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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왕자 Sep 04. 2024

칠포세대 찌질남

찌질함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제 2 화  칠포세대 찌질남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아마도... 하나의 신화에 불과 했다.       

내가 그의 기억을 허공에 적셔

시간의 흐름에 놓고 나서야

그는 우리에게 와서... 역사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들 무엇이 되고 싶다.

그래서 늘 언제나 항상 아등바등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고 싶은 모두를 위해...

삶의 이름을 더하여 그의 자취를 뒤적여본다.      

 

그의 이름은 ‘한강수’ 이며 30대 남자로 칠포세대 선두주자이다. 칠포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내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모두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그가 바로 대표적 표본이었고 MBTI가 분석되지 않는 천의 인물로 모든 성격의 소유자다.

또한 그는 어릴때부터 찌질함이 남달랐다. 찌질했고 찌질하고 한마디로 찌질할 따름으로 현생을 찌질하게 마무리할 팔자였다. 이렇게 그의 시작은 밑바닥이었지만 그러던 어느날 각성자가 되어 호모사피엔스 종족(族)에서 진화한다. 물론 여친 평강공주의 도움도 필요했다. 어스름 기운 가을 달빛에 그의 과거가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목표도 희망도 없이 살아온 한강수.

그에게  '성실함'이란 단어와 태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예정일 보다 늦게 태어나서인지 모든 생활에 '지각'이란 단어를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남자.   

   

집이 멀어서 학교 지각이 많았기 때문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본받아

학교 코앞으로 이사를 가자 더 늦어져서 담임 선생님이 포기한 예도 있고  군대에서는 고문관 중의 고문관으로 아무리 얼차려를 받고 또 받아도 기상도 늦고 구보도 늦고 교육 훈련도 늦고 총 쏘는 방아쇠도 늦어서...

여하튼 빠른 건 총알뿐이었다.      


오죽했으면 장례식장도 늦게 들어갈 거란 농담을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약삭빠름은 한강수에게 아예 생각지도 못할 캐릭터였고 성실함이 부족하다면  남은 건 게으름뿐인데 정작 한강수 본인은 남들이 게으른 건 절대 못 보는 성격이었다.


“저 인간은 왜 이리 늦나?”


“저 사람은 왜 이리 게을러?”     


자신이 게으르면서 남이 게으른 것을 보지 못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따로 없었다.      

외모는 퇴행을 거듭하여 혹성탈출 보조 출연자라도 믿을 지경이었고 핸드폰 액정만 들여다보다가 이미 거북이의 후손처럼 거북목이 된 지 오래였다.


찌질남. 그의 이름은 '한강수'

또한 고질적으로 운동을 전혀 안하고 운동 자체를 싫어하고 운동이라곤 숨쉬기가 전부이며 먹는 것에 민감하여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간식과 밤참까지 하루에 5끼를 먹고 또 먹어도 모자라는 공허감과 허기를 채울 방법이 없었다. 먹다 죽은 식신이 한강수 마음 속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      


“아~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가 않는구나.”      


“도대체 이유가 뭘까?”     


" 난 왜 이리 퍼 먹고 마시는 걸까 ? "     


껌을 질겅질겅 씹는 그의 모습이 거울에 보였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은 먹는 것에 걸신들린 모습이 아니라

뭔가 막혀있는 응어리를 어디에 발산 할 곳이 없어서 먹어대는 식충과 같았다.  정서적 허기(虛飢)가 그를 그렇게 처참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산다고 똑같이 사는 게 아니었다. 


꼭 으리으리한 집에서 좋은 침대에서 비싼 외제차와 명품 백을 머리에 이고 산다고 행복한 삶이 아니었다. 한강수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은 ‘낙오자’,  세상과 단절된 ‘탈락자’ 였다. 운동도 특별히 못하고 얼굴도 잘 생긴 게 아니고 몸매도 꽝이고 거기다가 공부도 못하니 뭐 하나 변변히 내세울 것이 없는 삶.       


계속 생각해봐도 자신의 인생이 너무나 애처롭게 여겨졌다. 사람들의 멸시와 시선. 버러지처럼 바라보는 시선. 길거리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은 생산적인 일을 하며 인간답게 산다고 생각하니 자신의 현재와 미래는 정말 초라하고 미련해보이기까지 했다.


갑자기 그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껏 도저히 면목이 없어서 차마... 어머니의 사진을 볼 수 없어서 늘 피하고 외면해 왔던 한강수.      

아버지는 한강수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머니만을 의지해 살아 온 한강수에게 사고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은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서랍 속에서 부모님의 영정 사진을 꺼냈다. 뜨거운 눈물이 솟구쳤다.

말 못할 후회의 쓰나미가 가슴에 몰아쳤다.      

 

어머니의 음식도 떠올랐다. 외동아들인 자신에게 ‘건강’ 이라는 평생 선물을 주셨던 어머니.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을 겪으며 이유 없는 신경질과 왕짜증을 어머니께 쏟아 부었던 한강수.      


사고로 인한 부모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영원한 불효자가 된 한강수. 어머니는 홀로 남은 한강수를 떠올리며 두 눈을 감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한강수는 작별인사도 없이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에게 차마 이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가 없었다.      


‘인생 낙오자’   ‘뭐 하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인간’     


“식충이나 버러지 같은 내 모습을 어머니가 보셨다면 얼마나 한심하다고 생각하셨을까?”       


“어머니가 이런 모습을 보면 많이 서운해 하실 텐데..”     


한강수는 달라지고 싶었다. 달라져야만했다. 꼭 어머니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건 한강수에게 살아있을 이유가 없는 것과 같았다. 태어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칠포를 운명으로 삼고 오늘도 숨쉬는 그의 찌질함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었다.      

갑자기 그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제 3 화 깨어난 DNA 예고

D형 올챙이배를 한탄하던 찌질남 한강수는 운명의 섬광인 번개를 맞고 뇌세포가 진화되어 잠자던 DNA가 깨어난다. 그의 뇌세포가 찌질남 한강수를 가만히 놔 둘리 없었다. 그로인해 술을 단박에 끊었고 매일아침 운동을 하며 자신에게 다짐하는 글을 종이에 적었다.


입 꼭 물어 눈물을 삼키고

 눈 꼭 감아 슬픔을 넘기고

  심장에 가로새긴 마음심(心)자      


 진화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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