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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by 송나영

여자 잘못 들어오면 집안이 망해. 그 집 며느리는 암환자였다. 전문직을 가진 남편은 암환자인 마누라가 자신의 부모에게 잘하길 바랐다. 부인의 암 진행 상태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다. 자신의 부모에게 자주 찾아가서 효도하기를 바랐다. 자신은 바빠서 가지 못한다. 아니 가지 않는다. 효도는 며느리 몫이다.

암환자인 아내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모는 아픈 딸을 위해 장례를 간소하게 치를 것을 부탁하고 떠났다. 딸은 시아버지 병간호에 지쳤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효도를 관뒀다. 아들은 시부모 봉양을 하지 않는 부인이 미워서 집을 나갔다. 자신의 아버지를 한 주일에 한 번씩 찾아갔다. 결국 시어른을 요양원에 모셨다. 요양원에서 아버님의 상태가 안 좋다고 자식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아들은 점점 요양원에도 발길을 끊었다. 당신은 쓸쓸히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아들은 며느리 도리를 하지 않는 아내가 몹시 미웠다.

아내의 암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루프스도 진행 중이다. 하루하루 병과 씨름하고 산다. 남편은 아내에게 부모의 제사를 원했다. 제사상을 차리는 일은 당연히 아내의 몫이다. 자신은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며 자신의 몫을 다 하기에 당연히 요구할 권리가 있다. 집에서 놀고 있는 아내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아내는 제사상을 차리고 싶지 않았다. 제사를 지낼 생각을 안 하는 아내와 함께 살 이유가 없어졌다. 남편은 며느리로서 도리를 하지 않는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아들 둘은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는다. 아버지는 학교에서 꽤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는 자식이 의사가 되길 바랐다. 소도시에서 나름 공부를 잘한다고 칭찬을 듣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아들을 의사로 키우기 위해서 대치동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우기고 집을 옮겼다. 아들은 대치동에 가서 무서운 현실을 알게 되었다. 선행에 선행을 하는 대치동 수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본인의 뜻과 달리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대치동으로 왔던 아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잘하는 아이들 틈에서 기가 죽었고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성적은 뚝뚝 떨어졌고 아버지의 눈밖에 났다. 공부를 못하는 자식은 무시당했다. 아들을 위해서 대치동으로 이사까지 하고 아낌없이 학원비 지원을 했는데 아들은 자신의 희생을 무참히 짓밟았다. 아들은 재수 끝에 시원찮은 서울 근방의 대학에 턱걸이를 했다. 아들들은 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안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집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갔다.

그 남자의 선배와 동료는 그를 이해했다. 그가 성격이 별나고 모가 나긴 했지만 그의 부인이 며느리 역할을 안 한다는 데 생각을 모았다. 부모 제사를 차리는 당연한 일을 하지 않겠다는 그의 부인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의 아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으며 부인이 그 남자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한다. 그의 선배는 효도를 온전히 아내의 몫으로 여기고 자기는 본가에 가지 않는다. 일이 바빠서 갈 수가 없으며 아내가 투덜대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집안을 챙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자식들을 모두 의대에 보낸 그 선배는 아들들 교육도 모두 혼자서 알아서 척척 한 그의 아내를 믿기에 자신은 일만 한다. 집은 잠깐 잠을 잘 때만 들어간다. 그의 동료는 자기가 홀아비가 아니라서 혼자 본가에 절대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말이면 부인과 함께 본가에 가야 하고 가지 못하면 부인에게 전화라도 드리라고 한다. 그래야 도리를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여행을 가시면 혼자 계신 어머니가 안쓰러워 아내와 함께 시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자고 가기 싫은 아내를 들볶는다. 그들은 25년을 살았고 아직도 주말마다 본가에 가는 일로 실랑이를 벌인다. 그 남자들은 그게 효도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 남자의 집안에 며느리가 잘못 들어와서 망했다는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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