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I인 '봄이'와 '겨울이'는 이사를 오고 아주 힘들어했다.
잠자리에만 들어가면 봄이는 예전의 어린이집 친구들과 선생님 이야기를 했다. '겨울이'도 이사하지 말걸 그랬나하고 수십 번도 더 후회를 했다. 내성적인 두 여자들에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아주 아주 힘든 일이었다. 내가 야근을 하는 날이면 '봄이와 겨울이'는 집에 콕 박혀서 둘이서만 지냈다. 간혹 놀이터에 가보지만 어린이집 친구들이 보여도 부끄러워 인사도 하지 못했다. 결국 또 둘이서 술래잡기만 하다 들어왔다.
이사를 하고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춥던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자, 내성적인 두 아가씨들도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봄이'는 이제 매일매일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만 기다린다. '겨울이'도 '봄이' 친구 부모님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더니 놀이터 한구석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흙만 덩그러니 놓여 척박하던 화단에 어느샌가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무성히 자라 화단을 파랗게 수놓고 있다. 겨울이 지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이 지났고 여름이 훌쩍 다가온 것이 느껴진다. 꽁꽁 얼어있던 두 아가씨들의 마음에도 파란 새싹들이 자라고 있다. 새싹이 자라기 위해서는 햇볕도 바람도 잘 들어야겠지만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새삼 더 느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