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화 깨어난 DNA
이거슨 소리없는 아우성.
잠자고 있는 DNA를 향해 흔드는
영원한 진화의 몸부림.
각성은 바람결에 나부끼고
진정한 변화의 심(心)이
불새처럼 날개를 펴다.
찌질남 ‘한강수’는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모두 포기한 칠포 세대 선두주자다. 그의 잠자는 DNA를 깨우는 것은 어찌 보면 이 소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세상 찌질남에서 매력남으로 진화한 그의 각성을 지켜보자.
D형의 비애
한마디로 찌질할 따름인 한강수는 거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한탄했다.
“D형 올챙이 배가 심해도 너무나 심하구나”
옆모습을 보면 더 흉측하기 짝이 없었다. 이게 사람인가 싶었다.
“완전히 E.T 배가 따로 없구나”
구제불능 대문자 D형 한강수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비만이었다.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내가 봐도 참 한심 하구나”
정말 그랬다.
D형 올챙이 배 2024년 대한민국의 코드는 바로 ‘몸’ 이었다.
‘몸’이 대세인 세상. ‘외모’가 답인 세상. 이런 현재에서 한강수는 최하층 인간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영혼의 물음이 밀려왔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 “달라져야한다”
결론이 나왔다.
자신의 D형 뱃살을 빼기위해 단지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자신이 인간답게 살기위해 음식과 작별을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다. 한강수는 집에 있는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먹다 남은 햄, 쏘시지, 만두, 코*콜라 사*다 환* 등 엄청난 탄산음료와 과자 부스러기들... 이름도 모를 냉동식품과 곰팡이가 핀 햄버거 조각까지. 환장할 노릇이었다.
“참 가관이구나”
자신이 먹어대던 인스턴트 음식과 얼큰 라면도 칼로리가 상상을 초월했다. 한강수는 썩어 문드러진 인스턴트 음식들을 바닥에 쏟아냈다. 만주벌판처럼 널브러진 정크 푸드들과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었다.
“내가 매일 이런 걸 먹었다니..”
한강수는 냉장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각종 술병들을 보았다.
술병들이 한바가지를 넘어 성처럼 쌓여 있었다.
“그래 일단 술부터 끊자”
마구 퍼 마시던 삶에서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숭고한 순간이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투영하고 내면의 욕구불만을 들여다본 한강수는 삶의 근본 문제 해결에 한 걸을 더 다가가려고 했고 자신을 옭아매던 술과 작별 인사를 하려 했다. 무작정 그가 애지중지 모시던 술병을 모두 담아서 집 밖으로 나왔다.
운명의 섬광
밤하늘에는 섬광이 번뜩이고 천둥이 요란하며 새찬 소나기가 퍼붓고 있었다.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내리는 강한 빗줄기가 한강수의 눈물을 가려 주었다. 오히려 한강수의 슬픈 마음을 대변해 주는 지도 모를 일이었다. 예전 같으면 아까워했을 몇 모금 마시지 않은 소주병도 이전 같으면 미련이 남아서 버리지 못했던 막걸리 병도 모두 이 빗속에 씻겨 버리고 싶었던 한강수. 바닥에 처참하게 부서진 술병들의 파편들을 바라보며 자유를 느끼듯 한강수는 두 손을 하늘 높이 들었다.
200만 분의 1 확률로 1,000만 킬로와트(KW) 번개를 맞은 한강수 이때였다. 한강수는 자신에게 무언가가 번쩍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느낌을 받았다.
그는 1,000만 킬로와트(KW) 번개를 맞았다. 한강수는 수학 확률과 통계 시간에는 졸았지만 대략 200만 분의 1 확률이었고 잠자고 있던 2조개의 뇌세포가 깨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잃었음에도 그의 뇌는 계속 각성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그동안 자신을 누르던 어깨 결림과 만성 두통도 무릎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하얀색 빛을 보았고 어머니의 환한 얼굴도 보았다.
깨어난 DNA
한강수의 뇌에 기억이 중첩되고 있었다.
너무도 선명한 기억이 한강수의 모든 감각에 스며들었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동해 바닷가. 세찬 비바람에 큰 파도가 일렁이며 독도를 휘감는다.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다. 독도 정상 소나무 마디에서 진한 핏물 진액이 맺혀 흐른다.
핏물이 고이면 ‘삼봉도(三峯島)’ 라는 글자가 드러난다. 번개가 그 글씨를 훤히 비추다 어두워진다.
독도대륙 산 정상 세 개의 봉우리가 수면 위를 뚫고 나와 현재의 독도만 보이는 모습에서 세찬 폭풍속 천둥과 번개가 친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 응급실에서 나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다. 방에서 마치 어젯밤 잠자다 일어난 사람처럼 아무일 없었다는 듯 일어난 한강수는 이미 과거의 남자가 아니었다. 번개를 맞고 살아난 찌질남 한강수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올챙이배 D형의 비애를 그의 뇌세포가 가만히 놔 둘리 없었다. 다이어트 호르몬을 분비시켜 그의 볼록한 배를 홀쭉하게 만들었고 선명한 식스팩 또한 복근에 조각시켰다. 펑퍼짐한 눈,코, 입은 부리부리한 눈과 눈썹 그리고 확실하게 어필되는 오똑한 콧날과 V자 턱선 그리고 매력입술을 재탄생시켰다. 하루 아침에 찌질남 한강수는 핸섬가이가 되었다.
찌질남에서 매력남으로 거듭난 한강수 또한 그는 술을 단박에 끊었고 매일아침 운동을 생활화하며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다짐을 하며 마지막 종이에 이렇게 적었다.
마음심(心)
입 꼭 물어 눈물을 삼키고
눈 꼭 감아 슬픔을 넘기고
심장에 가로새긴 마음 심(心)자
지금 한강수의 마음은 마음속의 거울인 心 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진정한 자아와 만날 수 있었고 깨어난 DNA로 인해 전혀 다른 인간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제 4 화 평강공주 납시오 예고
내숭떠는 것을 완전 싫어하고 정의감에 충만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평지은. 그녀가 바로 찌질남에서 환골탈태한 매력남 한강수를 레벨업 시키는 평강공주이다.
사람들은 그녀를 천재 과학자로 불렀다. 꼭 그래서 아직 노처녀는 당근 아니다. 누구보다 사랑에 진심인 그녀.
도도해 보이는 그녀의 단점은 금사빠녀(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자) 라는 점. 그러나 그녀의 금사빠를 받아줄 운명의 남자를 만나야 하는데 찾으면 찾을수록...
그런 남자는 주위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늦사빠녀가 된지 이미 오래다.
진정한 사랑이라면 금방이라도 사랑에 빠질 금사빠녀 평지은에게 사랑은 항상 저만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병원 응급실을 지나가다 찌질남을 초월하여 환골탈태(換骨奪胎)한 매력남 한강수를 만나면서 운명의 큐피트 화살이 그녀의 심장을 파고든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흐름이 멈추며 그녀는 비로소 금사빠녀(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