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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해지고싶다 Apr 16. 2024

30대 외벌이 가장의 일상이야기

뚜벅이는 고달프다

 점심값이 1만 원을 돌파한 지도 어느새 1년이 넘은 것 같다. 이런 고물가 시대에, 이제야 사회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30대들에게는 자기 자신만을 온전히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이런 30대들에게 부양가족이 2명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하게도 싱글일 때와는 아주 다른 삶이 펼쳐진다.


 불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회식은 1차만 가능하다. 각출하기 시작하는 2차의 불참은 선택의 영역이 아닌 필수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저절로 미뤄진다. '그래, 다음에 시간 되면 보자.'라고 얘기하지만 다음이 언제일지 기약은 없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많은 인간관계도 축소된다.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돈 위에 세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돈 이야기만 해서 안타깝지만, 외벌이 가정의 최대 문제점은 '돈'이다. 자녀부양과 함께 나와 아내의 노후준비 등 많은 것들이 한정된 소득 내에서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능력이 있었다면 아무 문제없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내 소득은 대한민국 30대 중위 소득일 뿐이었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격언이 있다. 이 격언이 내 인생에 이렇게 가까이 온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와 아내는 결혼 후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선다. 제한된 소득으로 어떻게 살지, 무엇을 할 건지 그리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버렸고, 더 포기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아쉬웠던 것은 '자동차'다. 시골이 아닌 대도시에 살지만, 요즘 시대에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다. 특히 가정에 아이가 있다면 더더욱 자동차 없는 삶은 상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젖병, 분유, 기저귀, 유아차 등을 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동차 없는 삶을 선택하였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아이와 외출하는 날은 단단히 각오를 한다. 마치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등반가처럼 커다란 배낭을 준비한다. 가까운 곳을 간다면 많지 않겠지만 1박 이상을 한다면 짐은 곱절로 늘어난다. 난 배낭을 짊어매고 아이도 아기띠에 단단히 묶는다. 드디어 출발 준비는 끝났다. 이제 믿을 건 내 두 다리뿐이다. 


 대중교통 시간표를 보고 맞춰 움직임을 서두른다. 여름에는 땀을 훔치고 겨울에는 온몸을 꽁꽁 싸매며,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갈아탄다. 조금 먼 곳으로 간다면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까지 탄다. 종알종알거리는 봄이와 한참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긴 여정의 끝이 보인다. 그렇게 아이와 도착지에 도착한다면 짐을 풀어놓고 잠깐을 신나게 논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다시 집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쉬어버린 파김치가 되어버린다.


 너무나 몸이 고달프기에, 아내는 가끔 푸념 섞인 말로 자동차를 샀으면 어땠을 까라는 말을 남긴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동차를 포기하였기에 (비록 고달프지만) 다른 선택지를 얻을 수 있었다. 무지막지한 대출을 했지만 집도 살 수 있었고, 봄이가 원하는 학원들도 보내줄 수 있다! 


 모든 것을 만족하는 선택이란 없기에 주어진 현실에서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지만, 혹시라도 뚜벅이로 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운동을 하라고 얘기드리고 싶다. 

 


Thank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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