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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수다 왕언니 Apr 27. 2023

사랑은 유통기한이 있어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_프랑수와즈 사강 저_민음사]를 읽고...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난 아무런 부담 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개해줬고
그런 만남이 있은 후로부터 우리는 자주 함께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어울렸던 것뿐인데...

[잘못된 만남_김건모 곡] 첫소절,..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공전의 히트를 쳤던  그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생겼다.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 Y에게 소개팅을 주선받았다며 전화가 왔다. 철딱서니 없는 나와 친구 H는 몰래 그녀의 소개팅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멀찍이 떨어져서 친구와 소개팅남을 한참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재미가 없어진 우리는 집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우리 간다."

"가려고?, 오빠! 제 친구들이에요."

"안녕하세요?"

"어..엇... 그래요... 반가워요. 좀 앉아요." 그는 놀란 듯 보였지만, 우리가 귀엽다는 듯 의자까지 빼주며 호의를 보였다.



  그날 오빠, 동생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친해졌다. 그리고 몇 번의 전화통화와 만남을 가졌다. 그즈음 Y는 소개팅남이 아닌 다른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10살 연상의 상사가 그녀에게 공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인연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Y의 소개팅남은 나의 남자친구가 되었다. 흔한 삼각관계의 갈등은커녕 Y에게 축하와 응원을 받고 연애를 시작했었다.



  이 소설은 세 주인공 폴, 로제, 시몽의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였다. 불타는 청춘이었으니까... 그런 나였다면, 절대 폴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폴과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던 시몽의 편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랑이 뭔지, 게다가 결혼도 무엇인지 알다 못해 체득해 버렸다. 그래서 폴의 선택을 전적으로 이해한다. 나 역시 시몽의 불타는 청춘이 부러우면서도 두렵다. 결국 시몽에게 이별의 아픔을 선사하고, 바람둥이 로제를 선택한 폴처럼...



  20대에는 사랑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특히 첫사랑은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Y의 소개팅남이었던, 그와의 연애에서, 결국 내가 먼저 변했다. 그 뒤에도 나의 사랑은 종종 변했다. 시작할 때는 친구도 일도 모두 잊을 정도로 지치지 않던 열정이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랑을 하면 상대방과 친밀감을 쌓고 신체적 접촉을 하면서 쾌락과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면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이 나온다. 누군가와 하나가 되었다는 안정감은 세로토닌이라는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을 만든다. 따라서, 사랑을 하는 중에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상호작용하는데,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제어한다. 쾌감과 안정감을 유지시키는 데 기여한다. 그래서 사랑의 감정을 지속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자연은 두 물질을 오랫동안 함께 만들지 못한다. 뇌의 기능을 원활하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바보가 되는 것이다. 살기 위해 우리는 사랑이라는 정신활동을 멈추게 된다. 이 얼마나 과학적인가!



  우리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외쳤던 그 절규가 사실은 정상이라니... 폴은 시몽의 사랑이 변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아니 사랑이 끝날 것을 알고 있었다. 남성의 생물학적 본능에만 충실한 로제도 폴과의 결혼을 고려한다. 그도 세로토닌이 필요하다. 한 인간이며 사회적 동물이니, 안정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기술'의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분석했다.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사랑이라고 말했다. 인간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찾고 싶었던 폴에게 필요한 사람은 '시몽'이 아니라 '로제'였다. 그래서 이 소설을 통해 '사강'이 말하는 사랑의 의미가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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