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스프 봉지

소설 감성 #002

 혼자서 밥을 먹은 지 일주일째다.

 제대로 된 음식점에서 먹었다간 더 처량할 것이다. 끼니는 항상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과 우유였다.

 같이 먹을 친구가 없었다. 그러나 과제가 바빠서 별수없이 끼니를 떼운다는 느낌으로 보이고 싶었다. 김밥과 우유 옆에 책을 놓고 간혹 밑줄도 쳐가며 혼자서 밥을 먹었다.

 혹여 애처롭게, 동정을 담아 쳐다보는 건 또 싫었다. 그런 오지랖이 자격지심을 키운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래, 혼자서 밥을 먹은 지 일주일째다. 김밥에 쓸쓸함을 무쳐 먹는 괴로움이 일주일째였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거울에 비치는 처량한 여자가 가엽다 못해 불쌍해보이는 날이었고, 그래서 도무지 삼각김밥과 우유를 카운터에 가져갈 수 없는 날이었다. 한참을 삼각김밥 앞에 서있던 그녀는 발걸음을 돌렸다. 라면 코너로 갔다. 그리고 1,500원짜리 컵라면을 집었다.

 한적한 편의점에는 폰을 보며 싱글생글 웃는 알바생과 본인, 둘 뿐이었다.

 계산을 했다. 테이블에 앉았다. 채 라면국물이 닦이지 않은 테이블이었다.


 "하아..."


 속이 차가웠다. 스스로의 한숨에 오한이 들었다. 

 그녀는 컵라면 뚜껑을 뜯었다. 그리고,


 거기엔 스프봉지가 두 개 들어있었다. 그녀는 그 이질적인 광경을 바라보다가 말 없이 두 개 전부 컵에 부었다. 완성된 라면은 이루 말할수 없이 짜고 매웠다. 하지만 그녀는 국물까지 다 마시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은 배려심이 없다.
작가의 이전글 ㅈ같을수록 성공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