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요를 핀잔준 당신에게

[이방인의 옹알이]

by 지인


​나의 고요를 핀잔준 당신에게


​"선생님은 목소리가 언제나 일정해. 높고 낮음도 없고, 난 답답해. 어떻게 그렇게 살아?"
​누군가는 나의 일정한 목소리를 두고 핀잔을 줍니다. 예순이 넘어서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버럭 화를 지르고, 자신의 아집으로 상대를 짓밟아야 성이 풀리는 그에게 나의 차분함은 답답한 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모릅니다. 나의 평온은 감추는 법을 배운 자의 절제이며, 당신의 소란에 맞서지 않으려는 나의 마지막 배려였다는 것을요.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였던 걸까요. 목소리 큰 사람이 장땡인 이 사회에서, 타당한 이유 없이 짖어대는 소음은 권력이 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의 이 목소리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차분하고 힘이 있어서 아이들이 집중을 잘하네요."
"목소리가 참 예뻐요."
​어린 시절, 성우를 꿈꾸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 음성을 흉내 내던 소녀가 내 안에 살고 있습니다. 연기자,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내면을 영글어내던 그 섬세한 감각들이 지금의 내 목소리를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나의 차분함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를 아끼는 이들은 나의 낮은 음성에서 안식을 찾습니다.


​그동안 나는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 실수하지 않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나를 깎고 다듬었습니다. 하지만 남은 건 상처로 얼룩진 남루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진 상처 조각들이 몸을 아프게 할 즈음, 나는 비로소 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지인아, 괜찮아. 남의 평가에 귀 기울이지 마. 넌 세상에 하나뿐인 귀하고 소중한 존재야. 울지 마, 너의 잘못이 아니야."


​오래전, 마음의 골방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피로 얼룩진 따스한 손으로 내 등을 토닥이며 그분은 말씀하셨습니다.


"딸아, 괜찮다. 네가 택한 길이 바로 내가 가는 길이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다."


​사람에게 상처받아 교회는 떠났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하느님이 머무시는 성전입니다. 나는 내 안에 신이 살아계심을 믿습니다.

동시에 나는 부처님의 자비로운 미소를 사랑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멘." 나만의 이 독특한 기도법은 내 안의 신성을 깨우는 인사입니다. 상대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이자 신임을 알기에, 나는 그들을 존중하고 긍률히 여깁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나를 얕잡아보는 시선들 앞에서도 나는 내 방식대로 기똥차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인생을 함부로 평가하지 마세요. 나는 오늘도 나를 사랑하며, 이 찬란한 생을 꿋꿋이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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