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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레쌤 Sep 13. 2022

며칠 쉬었더니 영어 감이 떨어진 것 같아요

금~월이라는 4일간의 짧은 추석 연휴가 끝이 났다.

수능이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이라서 고3 및 재수생 이상의 학생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연휴를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집이나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학원 등에서 열리는 추석 특강을 들으며 두 달 남짓 남은 수능에 박차를 가했을 것이고, 어떤 학생들은 잠시 재충전을 하며 여름 내내 치열하게 달려온 자신을 토닥였을 것이다.


전자의 학생들 같은 경우는 해오던 루틴을 이어나간 셈이기 때문에 연휴 이후에도 공부를 이어나가는 것에 별 문제는 없지만 후자의 학생들은 연휴 이후에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하곤 한다.


며칠 쉬었더니 감이 떨어진 것 같아요. 갑자기 영어가 안 읽히는데요? ㅜㅜ


그러게 특강이라도 들으면서 공부를 놓지 말라니까..



'감'이라고 하는 것은 실체가 없는 개념이다.

실체가 없지만 분명 몸으로는 느껴지는 감각이다.

그래서 감이 떨어짐을 느낀다는 것은 분명히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임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감은 왜 올랐다 떨어졌다 계속 바뀌는 걸까?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 혹은 무언가를 익히는 모든 학습은 암기, 이해, 활용이라는 세 가지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이 세 과정을 연결해주는 접착제가 바로 '감'이라는 녀석이다.


첫 번째 과정은 용어와 개념을 익히는 과정이다.

용어와 개념에 익숙해지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일정 수준의 암기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버티지 못하면 어렵다고 느끼거나 포기하게 된다.

소설책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의 이름, 주요 사건, 배경 등에 대한 기본 정보가 암기가 될 때까지는 내용이 머리에 잘 안 들어오는 이유이다.


이 과정을 지나 두 번째 과정으로 가게 되면 더 이상 용어와 개념 때문에 진도가 막히는 일은 덜 생기고

어느 정도 흐름이 파악이 되어 재미가 붙어서 이해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암기를 통해 얻은 퍼즐 조각들을 몇 덩어리씩 맞추는 이해력이 생기는 것이다.


두 번째를 잘 지나 마지막 과정으로 가게 되면 중간에 잘 이해가 안 되었던 개념들도 퍼즐을 짜 맞추듯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 전체 내용에 대한 인과관계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세네 조각씩 맞춰놓았던 퍼즐 조각들끼리 연결해서 더 큰 그림을 완성하는 활용 능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세 과정을 중간에 끊김 없이 이어나갈 수 있다면 접착제인 '감'이라는 것이 유지가 되어서 별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각 과정에서 며칠씩 끊김이 발생한다면 접착제가 약해지고 이내 곧 떨어지게 된다.

접착제가 없으니 활용이 잘 안 되기 시작해서 이해력이 떨어지게 되고 이해력이 떨어지게 되면 용어와 개념에 대한 암기력까지도 문제가 생기는 안 좋은 쪽으로의 낙수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감'의 실체이다.


연휴 이후의 공부에서 '감'이 떨어짐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연휴 이전에는 매일 일정 시간을 계속 공부에 매진해왔기 때문에 각 단계에 맞는 '감'을 잘 유지하고 있었지만 3~4일씩 쉬어버린 연휴의 공백으로 인해 끊김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감'을 다시 회복하고 이전의 공부 궤도로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강도를 낮춰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하자'이다.


위에서 말한 학습의 세 과정을 운동에 비유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1. 암기

헬스를 처음 시작하면 근육의 이름, 운동 이름, 운동 방법, 자세 등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엄청난 근육통도 고통스럽다.


2. 이해

며칠이 지나면 용어, 자세 그리고 근육통도 익숙해지고 몸을 이전보다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3. 활용

위 과정을 부위별로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체지방이 빠지고 근육량이 늘어 건강한 몸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여기에서 장기간의 출장으로 인한 운동 공백이 발생한 경우 아래의 상황이 추가된다.


4. 끊김

체지방이 늘고 근육량이 서서히 줄기 시작한다.

다시 헬스장에 가도 이전에 했던 운동 수준으로 다시 운동을 하기가 겁나고 '감'이 떨어짐을 느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강도를 낮춰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반복이라는 과정을 수행해주어야 한다.


5. 회복

덤벨, 바벨 등의 무게를 낮추고 며칠 동안 기초 운동으로 전신의 근육에 자극을 주고 몸을 활성화해준다.

근육통은 다시 찾아오고 조금 고통스럽지만 초보 때보다는 훨씬 빠르게 근육통도 사라지고 이전처럼 몸의 힘이 생김을 금세 느낄 수 있다.


공부도 이와 같다.


특히나 영어 과목은 언어이기 때문에 연휴 기간 동안 공부에 소홀했던 학생들의 경우 단어부터 눈에 잘 안 들어오는 현상을 겪는다.


이를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난이도가 조금 낮은 지문이나 이전에 공부했던 구문 독해 교재 등을 통해 영어 자체를 눈에 다시 익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잠시 동안은 단어도 다 까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문장도 안 읽혀서 독해력이 떨어진 것 같은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겠지만 곧 지나가는 고통이다.


기존에 열심히 공부했던 학생이라면 하루 이틀 내로 다시 영어 단어와 문장들이 눈에 잘 들어옴을 느끼게 될 것이고 지문 전체를 한눈에 훑는 이전의 실력으로 회복하게 될 것이다.


'감'이 떨어졌다고 걱정하지 말고 공부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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