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by 송나영

한없이 늘어져있다. 아침 대충 챙겨 먹고는 식탁에서 유튜브 영상을 몇 시간 보다가 드러눕는다. 그리곤 낮잠을 길게 자곤 한다. 한낮을 잠으로 보내고 꿈뻑꿈뻑 집안을 어슬렁거린다.

아이들의 시험이 끝나자 신이 났다. 그 흥분이 새벽부터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아침부터 밭으로 향했다. 비닐하우스의 낮은 지옥이다. 이걸 경험하지 않으려면 아침에 일찍 가야 한다. 같이 밭에 다니는 지인은 지난 토요일에 잠시 들러서 잡초 뽑고 상추 따다가 더위를 먹고 한 일주일 드러누웠다. 한낮의 비닐하우스는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린다. 일찍 일어난 김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밭으로 향한다. 물을 주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잎이 바짝 말라비틀어져가고 벌겋다 못해 터져 버린 토마토를 몇 개 수확했다. 비가 오더라도 충분히 내리지 않아서 하우스 안은 땅이 메말랐다. 잡초 한 삼십 분 뽑고 나면 아침부터 땀에 흠뻑 젖는다. 들깨모종을 키우려는 밭은 잡초가 번성하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쑥갓을 잔뜩 수확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쑥갓 이파리를 정리했다. 먹을 쑥갓 잎을 훑는데 한 시간이 넘게 지났다. 양손 가득 수확한 토마토와 쑥갓을 챙겼다. 집으로 돌아가려다 고추도 좀 따가려고 잡초가 잔뜩 자란 고추밭으로 갔다. 잡초는 다음에 손을 봐야겠다.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동만 해야 힘이 들지 않는다. 무식하게 힘을 쓰다가는 지쳐서 며칠을 드러 누을 수가 있다. 부실한 몸뚱이를 모시고 살다가 생긴 지혜다. 이제 무리하지 않기, 애쓰지 않기로 했다.

이번 주는 비가 오다 말다 하더니 어제저녁부터 비가 쉬지 않고 내린다. 밤새 천둥번개 치는 소리에 몇 번 눈을 뜨곤 했다. 몸은 점점 더 쳐지고 늘어져간다. 잠깐 누워볼까 했는데 눈이 스르르 감기고 잠이 들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오랜만에 아들한테 전화가 왔다. 아들 목소리는 생생해서 건강하게 잘 지내는가 보다. 아들은 바쁜지 후다닥 저 할 말만 하고는 끊었다. 전화를 받은 김에 일어나서 할 일을 찾아본다.

비도 오겠다. 비설거지에 나선다. 유리창 청소를 안 했는데 베란다 창틀이며 유리창에 물을 뿌리며 청소를 했다. 뭐 하나 하고 나면 도로 무기력해진다. 또 자리를 잡고 앉아 쓸데없이 동영상만 이거 저거 들여다본다. 요즘 진짜 열심히 살았나 보다. 한없이 늘어진 내가 무척 게으르게 느껴지다니 말이다. 비를 핑계 삼아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늘어진 오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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