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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라이더 2시간전

인생은 뜻대로 배달되지 않았다.

다시 일어선 내 삶의 새로운 여정

손님에게 음식을 배달하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흔들려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지진이라도 났나..?’ 

생각하며 손잡이를 꽉 붙잡는 순간

꼬꾸라져 머리를 부딪쳤다. 

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손으로 벽을 짚고 겨우 빠져나왔다. 

거리의 사람들은 멀쩡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피곤했나 보다 생각하며 그저 참고 일을 계속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이어가던 어느 날, 

도로가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1차선에 있던 나는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차선을 보니 어느새 3차선에 들어서 있었다. 

두통은 점점 더 심해지고, 몸의 경고 신호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야..’ 

불안감에 휩싸여 근처 병원을 향했다.


“눈앞이 어지럽고 중심을 못 잡겠어요. 벽에 부딪히기도 했고요” 


의사도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해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일어나지도 못한 채 대학 응급실로 실려가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한 달여간 입원한 채로 여러 검사를 받으면서 

혀까지 마비가 오면서 발음도 되지 않아 내 병세가 심해지고 있었다. 

며칠 뒤, 여러 검사를 받은 결과는 내 심장을 철렁 이게 만들었다.


“길랑바레 증후군입니다.”

“네? 그게 무슨 병인가요?”

“신경계, 특히 말초신경계에 손상을 주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희귀병입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강남까지 출퇴근하다가 일하는 시간을 늘려서 하루 14시간씩 일하며 고시원에서 지내던 내게 이 병은 예고 없이 닥친 폭풍이었다. 

전 세계 10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병이 내게 찾아온 것이다. 

마치 내 인생의 도전과 노력이 모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날부터 온몸의 마비로 인해 거동은 어려워졌고, 마취도 없이 긴 바늘로 척추에 꽂아 척수액 검사를 받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병원 생활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았다. 

매일 비싼 면역 글로불린 주사를 맞고 재활치료에 온 힘을 쏟았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부정적인 생각들이 밀려왔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가족들의 걱정 어린 눈빛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족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희망이 내게 힘을 주었다. 

나는 휠체어에서 스스로 일어나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음이 되지 않던 혀는 ‘가, 나, 다..’ 같은 한 글자씩 발음하며 서서히 회복에 힘을 실었다.

재활시간마다 한 시간씩 발음 연습과 중심 잡는 운동을 하고, 

다리에 힘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마치 새롭게 태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한 달여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두 발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작은 발걸음에도 감사하며 매일 걷고 또 걸었다. 

병실 창밖의 풍경을 보며 ‘이제 다시 시작이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퇴원하던 날 햇살은 마지막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삶은 다시 이어져야 했다. 

먹고살기 위해 다시 배달대행을 해야 했다. 그래서 자전거를 준비하고 하루 6시간씩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핸들이 흔들리고 페달을 밟을 때마다 다리가 떨렸다. 

자주 발이 땅에 닿아 중심을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시도했다.



그렇게 점점 나아가면서 깨달았다. 나는 단순히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병이 내게 배달된 이유가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마침내 그 답을 찾았다. 부자가 되진 않았지만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행복을 알게 되었다. 건강을 잃어보니 다시 얻은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았다. 

인생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내가 무엇을 채워가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며, 무사히 돌아온 일상을 정비해 나갔다. 

아내와 아이들이 내게 전해준 따뜻한 격려는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었다. 

책을 읽고, 그 속에서 다시 길을 찾으려 노력했다. 인생은 더 이상 무작정 열심히만 사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제대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배달 일을 다시 시작했을 때, 나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내 삶의 작은 성취와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와 함께 도로를 달리며 내 인생의 또 다른 여정을 시작했다. 여전히 어려움은 있겠지만, 이제는 그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로 채우며 나아갈 것이다.

인생은 빈 그릇이 아니다.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그 빛깔과 무게가 달라지는 여정이다. 

앞으로도 나는 내 인생의 그릇을 소중하게 채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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