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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굴곡이.

소설 감성 #010

 따뜻하게만 느껴지던 전기장판이 점점 덥다 느껴질 즈음 그는 눈을 떴다. 오전 10시. 이른 시간은 아니었으나전 날 잠들었던 게 새벽 4시였던 것을 감안하면 실상 6시간밖에 자지 않은 셈이었다.

 그는 정신은 있되 눈은 뜨지 않은 상태로 오른팔을 뻗었다. 한참을 또닥이다 잠들며 놓쳤던 스마트폰이 잡혔다. 배터리 8%. 아, 귀찮아도 충전기에 꽂아놓고 잘 걸……. 후회스러웠다. 


 '어차피 얼마 남지도 않은 거 꺼질 때까지 쓰다 일어나자.'


 이런 생각이 들어 SNS 앱을 누른 그는 간밤에 상태 글이 10개 이상 늘어나있는 것을 보고 귀찮은 듯 휘적휘적 스크롤을 올렸다. 어차피 오른쪽 상단의 지구본이 잠잠하니 볼 필요가 없었다. 웹툰은 어제 저녁 11시 되자마자 다 보았기에 들어가지 않았다. 카톡도 하나도 안 왔네……. 5%. 게임을 하기엔 애매했다. 할 게 없으니 배터리를 달게 하기도 어려웠다. 은근히 짜증이 났다. 이불을 걷어차며 일어났다.


 “흐아아암~”


 기지개로 전신의 뻐근함을 달랬다. 침대에서 벗어나 충전기에 폰을 꽂은 그는 혹시나 올지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카톡을 위해 매너 모드를 해제했다. 자는 동안 쌓였던 오줌보를 비웠다. 동시에 허기가 밀려들었다. 


 '뭐라도 먹을까?'


 냉장고를 열었다. 안에 있는 건 김치 쪼가리뿐. 해놓은 밥도 없었다. 건너뛰자. 굶는 게 어디 하루이틀이냐. 익숙한 듯 그는 생수를 꿀꺽꿀꺽 마셨다. 발가락으로 컴퓨터의 부팅 버튼을 눌렀다. 딱히 할 건 없었다. 당연한 듯 눌렀을 뿐이었다.

 다시 한 번 컴퓨터로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역시나 지구본은 잠잠했고, 새로운 글엔 요상한 혐오 사진이 하나 추가되어있었다. 마침 잘 됐다. 어차피 굶을 생각이었는데 이 사진 때문에 입맛이 달아났네. 어거지로 긍정을 끌어와 끄덕이며 발가락 사이를 긁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자 허기짐이 강렬해졌다. 그러나 귀찮음이 더욱 컸다. 집 앞 편의점에서 우유나 사먹어야겠다 결심한 그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맨발에 슬리퍼를 끌며 현관을 나섰다. 집 밖이 바로 편의점이다. 승리의 깔깔이를 입고 있기도 했다. 추위 따위 두렵지 않았다. 입이 텁텁하니까 초코우유로 사먹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우유와 던힐을 사고 편의점 앞에서 한 개비 불을 붙인 그는 연기 한 번에 우유 한 모금을 했다. 죽어있던 뇌가 살아나는 기분에 조금 짜릿했다. 쌓여있는 눈밭에 담배꽁초와 우유 곽을 던졌다. 


 카톡. 집에 돌아온 그를 카톡 소리가 반겼다. 슬리퍼를 투척하듯 던지고 폰으로 달려들었다. 웬일로 두 명에게나 카톡이 와있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남자)랑 학과 후배(여자). 


 '어차피 친구 놈은 시답잖은 일로 말을 걸었겠지.'

 

 확신한 그는 친구 카톡 내용은 확인하지 않은 채, 후배의 카톡을 확인했다. 3학년 단체 채팅방 공지 글이었다. 젠장. 뭘 바랐던 걸까.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친구랑 얘기해본지도 오래됐다. 나한테 말 걸 정도면 어지간히 심심했던 모양인데 좀 어울려줄까? 

 <어이> 라는 카톡에 <엉?> 이라고 답톡을 했다. 


 그게 1시간 30분 전, 녀석의 답신은 없었다. 건방진 놈, 말을 걸었으면 대꾸를 기다려야지 뭐 하는 거야 누구는 한가해서 카톡 하는 줄 아나……. 투덜투덜 대며 다시 전기장판으로 들어간 그는 잠깐만 누워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누워서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니 저녁 8시. 역시나 손을 더듬거려 폰을 찾았다. 온 카톡은 없었다. 그를 반기는 것은 출출하다고 비명을 지르는 위장 뿐. 오늘도 별 탈 없이 하루가 지났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오늘의 첫 끼니이자 마지막 끼니는 어김없이 라면이겠군. 조리를 하려고 몸을 일으켰다. 잘 잠은 다 잤다. 새벽에 뭐 하지? 잠깐 걱정해봤지만 시간은 더럽게 많다. 주린 배를 달랜 후에 해도 충분할 문제였다.





시간은 불필요할 때 넘쳐흐르고, 필요할 땐 메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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