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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by 송나영

그들도 교인이라는 게 참 부끄럽다. 전광훈은 목사고, 오세훈과 김문수는 성당에 다닌다고 한다. 이명박은 소망교회 장로로 유명했다. 믿음은 둘째고 상식도 안 통하는 그들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도대체 종교를 어떻게 믿으면 저리 미칠 수 있는 거지?

교회와 성당을 가는 이유가 표밭을 일구러 가는 건가?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점점 언행과 행동이 수상쩍기 그지없다. 전광훈을 받들어 집회에 참석한 오세훈의 모습이나 김문수의 얼굴을 보면 참 낯짝도 두껍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저런 말들을 공인이라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지 말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보수 진영의 어떤 사람보다 차라리 전광훈이 상식이 통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가족을 잃고 친구와 동료를 잃은 사람들한테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거라는 말을 전광훈은 했다. 미친 게 분명하다. 하나님에 미친 게 아니라 사탄에 미친 거다. 하나님을 전도하는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파괴와 분열을 일삼는 말뿐이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간판을 목에 걸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를 앞세워 십자군 전쟁을 벌였고 여전히 자기들과 다르다고 척결하는 전쟁은 수도 없이 많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예수를 앞세워 남미를 지배했던 건 '미션'이라는 영화에 잘 나온다. 예수 천국이 아니라 예수 지옥이다. 예수를 믿으면 천국을 간다는 믿음이 온 정신을 지배했나 보다.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삶의 기준을 교리에 두고 있지만 행동은 교리를 벗어난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도 하나님의 사랑이 없다.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는 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고성은 기본이고 찬송가를 크게 틀고 다닌다.

도를 믿으십니까? 8,90년대 종로는 십 분만 걸어도 도를 아시냐고 묻는 사람을 만났다. 유독 내가 그런 사람들의 표적이 되기 쉬운 건지 관심 없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데도 참 질기게 붙들고 늘어졌다. 도대체 그 종교는 무엇을 하길래 길 가는 사람마다 붙들고 도를 아냐고 묻는지 모르겠다. 우연히 그 도를 아냐는 대순진리교의 본산이 있던 중곡동에 산 적이 있었다. 밤 12시면 하얀 도포 자락 휘날리며 도를 닦으러 가는 사람들을 봤

다. 밤도깨비 같이 그 시간에 돌아다닌다.

눈앞이 하얗다. 밤새 사채업자가 집에 와서 진을 치는 바람에 시험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몇 개 찍어서 공부했다. 다행히도 찍은 게 고스란히 나왔다. 기쁜 마음에 답을 쓰려는데 머리가 텅 비어버렸다. 한 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멍하니 시험지를 붙들고 있다가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시험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노천극장에 텅 빈 눈을 하고 앉아있었다. 곱상하고 얌전하게 생긴 남학생이 하나님을 믿으라고 말을 걸어왔다. 그냥 가라고 손짓을 했다. 제발 날 내버려 두라고 온몸으로 거부했지만 그 남학생은 순진하고 순수한 얼굴로 나의 고통을 함께 책임이라도 져줄 듯이 내가 무슨 말을 하길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렸다. 오만이다. 이건 지독한 오만이다. 자신의 믿음으로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는 오만이다. 결국 내가 그 자리를 벗어났다. 지금은 대학가 안에 종교 모임이 많은지 어떤지 모르겠다. 80년대만 해도 CCC(한국대학생선교회)나 UBF(대학생 성경 읽기 선교회) 동아리 회원들이 많은 활동을 했었다. 내가 그 이름을 지금도 기억하는 걸 보니 지독히 시달렸나 보다.

국민학교 때 내 짝은 교회에 열심히 다녔다. 교과서에 나온 부처의 얼굴을 박박 찢던 그 아이는 부처가 마귀라고 했다. 그건 믿음이 아니고 세뇌다. 다른 종교를 존경할 줄도 모르게 가르친 그 교회 목사가 문제인 거다. 전광훈과 졸개들을 보면 세뇌당한 사람들 같다. 전광훈의 교리만이 맞는 말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믿음은 무섭다.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부처의 얼굴을 박박 찢던 그 아이처럼 무엇이 그렇게 사람을 돌게 만드는 걸까?

유럽의 성당은 나이트클럽으로 바뀐 곳이 있다고 들었다. 호텔이 되고 카페나 콘서트장이 되고 있다고 했다. 신자는 줄고 성당은 텅 비어 간다고 했다. 주변을 살펴봐도 인품이 괜찮은 사람 중에 오히려 어느 종교도 갖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구복신앙으로 똘똘 뭉치면 힘을 잃는다. 저들밖에 모르는 괴물을 만들어낸다.

언젠가 1시간 이상을 달려서 시골의 작은 성지에서 미사를 본 적이 있었다. 늦게 도착한 나는 헐레벌떡 뛰어들어갔다. 성체를 모시기에도 송구스러울 정도로 늦었다. 뒷줄에 앉은 할머님들은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당신들은 매일 오는 사람들이니 나 먼저 성체를 모시라고 앞줄로 밀어주셨다. 그 할머님들의 다정한 눈빛과 사랑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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