만들면서 캐릭터를 진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2층은 공간의 소리에 따라 관람객뿐만 아니라 작품들도 영향을 받는다. "세상 밖 어디든" 뒤쪽에 위치한 "루미나리에"(2001)는 거대한 하얀 나무처럼 가구형 작품으로 피에르 위그, M/M과 함께 제작했다. 실제로 앉을 수 있는 작품 위에는  작품 한가운데와 연결된 유리 조명들이 있다. 이 조명들은 주변의 소리에 영향을 받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엔딩 크레딧"의 음악에서 나오는 일렉기타 소리에 따라 빛의 밝기가 변화한다. 또한 이 공간 속 소리와 영상은 일정한 시간과 순서를 가지고 흘러나오도록 되어있다. 이에 관람객들은 순서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움직인다. 마치 파레노와 "막"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는 공간의 모든 요소들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의 흐름은 마치 주변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고 '나'에 대해 고뇌하는 청소년기 같은 느낌을 준다.


그라운드 갤러리 전경  | 티노 세갈 라이브 작품

블랙박스에서는 "귀머거리의 집(2021)", "지속적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C.H.Z)(2011)", "마릴린(2012)" 총 3개의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이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마릴린"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 대표적인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존재를 불러온다. 영상 사이에는 인터미션처럼 "최초의 차양"(2016-2024)이 번쩍이고 작품들이 긴 시간 동안 진행됨으로 혹시 모든 영상을 보고 싶은 사람은 앉아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처럼 블랙박스에서는 다양한 주제와 시대를 다루는 영상 작품들이 상영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인상을 전달한다. 지하층의 공간에서는 이러한 작품들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예술과 문화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선사한다.


블랙박스의 아래에 위치한 그라운드 갤러리는 마치 화려한 조명과 떠다니는 풍선들 그리고 움직이는 벽은 마치 하나의 블록버스터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파레노는 '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그것이 그대로 반영된 듯한 공간이었다. 전시장에서 옛 브로드웨이 조명과 같은 작품 "차양"(2019)과 천장을 가득 채운 "말풍선(투명)"(2017) 그리고 "깜빡이는 불빛 56개"(2013)은 어두웠던 블랙박스를 벗어나 빛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안내한다. 여기서는 한 명의 퍼포머가 펼치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데 이는 티노 세갈(Tino Seghal)의 작품이었다. 파레노는 원래 협업을 많이 진행해 왔는데, 이러한 모습은 작가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변주를 품고 끊임없이 혼자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로서의 역할을 거부하려는 태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시 제목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소리'이다. 모든 작품들은 작품들에서 나오는 소리에 따라 그 느낌이 바뀌며, 소리가 나오는 순서에 따라 관람객들은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오는 곳을 쫓아 움직이게 된다. 소리가 모든 작품뿐만 아니라 관람객도 함께 컨트롤하게 되는 것이다. M2 전시관에서는 관람객은 그저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컨트롤되는 전시 공간에 녹아들어 그 일부가 되는 것이라면 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티노의 작품을 통해 변주가 일어난다. 평범한 관람객처럼 보이는 단 한 명의퍼포머가 움직이며 내는 허밍, 노랫소리, 움직임 등 수많은 요소를 통해 "차양"의 빛의 깜빡임에 변화를 주며 작품뿐만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관람객과 작품의 상호작용을 돕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세계관을 응축해서 보여줌과 동시에 작가의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는 연극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전시 공간에서 끊임없이 때로는 거슬리고 자극적으로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빛을 통해 극의 흐름에 따라 전시의 서사를 따라가게 된다. 파레노는 수많은 현실 사건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는지를 그리며, 이 내용을 전시장의 공간에 펼쳐낸다. 그의 작품은 위치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과 함께 우리를 가상의 무대로 안내한다. 무대 위 배우가 된 관람객은 전시장과 상호작용하며 작품의 일부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즐기길 바란다.



전시명: 필립 파레노: 보이스

장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리움미술관

전시 기간: 2024.2.28 - 7.7

관람 시간: 화요일-일요일 10:00-18:00 (매주 월 휴관)

입장료: 18,000원


참고자료: 리움미술관 전시설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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