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김장 일기 2

by 젼샘

"어째... 간이 맞나 먹어봐라~"


"어머니가 보셔야지 저는 먹어봐도 잘 몰라요."


얼굴이 푸석한 며느리는

우거지상을 하고

시키는 것만 하고 있다.

김칫소의 간이 맞는지

배추의 절여짐이 적당한지

아무 상관이 없다는 표정이다.

온갖 좋은 재료를 공수해 오고

일 년 내 정성을 들였는데

나만 애가 탄다.


즈그들 김치는 지들이 알아서 버무리고 있으니 남는 배추를 막내아들과 포장했다.

절인 배추를 지인들에게 나르는 걸 질색하는

남편 때문에 올해는 포장할 것도 없다.

부산에 있는 언니한테나 보내면 그만이다.

언니는 젊은 날에 온갖 고생 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의사 아들이 주는 생활비 받아쓰며 그만하면 편안하게 지내니 마음이 놓인다.

피붙이라곤 언니뿐인데 좋은 재료로 만든 김치를 보내줄 생각을 하니 마음이 흡족하다.


그런데 배추 포장하느라 한 눈 판 사이, 버무려 놓은 김치 속이 다 부러져있었다. 정확히 포기당 필요한 고춧가루의 양을 계산해서 양념을 만들었는데 다 써버린 것이다.


"아니 봐 가면서 해야지 이를 어쩌냐!!!!!"


(둘째 아들)"엄마가 양념 넉넉히 무치라고 했잖아!"


"넉넉허니 묻혀도 봐가면서 해야지!"


(둘째 아들)"엄마! 우리는 그런 거 모르지~ 엄마가 알려주지도 않고 양념 부족하다고 화를 내면 어떻게 해?"


순간 싸늘해졌다.

며느리들은 말이 없다.

작은 아들은 내가 한 마디라도 더 할까 싶어 선수 쳐서 대거리를 했다. 막내아들은 다시 만들려면 뭣이 필요하냐며 얼른 시내로 나가려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다시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 셈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어 부아가 났다.

이제 이 전쟁통 같은 상황의 종료가 코 앞이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점심을 차려 먹고

밭에 가서 쪽파, 무, 대파를 다시 캐오고

주둥이 깨끗이 닦아서 깊숙한 곳에 넣어둔 매실액, 젓갈을 다시 다 끄집어냈다.

그래도 사람이 여럿이니 말로 훈 수 몇 번 두니 금새 양념이 버무려졌다.

사근 사근 군소리 없이 일 잘하는 둘째 며느리가 있고

손 빠른 걸로는 동네 제일가는 큰 며느리가 있으니 안 될 것도 아니었다.

두어시쯤이 되어 싹싹 치우고 헹구고 정리가 끝났다.

이제 좀 앉아서 다과도 나누고 이야기도 나누려는데 큰 며느리는 벌써 차에 가 앉았다.


"지금 가면 차 밀린다~ 앉았다 쉬었다 가거라~"


"저는 차 타야 쉴 수 있어요~ 어머니가 안 쉬시는데 제가 어떻게 쉬어요~갈께요~"


한 자리에 자식들 모아놓고 한 눈에 담는 것이 내게 가장 큰 행복이다.

그래서 생일, 명절같은 명분있는 날에 보태어

김장도 꼭 그렇게 마땅히 하고 싶다.

그런데 일 년을 농사 지어 일 년 먹을 김장을 하는데 한 마디 말로 인심을 잃으니 어찌나 속이 상하는지 모른다.

그래도 속에 담아 둔 것 없이 가겠거니 믿으며

손 흔들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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