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by 송나영

전기차로 바꾼 지가 오 년째 된다. 경기도는 서울처럼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차가 있으면 훨씬 몸이 편해진다. 예전에는 버스 배차 간격도 넓어서 차 한 대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아이들은 어리고 들고 다닐 짐은 많고 허리는 늘 고질이니 운전이 한 시가 급했다. 올해 어느 전시장에서 젊은 엄마가 코트 안쪽에 아이를 앞에 안고 양손에 대파며 파스타, 닭 같은 게 잔뜩 든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조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양손이었는지 한 손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그 힘겨움은 지금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같이 갔던 지인은 예전에 저러고 다녔는데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단다. 그 지쳐 보이는 젊은 엄마의 얼굴이 내 얼굴 같았다.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차를 몰고 아이를 데리고 수영강습에 갔다. 처음에 내가 운전한 차는 LPG 가스차였다. 가스값이 워낙 쌌지만 연비가 최악이었다. 생애 첫 차로 가스차를 타고 다니다가 승합차로 바꿔 탔다. 남편의 회사에서 쓰던 차를 내가 타고 다녔고 남편은 일 하기 편한 트럭을 몰고 다녔다. 내가 운전하기 제일 편했던 차는 봉고차였다. 시야가 넓어져서 운전하기 정말 좋았다.

남편이 사무실을 정리하고 집에 가져온 차가 중형승용차였다. 연비가 정말 형편없었고 기름을 정말 많이 먹었다. 한 달에 기름값만 오십만 원가량이었다. 누군가 그 기름값이면 경차 할부금에 기름값을 더해도 되겠다고 경차를 뽑으라고 했다. 그때는 생활비가 급했던 때라 당장에 인터넷을 뒤져서 연락을 했다. 우리 동네 대리점에 가보지도 않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영등포에 있는 대리점에 전화를 해서 새 차를 뽑았다. 그분도 차를 갖고 오면서 당황해했다. 어떻게 자기 대리점을 알았냐고 물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대리점 중에서 제일 친절하셔서 연락드린 거라고 했다.

수월하게 샀지만 제일 최악의 차가 경차였다. 그전에 중형차 위주로 몰았던 나에게 집 앞에 자주 다니던 정비소에서는 경차라서 차가 잘 안 나갈 거라고 했다. 새 차의 기쁨에 한 귀로 흘려들었는데 사실이었다. 그 차를 길들이고 타다가 사고를 크게 당했다. 일요일 오후에 신호를 대기하고 있던 중에 뒤에서 지프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설마 저대로 박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내 차는 튕겨져 나갔다. 경차의 뒷 범퍼는 꺾였고 그 충격을 온몸으로 다 받았다. 머리가 어지러운 상태가 일주일을 넘게 갔다.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바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는데 일을 해야 한다고 며칠을 버티다가 병원을 찾았다. 도저히 머리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신이 없어서 폐차를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다.

소형 SUV를 일 년을 두고 알아보았다. 친한 언니와 양재동에 꽃을 사러 다녀오다가 차를 알아보러 대리점을 방문했다. 옆에 크기도 적당하고 딱 맞는 차가 있어서 저 차가 뭐냐고 했더니 전기차란다. 그때 처음 보았다. 그런데 오백 대밖에 안 들어왔고 다 팔렸다고 했다. 나는 밤마다 차량을 검색하며 눈여겨보았던 차를 보았고 그 자리에서 계약을 했다. 그냥 차를 보러 들어온 줄 알고 친절하게 차량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며 얘기를 하다가 일사천리로 계약을 진행하자 그분도 얼떨떨해했다. 그렇게 경유차로 다시 바꾸었다. 새로 바꾼 차는 연비가 좋은 편이라 잘 타고 다니다가 아들한테 넘겨주었다.

차를 넘기면서 예전에 오백 대만 들어왔다던 전기차를 샀다. 또 한동안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무슨 차를 살지 한참을 찾아보았다. 희한하게도 전기차 차주의 만족감이 정말 크다는 것이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전기차의 차량 화재 소식이 종종 기사화되었다. 벤츠 전기차가 전소했다는 말도 들리고 전기차가 화재가 나면 문이 안 열린다는 기사도 나왔다. 전기차가 안전하다는 보장은커녕 불안하게 만드는 기사가 천지삐까리였다. 그런데 전기차 차주의 만족감이 삼백프로가 넘는단 말에 단박에 살 차로 정했다. 주변에 아는 지인이 지원금도 있으니 얼른 사라고 정말 좋다며 권한 지 일 년만이었다. 지원금이 이천만 원에서 칠백 정도 깎였을 때였다. 비슷한 가격이면 하이브리드로 하라는 지인도 있었지만 전기차 지원보조금의 유혹이 컸다.

전기차는 돈이 정말 들지 않는다. 한 달에 강원도로, 충청도로 전국을 쏘다녀야 삼만 원이었다. 동네만 왔다 갔다 하면 만 오천 원도 안 쓰는 거 같다. 충전소는 가는 곳마다 넘쳤다. 어느 주차장에 가도 전기차 충전소는 비어있었다. 처음에는 완충을 몰라서 급속 충전소만 찾았다. 아파트 단지에 완충기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제는 며칠에 한 번씩 밤에 꽂으면 그만이다.

처음에 가스차로 시작했었는데 그 가스비는 이제 점점 올라 천 원에 거의 다다른다. 전기요금도 슬금슬금 오른다.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충전기와 지상 주차장에 설치된 충전기의 단가가 백 원이나 차이가 났다. 충전앱마다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전기차는 정말 경제적이다. 유지비가 싸다. 전기모터 하나로 움직이니 따로 돈 들일 일도 없다. 엔진오일이나 미션오일 등 각종 오일을 교체할 일도 없다. 타이어나 와이퍼, 에어컨필터만 교체하면 그만이다. 친환경차라고 해서 하이패스도 반값이고 전국의 주차장을 절반 가격에 쓸 수 있다. 장점은 또 있다. 운전하기가 정말 편하다. 감속이 쉽게 되는 건 장점이지 단점이다. 바로 차가 서니까 다른 차들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 유튜브 영상에서 보았던 미국의 전기차 차주들이 왜 삼백프로 만족하는지 타보면 안다. 나도 전기차 예찬론자가 됐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밀어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