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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치료를 받기 망설이는 당신의 이유 있는 거부

[오늘의 심리학 #108]

심리 치료를 받으면 훨씬 괜찮을텐데도 불구하고 치료 받기를 거부하는 이들의 이유를 밝혀내다.



ANXIETY

Why Do People With Anxiety Disorders Avoid Getting Therapy?

 New research shows what keeps people with anxiety disorders away from treatment.

 Posted Feb 22, 2020 Susan Krauss Whitbourne Ph.D.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fulfillment-any-age/202002/why-do-people-anxiety-disorders-avoid-getting-therapy



* 주요 내용

- 심리치료가 필요해보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설득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자신의 증상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 Massachusetts 종합 병원의 Elizabeth Goetter 연구진(2020)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불안(SAD)과 일반화 불안장애(GAD)를 모두 가진 사람 중 치료 장면에 나오지 않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 이들은 229명의 참가자(18세~65세)를 대상으로 진단을 통해 불안증상의 심각성을 평가 후 치료 설문지를 배부하였다. 
- 그들은 왜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가?

- "내 문제가 부끄러워서."
- "내가 치료 받는 것을 친구들이 알면 부정적으로 볼까봐 걱정되어서."
- "내 인생에 수치심과 오점을 남기는 일이어서."
- "내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고 싶어서(응답률이 80%가 넘는다!)"
- "실제 시간을 내기가 힘들고 경제적인 부담이 되어서"

- 특히 소수자, 독신자, 소득이 낮은 사람일 수록 치료 받는 것을 더 꺼렸다.
- 성별, 교육 수준과는 관계가 없었다.

- 치료 장벽(치료를 꺼리는)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증상에 대한 심각성을 실제보다 낮게 인지하고 있었다.
- 치료의 장점 및 치료의 잠재력에 대해 일반인에게 교육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 Bandi Thinks


 인류 역사와 비견했을 때 심리치료의 역사는 무척 짧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 한 이를 마녀라고 몰며 모두의 앞에서 화형을 하던 과거, 정신병원에 입원한 내원자를 고문하고 폭행하였던 근현대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심리치료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진보를 이루고 있습니다. 


 신경정신학을 바탕으로 향정신성 약물을 처방해주는 신경정신과, 도구화된 진단 방법을 바탕으로 환자의 심리 상태를 객관적인 지표로 환산해주는 임상심리, 마음의 다양한 역동을 정서, 인지, 행동의 다양한 방면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돕는 심리상담 영역 모두 각자의 길에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개선을 돕는 사회복지, 영성적 신념과 자애를 품도록 돕는 종교, 올바른 가치관과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등 모든 부분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이상적인 미래는 이렇게 개별적으로 발전한 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보완해야겠지만 인류 역사를 봤을 때 그렇게 되려면 각계각층의 지대한 결단과 노력이 있어야 하겠죠. 이 부분은 다루려면 거의 책 한 권 분량으로 적어야 할테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41

 심리상담, 임상심리, 신경정신과의 차이를 알고 싶은 분은 상단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여기선 심리 치료 영역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경 정신과, 임상 심리, 상담 심리 분야로 좁혀서 생각해볼게요.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과 함께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마음의 병은 '불안'입니다. 호소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그 분야에 대한 발전 또한 따라옵니다. 즉, 우울과 불안에 있어서 효과적인 치료적 접근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리치료를 꺼리거나 거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본 저널은 그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압축하면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겠네요.


 1) '심리 치료를 받는다' 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경우

 2) 자신의 증상의 심각도를 인지하지 못 하는 경우

 3) 사는 게 복잡하여 시간 및 돈을 쓰기가 힘든 경우


 그러면 심리 치료를 전담으로 하는 곳은 이 3가지의 벽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각 경우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심리 치료를 받는다' 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경우


 솔직히 10년 전으로만 거슬러가도 "심리 치료는 미친 사람이 받는 거잖아?" 라는 인식이 컸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건 개인의 의지였고 이것이 되지 않는 사람은 나약한 사람, 의지박약한 사람으로 인식되었죠. 자신의 욕구를 누르며 살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이 있었기에 참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희망이 존재하는 사회에선 개인보다 집단이 부각됩니다. 그 안정성 속에서 알게 모르게 개인 역시 충족되니까요. 그래서 마음을 돌보는 건 엄연히 개인의 비밀스런 영역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게 미덕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높아지는 빈부격차, 다양해지는 가치관, 노력과 인내가 곧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막막함 등이 과학의 발전, 교육의 발전, 식생활의 안정성, 인권 의식의 대두 등과 오묘하게 얽히며 만들어낸 현 시대에는 '개인'이 대두됩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사색하기에 보다 복잡하고 수준 높은 고민을 하게 되는 때죠. 이른바 '존재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런 흐름의 순기능은 심리 치료의 의미에 부정성이 상당히 희석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문학 서적, 대중 심리 서적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치료기를 솔직하게 남겨 베스트셀러가 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예도 있죠. 


 미디어와 언론의 영향도 큽니다. 연예인 중 심리 장애를 고백하는 사례도 많아졌고 아예 방송에서 심리 치료와 관련된 컨텐츠를 쓰기도 하죠.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라는 전체성은 이들의 부담감을 줄이는데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대중적인 흐름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수준에서도 심리치료 및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 및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니 심리 치료의 인식면에서만 볼 때 순기능적인 요소가 압도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수적인 시선이 잔존합니다. 이런 환경에선 남들은 응원해도 정작 내가 발을 내딛을 땐 겁이 나죠. 부모님이 알면 어떡하지? 직장이 알면 어떡하지? 등 사회적인 시선이 압박합니다. 



 문턱을 낮추기 위해 심리 치료의 전문성 및 정신 장애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보다 친숙함을 늘려야 합니다. 전문성을 부각하는 건 시작의 문턱을 높입니다. 정신 장애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건 자신에게 적용할 때 거북함을 부릅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심리 치료는 일상 생활에 깊은 도움을 준다 등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겠죠. 대중적으로 친숙해진다는 건 그런 것이니까요.


© andreas160578, 출처 Pixabay





 자신의 증상의 심각도를 인지하지 못 하는 경우



 마찬가지입니다. 하지 않는 것과 모르는 건 다릅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심각도를 인지 못 하는 경우 높은 확률로 주변 사람들이 고통스럽습니다. 건강하지 못 한 심리는 관계적인 맥락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렇기에 관계에서 누군가는 힘에 부쳐하는 거죠. 하지만 누군가가 조언하면서 억지로 치료 기관에 끌고 갈 수 없습니다.


 방법은 유일해요. 본인이 자각해야 합니다.


 치료사 뿐만 아니라 심리에 관한 대중적인 교육, 친숙한 강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김창옥 교수의 유쾌한 이야기, 김미경 강사의 쎈 충고 등이 대중에게 준 건 공감과 함께 '내 마음도 돌보고 싶다.'는 동기 부여였어요. 일부는 그러더군요. 모두가 아는 뻔한 소리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돈 버는 사람들이라고. 심지어는 사기꾼이라는 이야기로 호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그 뻔한 이야기가 각광받는 건 모두에게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이야기하지 못 했던 그들의 닫힌 의식을 부끄러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신 건강에 대한 교육에 더더욱 힘을 모아야 합니다. 교육에서 많은 것을 느낀 사람 중 일부가 치료 선상까지 올 수 있는 거에요. 그것을 위해서 과감히 포기할 것이 있다면 그래야 합니다. 홍보도 하고 전단지도 붙이고 무료 강의도 많이 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고하게 실력만 길러봤자 뭐하겠어요. 후배들 수련 비용으로 과거 투자를 메운다한들 악순환 밖에 되지 않을까요?



 저 역시 대중 심리학에 대한 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2020년부터는 저서 활동, 무료 강의 개최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나갈 생각입니다. 


© marvelous, 출처 Unsplash






 사는 게 복잡하여 시간 및 돈을 쓰기가 힘든 경우



 살기 빡빡합니다. 뭔지도 모르겠고 효과도 잘 모르겠는 분야에 시간과 돈을 쓰기란 쉽지 않아요.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무료 심리 상담도 결국 한계가 존재하며, 수준 낮은 '자칭 전문가'들의 사업적 심리 치료도 결국 좋지 않은 경험으로 끝맺을 수 있습니다. 심리 치료 전반에 '효과는 없는데 돈은 많이 써야한다.'는 인식이 두드러지면 결과는 공멸 뿐입니다.



 상담의 기본적인 이론 중 '상담은 무료로 하면 안 된다.' 는 내용이 있습니다. 무료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담에 임하는 책임감을 낮출 수 있고, 내담자에게 왠지 모를 부채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의 주인공은 내담자이기에 '이 시간은 내 돈으로 구매한 나의 시간이다.'라는 떳떳함을 위해서라도 무료 상담은 지양하도록 하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심리 상담 비용이 부담되는 것도 맞습니다. 의지와 동기는 확실한데 당장의 기초적 생활만 하기에도 빡빡하여 심리 치료를 받지 못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들을 위해 문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다가 저는 '심리상담을 빌려드립니다.' 라는 프로젝트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의 의미는 남기면서 현실에 부합시킬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https://blog.naver.com/3fbaksghkrk/221793844526




 실존주의 상담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빅터 프랭클은 자신의 저서 '심리의 발견'을 통해 지금의 시대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어가는 시대라고 했습니다. 상향 평준화 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정신 건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입니다.


 과연 이 필수 영역을 정말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꿰찰지, 아니면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력을 없는 헛지식인들이 꿰찰지는 시대의 분기점을 지나고 있는 우리들의 힘이 중요합니다. 정말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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