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내가 더 아프지만
고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의 사춘기는
여느 아이들보다 한발 늦게 찾아왔다
오빠가 사춘기를 매우 심각 수준으로 지나갔기에
'설마 둘 다 사춘기가 심하게 오겠어?
한 명은 좀 조용히 지나가겠지...'
딸아이는 보통이하로 지나기를 바랐다
여자아이들의 사춘기는 초등학교 때 시작해서
중학교 때면 마무리된다는데
중학교 2학년 즈음
그것을 알리는
작은 신호탄들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일찍 시작한 편이었는데...
내가 낳았지만 닮은 듯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게
때때로 신기하다
딸아이의 시험기간이 다가왔지만
"공부하는데 도와줄 건 없니?",
"연습문제 내줄까?" 같은
시험과 관련된 말을 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말을 날 서게 받아들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말을 적게 하는 게 상책이라는 것을
지나간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기에
말을 아꼈다
'어휴, 그래도 공부에 대한 메시지는 주고 싶은데...'
속앓이를 하고 있던 중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 내가 먼저 공부 인증을 하자!'
생각만으로는 이루어지는 것이 없으니,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그날부터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인증을 시작했다
인증을 하는 장소는
그날의 퇴근 상황에 따라 바뀌었다
러시아워가 걱정이 될 때는 가까운 도서관,
커피 쿠폰이 있는 날은 카페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생각한 장소에 도착하면
'책과 차 한잔'이 보이는 사진을 찍어서
가족톡방에 올리는 인증이었다
'엄마도 힘들게 일하고 퇴근했어.
편하게 쉬고 싶지만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너 혼자만 힘들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니까,
함께 힘내보자'
라는 마음을 꾹― 눌러 담아
존경하는 작가의 책을 필사한 후,
브런치에 도전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얼마 전
딸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와 통화할 일이 있었다
통화를 하던 중에
인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글쓰기, 독서를 꾸준히 하려고,
온라인 모임에 가입해서 인증하며 지속하려고 했었거든?!
그런데
온라인이다 보니 모임이 유지되지 않더라.
방장이 마음이 식거나, 상황이 바뀌면 쉽게 문 닫기도 하고"
그런데
"가족방에 인증을 하니까, 너무 좋아
나와의 약속이고
가족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지속할 수 있는 의무감이 생기더라
어기는 게 더 어려워"
친구는
"와, 마음아, 너무 좋은 방법이다.
나도 요새 나태해지는 것 같아서 고민이었어"
뭐라도 해볼까 했는데,
카페인증?! 그거 나도 해봐야겠다"
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고민하다가 나온 궁여지책인데 뭘..."
말하며 머쓱하게 말을 맺었다
그러나
나의 '작은 몸부림'이
뜻밖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 한켠이 윤슬처럼 반짝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뿌듯함이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한다
나도 이렇게 행복을 만나고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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