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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수다 왕언니 Apr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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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_유현준 저_을유문화사] 를 읽고...


  남편과 나는 식집사 들이다. 여행과 자연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식물 키우기는 코로나 시대를 견디게 했던 대체재였다. 팬데믹이 시작되기 얼마 전부터 시작했다. 나는 10여 년 전에 비염이 심한 아이를 위해 고무나무, 떡갈나무 등을 키워보았다. 재능이 없는 나에 비해 남편은 재능이 있었다. 화초들이 꽤 잘 자랐다. 유튜브를 보면서 정보를 모으더니, 분갈이도 직접 하였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화훼 단지가 있어 우리는 종종 쇼핑을 하러 갔고, 나도 마음에 드는 식물들을 하나씩 사서 키우게 되었다. 지금 우리 집 창가는 화분들이 모두 점령하고 있어, 빈 공간이 없을 정도다.



  횡단보도를 하나만 건너면 큰 공원이 있는 곳에서 살고 있다. 작은 동산과 호수가 있는 곳이라 다양한 새와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뱀도 만난다. 꽤 아름다운 자연을 지척에 두고 있지만, 나는 집안에서 식물들을 키운다. 물을 주고 떡잎도 떼어주고, 등을 켜주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서큘레이터도 틀어둔다. 친정엄마가 너무 많이 키운다고 핀잔을 주셨을 때 생각해 보았다. 왜 이렇게 욕심을 부릴까? 내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 것이기에 애정이 생긴다. 사랑스럽고 잘 자라면 성취감에 뿌듯해진다.



  이 책은 유현준 교수가 보여주는 유토피아다. 그가 꿈꾸는 도시들은 멋있다. 실현된다면 나도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는 요즘 제일 인기 있는 집 형태임에 틀림없다. 태양광이 부족한 집이어서, 꽃을 피우지 못하는 내가 원하는 집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발코니에 나무를 심은 아파트다. 한 TV프로그램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가격이 20억이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모두가 원하는 곳은 가치가 높다.



  저자가 말하는 자율 주행 지하 물류 터널은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물류는 지하로 다니고, 인간들은 지상으로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 매력적이다. DMZ 안에 남북한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엣지 시티를 만들자는 주장도 좋았다. 과연 실현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 점에서는 비관적이다. 저자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다루는 장에서 작더라도 집을 소유하는 것은 경제적 자주와 독립을 이루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시종일관 사회주의를 비판하고, 그 체제가 무너진 이유를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집을 소유해야만 살만한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점은 동의한다. 소유냐 공유냐의 문제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소유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건축가가 보는 건축물은 공간이다. 게다가 이 책은 코로나 시기에 공간이 어떤 의미를 담을지? 또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해 보는 책이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공간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소유를 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누구나 원하는 욕망의 대상은 더 비싼 가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이 아닌 나만의 서재, 공원이 아닌 나만의 온실을 꿈꾸기에는 턱없이 많은 돈이 든다. 저자는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요즈음 미분양 아파트 문제가 보여주는 건설업 지표는 암울하다. 불경기와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는 부동산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일용직 근로자들의 생계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기사들을 보면 한 국가의 경제 상황과 공간을 창조하는 일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보인다.



  2030년 대한민국 국가 성장률을 0%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우리는 저성장 국가에 들어섰고, 고령화사회로 빠르게 가고 있다. 경제가 성장해야 공간을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경제력은 공간의 창출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는 유토피아 도시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디스토피아가 오지 않기를 나 또한 희망한다.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나보다 멋진 공간에서 삶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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