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는 있는데 꿈이 없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하루하루 그냥 끌려가듯 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학교에서 진로를 어떻게 정할 건지,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라고 하는데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아이들이 많다. 뒤집어져도 한참 뒤집어졌다.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빨리 진로를 정하란다. 바뀐 학점이수제는 애들이 아파도 양호실에 갈 수가 없다. 10분 이상 수업을 빠지면 결석으로 처리돼서 아이들은 아프면 책상에 엎드려 잔다고 했다. 부모세대와 너무 다른 학교 현실에 있는 아이들은 집에서도 이해받기 힘들다. 아이들을 미치게 만든다.
공부는 취미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이니까 하는 거다. 잘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 넘치는 정보가 오히려 공부에 대한 희한한 생각을 갖게 만드는 건 아닐까. 공부를 잘하고 싶고 자식을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그런 정보가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동기가 있어야 하고 목표를 정해야 더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그런 종류의 정보들이 차고 넘친다. 학교는 공부하기 위해 다니는 곳이지만 의무교육이니 학교에 다녀야 하고 공부는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더 공부를 잘하려면 사교육을 받으면 되는 거다. 사교육과 공교육이 분간이 안 되는 교육이다. 인격을 형성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자랄 수 있는 교육공간이 아닌 것 같다. 우리 때도 성적으로 차별하고 막말하는 선생은 있었다. 학교가 성적을 척도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경향은 더 심화됐다. 유퀴즈에 나온 중동고의 이명학교장선생님께서 학교는 사람됨을 기르는 공간이라고 했다. 그 말이 울려 퍼지길 바란다.
내 새끼 지상주의로 내 자식이 어떻게든 공부 잘하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비뚤어진 교육관을 만든다. 사교육현장에서 애들을 가르치다 보니까 별 사람을 다 만난다. 이상한 아이 뒤에는 꼭 이상한 엄마가 있었다. 지금은 독서교육을 안 하지만 예전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칠 때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생 수업을 상담한 어느 엄마는 네 명을 팀으로 한 시간 수업한다니까 그럼 한 사람당 15분씩 얘기를 하는 거냐고 물어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별 사람이 다 있고 별 생각이 다 있다. 내 생각에 갇힌 사람들은 자식도 자기가 아는 세상에서만 키운다. 오직 자신이 아는 것만이 옳을 뿐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피해를 보면 미친개처럼 달려든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른데 어떻게 찍어낸 통조림처럼 똑같이 살게 만드는지 참 답답한 교육현실이다. 창의성을 강조한다지만 창의성은 점점 말살되고 있다. 학교에서 오로지 점수, 성적, 대학입학만이 주된 관심사이다 보니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아이들의 미래도, 아이들의 인성도 키울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진로라는 수업시간은 헛소리의 잔치일 때가 많다. 아이들은 잠을 자거나 학원 숙제를 해서 엉뚱한 시간이 되어 버린다. 지금까지 아이들한테 제대로 된 진로수업 시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무얼 하고 싶은지 아는 것은 쉽지 않다. 나를 공부해야 하는 거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파고들어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끌려가다시피 가고 집에 돌아와 유튜브영상과 친구들이 인스타에 올린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니 나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타일러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느냐는 한국 학생들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말이 맞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찾는 지경인 거다.
나이 육십을 앞에 두고 나는 꿈을 꾼다. 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 나는 또 꿈을 꾼다.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꾸준히 하는 중이다. 그러나 꿈이 없는 아이들을 보며, 꿈을 갖지 못한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어려서 흔히 듣던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말이 요즘 내 마음에서 계속 울려댄다. 개정된 교육을 보니 더 답답하기만 하다. 빨리빨리 정신의 한국인은 교육도 가만 놔두질 않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데 매년 달라지는 대입전형도 정신없고 학기제로 바뀌었지만 무엇이 어떻게 바뀐 줄도 모르는 학부모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사교육만 더 늘어갈 수밖에 없다. 바뀐 공교육을 모르니까 사교육을 찾고 그걸 못하는 사람은 입시의 줄 밖에 서 있는 거다.
내 자식을 더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하지만 뭘 알아야 좋은 학교를 보내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 사나운 교육체계를 보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학부모회의에 참석해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어야 내 자식한테 이롭다. 들어도 잘 모르겠는 수행이고 대회고 참석시키려면 부모는 두 눈을 부릅뜨고 찾아야 하는 거다.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해서 저마다 가진 재능으로 적성에 맞게 세상에 나아갈 수 있다면 아마도 내 자식 손해 볼까 봐 달려드는 부모는 줄지 않을까?
마틸다를 쓴 로얄드 달도 교장선생한테 너 같은 인간이 사회에 나가서 무얼 할 수 있겠냐는 혹독한 욕을 들었다고 했다. 잔혹한 교장은 마틸다의 교장으로 탄생했고 로얄드 달은 동화작가로 온 세상에 알려졌다. 학교는 자유롭지 않고 아이들의 치기 어린 장난은 늘 있었다. 학창 시절이 꿈같이 아름다울 수는 없을 거다. 해야 할 일은 늘 지겹기 마련이고 하기 싫은 거다. 뇌가 이상하지 않은 다음에야 어떻게 매일 해야 할 일이 행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긴 터널을 지나면 우리는 세상을 만나고 무언가를 하고 살아가야 하는 거다. 꿈마저 없다면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시간만 세는 꼴이 된다. 하루하루 무료하고 따분함을 느끼면서 끌려가지 않을까? 무얼 하고 살아야 할지보다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키워주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