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의 시 : [지우개와 만년필]
내게 삶의 얼룩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하나 쥐어진다면,
어리숙하게 쩔쩔매며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울기만 했던 그 막막한 순간들을
깨끗이 지우고 싶습니다.
주변의 시선과 타인의 기대, 차가운 평가에 갇혀
내 뜻과는 다른 선택을 하며
꼭두각시처럼 살아야 했던 시간들을
전부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가슴을 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넌 그것밖에 안 돼"라고 모질게 자책하던
그 외로운 순간들을 지우고 싶습니다.
이제 나는 지우개를 내려놓고
스스로 선택하고 당당하게 말하려 합니다.
나를 안아주고, 나를 온전히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두 손에 멋진 만년필 한 자루 쥐고
지우고 싶지 않은 순간들만 골라
내 삶의 페이지마다 꾹꾹 눌러 새기겠습니다.
오늘이라는 하얀 종이 위에
사랑과 자유의 문장으로 매일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