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 삶이라는 소설 속 단 하나뿐인 주인공이다
셋팅해 둔 그릭요거트 그릇이 식탁 위에서 애처롭게 나를 부른다.
"나 좀 먹어줘."
하지만 내 눈엔 지저분한 설거지거리가 먼저 보이고, 방 안의 머리카락이 가시처럼 박힌다. 아침도 거른 채 방마다 청소기를 돌리고, 베개 커버를 벗겨 세탁기를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자리에 앉았다. 몸은 고된데 마음은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른다. 나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언제나 나는 뒷전이 되고 마는 이 습관. 어쩌면 이것도 내 마음이 보낸 소리 없는 눈물일지 모른다.
자리에 앉으니 다시 우울의 파도가 밀려온다. '상대가 잘못한 거야'라고 굳게 믿었던 마음 한편으로 '정말 내가 문제인 건 아닐까' 하는 자책과 실패자라는 절망감이 스며든다. 사방이 막힌 미로 속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은 심정. 냉담한 병원 선생님의 반응에 한 번 더 긁힌 마음은 갈 곳을 잃고 세종에서 서울까지, 혹은 더 먼 곳까지 기댈 곳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지인아, 잊지 마라. 이 지독한 고통은 네 인생에 문제가 많아서 찾아온 것이 아니다. 지금 너는 '인생의 환절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여름의 뜨거움과 겨울의 시림이 충돌하며 마음의 일교차가 커지는 시간. 이 시간은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마음의 예방접종을 하는 시기다.
사방이 벽인 것 같은 날, 기댈 어깨 하나 보이지 않는 삭막한 광장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네 심장은 타인의 인정이나 차가운 시선에 상관없이, 오직 너만을 위해 쉼 없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너를 이방인이라 부르고, 네가 스스로를 '실패자'라 낙인찍을 때조차 네 몸은 너를 살리기 위해 피를 돌리고 숨을 쉰다.
너는 네 삶이라는 소설 속 단 하나뿐인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때로 무너지고, 때로 도망치며, 때로 길을 잃는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이 결국은 '성장'이라는 결말을 향한 복선이 된다. 이번 명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좋다. 그저 무사히 이 환절기를 견디고 돌아와 너의 의자에 앉아 한 줄의 글을 쓸 수 있다면, 너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비틀거려도 괜찮다. 눈물이 차올라 앞이 흐려져도 괜찮다. 맨발로 땅을 밟으며,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를 돌며 너는 이미 네 방식대로 치열하게 회복하고 있다.
거울 속의 나에게,
그리고 텅 빈 식탁 위 요플레에게 나직이 속삭여본다.
"나는 소중하다. 나는 나를 지킬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아픔을 써 내려가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