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by 송나영

내가 아는 얼굴과 아들이 아는 얼굴이 다르다. 길을 가다가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이게 나인가 싶어서 깜짝 놀라 가던 길을 되돌아와 다시 나를 확인하곤 했다. 내 얼굴이 저렇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얼굴이 낯설어진 건 결혼 후 갑자기 불어난 살로 얼굴이 확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들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날 아버지는 왜 이렇게 살이 쪘냐고 놀랐었다.

얼굴은 비틀어져 갔다. 육아도 제대로 못하는데 초등학생 학부모 노릇까지 해내려니 힘에 부쳤다. 힘에 부치면 소리를 쥐어짜기 마련이다. 아이의 행동 하나에도 예민해진다. 애들이니까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도 있으련만 그거 하나에도 큰 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대응했다. 내가 사는 게 편치 않으니 너그러울 수 없었다. 내 음성은 늘 높았고 쇳소리가 났다. 말투는 점점 더 거칠어져 갔고 욕은 늘어만 갔다. 어쩌다 남편에게 애들 점심 한 끼를 부탁하고 나갔다가 돌아오면 아이들은 밤까지 쫄쫄 굶고 있다가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에 아빠와 함께 라면을 먹고 있었다. 라면이야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아들은 아토피가 심해서 아무거나 먹일 수가 없던 때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성질을 부리고 화를 냈다. 왜 애들을 하루 종일 굶기고 라면을 먹이냐고 난리를 쳤다. 남편에 대한 내 불만은 분노로 변했다.

그 비틀린 얼굴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을 받았다. 내 얼굴을 추스를 새도 없이 살았다. 얼굴이 뒤틀리기 시작할 때 사촌동생이 찍었던 사진을 우연히 받고 처음 보는 내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결혼생활을 어떻게 하겠다고 꿈꾼 적도 없지만 적어도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제가 터지는 집에 살게 되리라는 건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알던 선배는 형편없는 남편으로 변했고 매일 싸웠다. 말과 행동이 다른 그 남자를 나는 알지 못했다. 늘 나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남편에 대한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고 나는 일상을 버틸 뿐이었다.

한 집에서 따로 살던 그 시절에 긴장을 놓은 적이 없다. 남편의 방 앞을 지날 때 퍼지는 전자담배 냄새에 질색을 했고 이마에 내 천자를 그리고 살았다. 이마에 새긴 내 천자 주름은 깊어졌고 눈썹에 힘을 주고 살다 보니 얼굴이 편하지 않았다.

이혼하자는 내 말에 그는 짐을 싸서 바로 나갔다. 서류를 써놓고 법원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법원에 가기 전날 밤늦은 시간에 그는 한 번도 쓴 적이 없던 편지를 구구절절하게 나한테 카톡으로 보냈다. 집을 내게 넘겨주고 이혼만은 안 하고 싶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어떻게 버틴 십 년인데, 아들이 성인이 되기만을 기다렸고, 석 달의 숙려기간조차 끔찍해서 빨리 이혼하려고 협의 서류를 보내고 법원 출석만을 기다렸었다. 이혼을 못하겠다는 말에 손이 덜덜 떨렸다. 나는 네가 무섭고 두렵다는 문자를 보냈다. 아들도 제발 가만 내버려 두라고 했다. 아들도 아버지의 문자며 카톡이며 모든 걸 단절했었다. 명절마다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조부모한테 가는 게 싫어서 밤새 밤거리를 헤매고 돌아다녔다. 아들의 자퇴 이유와 내가 서류로라도 부부로 남고 싶지 않다는 말을 어떻게 써 보냈는지 기억이 흐리다.

남편은 떠났고 나는 혼자가 됐다. 긴 어둠의 시간을 지나왔다. 끊임없이 마음을 끓이고 볶아대던 시간이 지나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문득 아들은 내 진짜 얼굴을 모를 텐데라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비틀리고 일그러진 얼굴만 보여줬다. 내 얼굴 볼 새도 없이 살다가 요즘 세수하면서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내 천자가 사라진 걸 알았다. 이마의 깊었던 내 천자가 평평하게 펴졌다. 보톡스도 필러도 맞지 않았는데 이마의 주름이 흐릿해졌다. 웃지 않고 살아서 눈가에 주름도 없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낯선 내 얼굴은 아들 나이만큼 함께 했는데 나는 주책맞게도 아직 적응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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