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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킥

by 송나영

약이 잔뜩 오른다. 생각할수록 약이 오른다. 곱씹지 말자고 무시해버리려 해도 말 한마디 받아치지 못한 게 너무 약이 오른다.

아들이 독립을 하면서 세대분리를 했다. 건강보험이 나왔다. 건강보험공단이 달라졌다. 아직 대학생인 아들이라 소득이 없는데 내야 하냐고 물었더니 추가증이라는 게 있다고 했다. 재학증명서를 제출하면 보험을 안 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한 소득이 500만 원을 넘기 때문에 추가증이 발급이 안 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작년 연말부터 부과되는 보험을 내가 다달이 내고 있었다.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한 곳이 지인네라서 우연히 그 얘기를 했더니 건강보험 다 냈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고 왜 보험을 내느냐고 그랬다.

작년에 추가증을 내라고 해서 직접 학교까지 가서 재학증을 떼서 갖다 줬더니 그제야 안 된다고 했던 공단을 다시 찾아갔다. 친절하게 웃으면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고장 난 컴퓨터를 손보던 직원이 오라고 했다. 추가증이 발급이 안 됐는데,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한 곳에서는 건강보험을 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런데 공단 측에는 건강보험을 낸 기록이 없단다. 바로 지인네로 전화를 했다. 그쪽도 자기네 세무사한테 연락해서 공단 측에 서류를 제출한 것을 확인하려 했지만 개인기록이라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답답해하던 참이었다. 세무사한테 직접 전화를 받아서 직원을 바꿔줬다. 세무사한테 전화를 받기 전에 친절하게 웃으면서 나한테 추가증을 설명하던 직원은 갑자기 내가 얘기해도 못 알아듣는다고 하던 말을 관뒀던 참이었다. 그러더니 나한테 전화를 건네받고 세무사한테는 자기가 아무리 설명해도 내가 이해를 못 한다고 내 눈앞에서 얘기를 했다. 왜 자기한테 이렇게 전화를 건네주는지 모르겠다면서 세무사한테 추가증이 발급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했다. 추가증은 내가 받아야 하는 것이고 나한테 설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욕이 막 솟구쳤다. 내가 못 알아듣는다고, 환급받을 수 있는 게 아닌데 내가 우격다짐으로 얘기한다고 세무사한테 말을 했다. 기가 찼다. 살살 웃으면서 속을 저렇게 긁을 수 있구나! 저걸 어디에 민원을 넣을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전화를 끊고 아들이 살고 있는 공단에 다시 소득조정을 해야 한다고 세무사한테 설명했던 것을 간략이 던지듯 말했다. 세무사한테 말하는 것으로 이미 알아들었다. 공단에 아들이 가야 한다고 본인이 아니면 안 된다고 알아듣겠냐는 듯 귀찮은 듯 웃어가며 얘기를 했다. 말대꾸하기도 싫고 꼴도 보기 싫어서 나오려는데 갑자기 다시 부른다. 보험 청구서를 가져가란다. 난 보험청구서를 저한테 준 적도 없는데 왜 다시 갔는지 생각할수록 열이 받는다. 그 잘난 머리로 내 신분증도 확인했는데 이름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냐고 쏘아붙일 걸 그걸 못했다.

젊은 남자애가 어떻게 저따위로 사람들을 상대하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들한테 시달려서 저렇게 변한 건가? 얼마나 연습을 했으면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상대를 깔아뭉개면서 말하는 법이 자연스러울까? 타고난 건가? 난 기가차면 입이 다물어져서 따지고 할 말도 다 삼켜버리는데 말이다. 내가 잘 모르는 거니까 왜 그러는지 차분히 물었지만 뒷방 늙은이 취급을 당하고 말았다. 눈에 힘주고 차라리 따져 물어야 했을까? 실실 웃으면서 빈정거리는 그 밉살스러운 얼굴에 한 마디 못 해주고 나와서 약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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