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드릴까요?

by 송나영

우리 아파트 단지도 주차난이 심각해졌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여유로운 편이었는데 어느새 두 대, 세 대씩 차를 소유한 집들이 늘어나면서 단지 내 주차가 일 가구 일 차량이 안 된다. 이십여 년을 살던 동은 주차장이 넓어서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한 대 정도 자리는 있었는데 몇 년 전에 다른 동으로 이사를 하고 주차하기가 힘들다. 늦게 들어오면 차를 댈 곳이 없어 여기저기로 주차할 자리를 찾아 단지를 돌아다닌다. 전기차는 다행히도 자리가 간간히 자리가 비어있곤 했다.

우리 동은 특히 전기차 충전하는 데에 차를 대기가 겁이 난다. 충전하는 차가 별로 없어서 자리는 자주 비어있는데 충전을 하면 그 앞을 일렬주차로 막아서는 차량 때문에 아침이면 차를 뺄 수가 없다. 늦게 들어와서 충전하는 자리 말고는 자리가 없었다. 아침 일찍 나갈 일이 있어서 차를 뺄 수 있을지 불안하긴 했지만 괜찮겠지 싶어서 충전기를 연결하고 들어갔다.

아침 6시에 베란다에서 내려다봤다. 충전을 마친 내 차 앞에 차량 두 대가 일렬 주차가 되어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와야만 했다. 7시 전에 나가야 하는데 차를 무사히 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막상 주차장에 내려오니 차 앞을 막은 뒷 차를 앞으로 밀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 뒷 차가 약간 경사진 곳에 있어서 밀리지 않았다. 한참 용을 쓰는데 갑자기 옆에서 "밀어드릴까요?"라고 한다. 이보다 기쁠 수가 없다. 아파트 단지 앞에서 7시 통근버스를 타야 하는 직장인이었다. 그분 덕분에 수월하게 차가 밀렸다. 경사를 빠져나오니 쉽게 밀렸고 이제 혼자 밀 수 있다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분은 발걸음을 재촉해 통근버스를 타러 갔다. 차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나오면서 보니 그분이 막 셔틀버스 정거장에 다다랐을 때에 통근버스가 도착했다. 차 안에 있는 거울로 잘 타셨는지 확인을 했다.

그분의 "밀어드릴까요?" 그 말 한마디가 아침 내내 귀에 선하게 울렸다. 출근길에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가던 길을 멈추고 손을 내밀어줬다. 우리 동은 주차장이 협소해서 일렬 주차로 차를 대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차를 밀 때 선뜻 다가와서 같이 밀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다.

지난번에는 지하 주차장에서 하필 제일 안쪽에 주차하는 바람에 아침 일찍 나가야 하는데 차를 뺄 수도 없어서 난감했다. 아침 6시 반쯤이었지만 내 차 앞에 일렬주차한 차를 빼지 않으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차주한테 전화를 했다. 바로 잠에서 깬 목소리였다. 그 여자분은 알았다며 나오겠다고 했는데 십여 분이 넘어가도록 나올 생각을 안 했다. 마침 일렬주차된 차 중에 빠지는 차가 있어서 두세 대의 차를 밀고 간신히 나올 수 있었다. 삼십여 분이 지나서 그 여자분은 "벌써 가셨네요....ㅠㅠ"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다시는 그 자리에 차를 대지 않는다.

요즘은 같이 밀어주는 사람도 어쩌다 만난다. 바쁜 아침 시간에 마음의 여유도 없기 마련인데 그 "밀어드릴까요?" 그 선한 음성은 아침 종소리처럼 들렸다. 하루가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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