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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눈이 없다.

[소설 감성 #003.]

 그녀는 눈이 없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그러했다. 그녀의 눈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앞머리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그러했다. 그녀의 윤기나는 머리칼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디를 가든 그녀의 앞머리는 칭송을 받았다. 심지어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도 그녀의 앞머리가 주제로 오르내렸다. 뒷담화가 아닌 경외로써. 놀랍게도 그 정도였다.


 그녀는 당연히 눈이 있다. 적어도 본인에겐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긴 앞머리를 이용하여 눈을 가리고 다녔다. 언제나.

 처음엔 그게 편해서였다. 선천적으로 낯을 가리는 그녀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얘기하는 것이 불편했다. 사실 오른쪽 쌍꺼풀이 왼쪽 쌍꺼풀보다 조금 옅다는 것이 콤플렉스이기도 했다. 앞머리는 그녀의 이런 약점을 가릴 탁월한 수단이었다.


 점점 길어지는 앞머리에 불편을 느끼게 될 즈음, 그녀는 앞머리를 넘기거나 자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사람들에게 그녀의 앞머리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혹여 그것을 넘기거나 묶거나 자른다? 신성모독 행위였다. 그것은.


 그래서 그녀는 눈이 없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그러했다. 그녀의 눈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이 말했다. "너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야." 

 그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나고 즐거웠다. 그녀가 생각했다. '나는 어쩌면 정말 매력적일 지도 몰라.'

 사람들이 말했다. "넌 정말 최고야!" 

 그녀가 말했다. "그럼 나 이제 조금 편하게 다니고 싶은데 앞머리 옆으로 빗어넘기고 다닐까?" 

 사람들이 말했다. "응? 넌 앞머리가 키포인트잖아. 그게 없는 너는 상상해본 적이 없어. 왜 그걸 없애려고 그래? 그러지마." 


 매력적인 그녀의 매력 없는 질문에 사람들은 질색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없애도 나는 나잖아.'

 당연히 사람들은 대답이 없었다.


 어느 날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꼈다. 갑자기 왜 이러지? 머리를 짚었다. 소름이 끼쳤다. 

 앞머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마와 눈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이마를 넘어, 눈과 눈두덩, 코 언저리에 이르기까지 머리가 스믈스믈 피부를 기어들었다. 파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동도 하지 않고 닻을 내렸다. 


 신기하게도 아프지 않았다. 께름칙했지만 마치 원래부터 그런 것인양 자연스러웠다. 그래서일까? 점차 거부감도 사라졌다.

 그녀는 생각했다. '어차피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는 눈. 이래도 상관 없지.'



 바람이 불었다. 정박한 앞머리는 미동도 없이 얼굴에 붙어 있었다. 바람은 시원했다. 기분도 좋았다. 근데 눈이 조금 덥네. 뜨겁네. 

 어차피 그녀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나는 '눈'일까? '앞머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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