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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소설 감성 #004.

 그는 오늘은 참 다사다난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근원이 어딘지 모를 불편감에 언짢았다. 신경질적으로 토스트를 베어문 그는 딸기잼과 함께 자신의 혀를 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통으로 그는 다리를 꼬았다. 눈에 물이 고였다. 잘리진 않았겠지.


 점심 시간. 직장 동료들이 자기끼리 약속을 잡고 어느샌가 사라져있다는 걸 깨달은 후 그는 근처 분식집에 가서 치즈돈까스 하나를 시켰다. 딱 한 자리 남아있었는데 거울 앞이었다. 노골적으로 자신이 보였다. 정갈한 양복 차림. 입으론 돈가스를 우물우물. 괜히 마음이 복잡했다. 

 가장 씁쓸한 건 그 처량함이 너무도 친숙해서였다.


 저녁 시간. 부장님은 가족보다 삼겹살을 애정하는 사람이었다. 어김 없이 단골 집으로 끌려가 조촐한 회식을 했다. 술 한 잔도 버티지 못 하는 그에게 관심을 주는 건 애꿎은 고기 연기 뿐이었다. 대화 상대 없이 물만 들이키던 그는 기름기 없이 딱딱하게 타버린 고기 쪼가리를 씹었다. 김치 하나를 집어드는 그의 젓가락이 처량했다. 이 집은 김치가 맛있어. 김치만 맛있어. 아삭.


 도중에 회식장소를 빠져나왔다. 도착한 집에서 자신을 가장 먼저 반기는 건 아침에 신발끈 묶는다고 신발장 위에 올려놓았던 토스트였다. 차갑게 식은 토스트를 한 입 베어물고 냉장고에서 우유팩을 꺼내어 벌컥벌컥 마셨다. 왼쪽 손을 허리에 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당찼다. 웃겼다.


 "아이고~"


 몸을 던지듯 침대에 엎어진 그는 전 여자친구가 천장에 붙여주었던 야광별을 하나 둘 세다가 눈을 감았다.


 '오늘도 내 하루는 지극히 일상이었구나.'


 밀려오는 안도감에 마음이 놓였다. 그는 그에게 허락된 5시간의 비현실을 향해 스르르 빠져갔다.




일상은 안정감을 준다. 다만, 일상이라고 안전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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