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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들의 소진

[오늘의 심리학 #148.] 소진은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



힘든 의료진을 생각할 때 우린 무의식적으로 간호사를 떠올린다. 의사는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잠잠해질 거라 기대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젊은 20~30대 층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퍼지고 있어 많은 이들이 허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죠. 누구를 탓할 것도 아니고 그들과 내가 다르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이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전 포스팅에서 했으니 그것으로 대체하도록 하죠.



 https://blog.naver.com/3fbaksghkrk/221954065642



 저는 뉴스를 보자마자 첫째로 '또 다시 취소될 지 모르는 나의 생업'을 걱정했고 두번째로 '의료진의 소진'을 걱정했습니다.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치료자 '힐러'들이 느낄 허탈함은 저희들이 느끼고 있는 것과 차원을 달리 할 것입니다. 비단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치료진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항상 위험한 수준이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매거진을 소개드리겠습니다. 하나씩 짚어보죠.





- 미국자살예방연맹(AFSP)에 따르면 매년 300~400명의 의사가 자살한다고 한다. 이는 일반 인구 자살률의 두 배 이상이다.
- 의사는 과로, 정서적 탈진, 자기효능감 상실, 동정심의 결여, 일에 대한 의욕 감소 등의 문제를 경험한다.
- 의사 2명 중 1명 꼴로 소진 상태이고(미국 의학 협회) 간호사, 의대생, 레지던트 역시 34~60% 정도의 소진 증상이 있다.(2019 국립중앙의료원 보고서)
- 전반적으로 여성 의사들이 남성들보다 더 많은 소진을 겪는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입원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 때 있었던 사건 하나가 지금까지도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하고 철 없던 저의 행동 때문입니다.


 입원 중에 의사 선생님이 하루 두 번씩 회진을 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저녁 늦게까지 기다려도 의사 선생님이 오지 않더라고요. 찝찝한 기분으로 있다가 잠이 들었는데 새벽 2시 정도일까요? 오른쪽 허벅지를 소독하는 느낌에 비몽사몽 깼습니다. 그제서야 회진을 오셨던 거죠. 저는 잠에서 깬 짜증 섞인 목소리로 "좀 일찍 오시지 자고 있는데 깨우면 어떡해요?" 라고 물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대답하셨어요.


 "너는 자고 있었겠지만 나는 이 시간까지 못 잤어. 선생님도 이렇게 늦게서야 올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잠이 확 깼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소독을 마치고 가시는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했을 뿐이에요.


 아직도 그 기억이 선명합니다. 목소리까지 생생히 남아 있어요. 저 말은 놀랍도록 담담하고 감정이 섞이지 않은 톤이었습니다. 저처럼 따지는 사람은 익숙하다는 듯이요.



 내겐 당연한 것이 남들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에 관심을 가졌고 지금 이렇게 심리상담사라는 직업으로 저만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의사도 사람입니다. 왜 힘들지 않겠어요? 매일 같이 아픈 사람을 만나고, 그 안에서 딱한 사정도 숱하게 접할 겁니다. 그 때마다 감정적인 동요가 일어나면 일이 더 힘들겠죠. 그래서 그들은 최대한 정서를 마비시키고, 업무 전문성을 철저히 지키며, 자신의 고된 일정을 힘듦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인정하는 순간 돌아오는 건 탈력감입니다. 둑이 무너진 듯이 더 이상 버티지 못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 과정을 버틸 수 있는 건 '내가 치료사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노력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그들은 상식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업무 하중을 묵묵히 버팁니다.





- Wendy Dean은 의사들이 겪는 어려움이 목적 의식, 가치관, 의사로써의 정체성 등이 흐트러질 때 크게 온다고 주장한다.
-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지만, 경제적인 이득을 끌어와야 하는 상업적 딜레마를 요구 당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의사들을 쉽사리 동정하지 않는다.
- 높은 소득으로 인한 높은 지위, 특권 등을 가지고 있기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는 것이다. 그들의 일과가 오전 6시에 시작해서 오후 10시에 끝나는(어쩌면 새벽까지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 치료사 전반을 이야기하는 거지만 일부러 주어를 '의사'로 놓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글을 보면서 '아니, 그래도 의사보단 간호사를 더 봐야 하는 거 아니야? 간호사 대우가 훨씬 안 좋은데?' 라고 생각하신 분 계신가요? 


 우린 왜 힘든 것도 경쟁하려 할까요?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고 나는 안 힘든 게 되는 건가요? 



 우리는 의사들을 쉽사리 동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집니다. 고소득을 포함하여 특권층으로써 다양한 것을 누립니다.


 '그 정도 대접을 받고 있으면 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아닙니다. 이들이 특권을 누리는 건 노력을 했기 때문이죠.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악인으로 인식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들이 그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밟았던 인턴, 레지던트 과정, 매일 받고 있는 업무 압박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힘들어요. 인간이니까요.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의 부르튼 손




- 의사는 완벽주의를 강요받는다.
- 높은 경쟁 속에서 고통스러워도 참고 약점은 숨겨야 했다.
- 그들은 자신의 판단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 확신이 의료로 연결된다.
- 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을 도울 자원이 거의 없음을 얘기한다.
- 레지던트 기간에 우울증 비율이 약 5배 증가한다.
- 또 의사의 스트레스가 너무 강해서 체세포의 노화가 6년 정도 앞당겨진다.

- 이들을 도와주려는 시도도 좌절될 수 있다.
- 그들은 신체 건강이든 정신 건강이든 무너지는 건 의사의 전문성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 의료진들은 자연스레 침묵을 배운다. 그 침묵에 우리는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한 번의 실수가 한 사람의 목숨을 좌우합니다. 매 순간이 생사를 건 선택의 연속입니다. 인간성보단 철저한 전문성으로 있어야 하는 직업입니다. 현재 치료와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의 매일입니다. 그들은 마지막 확진자가 완치하는 순간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 합니다. 지역감염자가 사흘 동안 0명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이들은 자신의 인간성, 응당 챙겨야 할 자연스러운 어려움도 토로할 수 없습니다. 자기들이 무너지면 답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도 간호사도 방역 관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의 실수가 또 겉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고 이게 사회 전체의 막대한 손실을 불러일으킬 거라는 압니다. 마스크와 방호복을 벗고 걱정 없는 단잠을 자는 날을 얼마나 고대하고 있을까요?



 그런 면에서 '희망'은 무척 못된 놈입니다. 서서히 끝나간다는 입질만 주고 홀랑 떠난다면 얼마나 허탈하겠어요?


 지금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번 집단 감염은 명실상부 개인의 역할을 지키지 않은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의료진이 느낄 허망함을 저는 감히 예상할 수도 없습니다.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힘을 내서 버텨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냥... 어떤 일이든 마음을 우선 보게 되는 직업이라 더 죄송할 뿐입니다. 우리들의 이기적임에.








 목숨을 걸고 불과 싸우는 소방수들에게 '힘들고 위험하니까 그 일 하지 마세요.' 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매일 밤잠 설쳐가며 완벽한 의료진으로 계시는 분들에게 '그렇게 살면 몸 상해요. 그러지 마세요.' 라고 할 수 없습니다.


 퇴근도 없이, 가정에 별 수 없이 소홀해지며 방역 업무에 매진하는 방역 관계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직업군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해서 이걸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면 안 됩니다.


 그들이 하고 있기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잘못에, 문제에, 실수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그들이 이뤄놓은 공적은 보이지 않아요.



 딱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까지만 충실합시다. 욕하고 탓하기보단 서로 돕고 감사하고 응원하면서요. 그쵸?






* 참고 자료


1. 사회적 거리두기? 실패할걸요?

- 사회적 거리두기를 놓고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을 정리한 영상입니다.

https://youtu.be/2WCqFvc4A1o





2.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용해서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성공하는 방법

- 개개인의 책임감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던 유튜브 영상입니다. 결과적으론 이런 결과를 맞이했지만...

https://youtu.be/ykxiVs5eSxU





3. 트라우마 없이 코로나 이겨내는 10가지 방법

- 전염병 사태 이후도 우리에겐 중요합니다. 마음 건강 수칙에 대해 소개합니다.

https://youtu.be/mnBzH05_j94





4. 번아웃 증후군이 주는 4가지 위험 신호

- 소진에 대해 소개한 심리 저널입니다. 많은 도움이 되실 거에요.

https://brunch.co.kr/@3fbaksghkrk/230




* 출처 자료


The Healers Are Hurting


For many of the nation’s physicians, doctoring has become an almost unrecognizable activity, and it started long before the COVID-19 crisis. Unfortunately, the doctors have no idea how to take care of themselves.


By Hara Estroff Marano, published April 29, 2020 - last reviewed on May 8, 2020 


May 2020 Face to Face: Relating in a Changed World

https://www.psychologytoday.com/us/articles/202004/the-healers-are-hurting



* 반디심리연구소에서 상담 또는 강의를 요청하고 싶다면?

https://www.bandiboys.com/q-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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