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줄에 담긴 진심, 세상에 전해지다
두 달간의 입원 치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던 날,
나는 마치 온 세상이 나만을 위해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따사로운 햇볕은 나를 포근히 감싸며, 하늘은 마치 모든 걱정을 덜어낸 듯 푸르게 펼쳐져 있었다. 길거리의 사람들과 차들도 왠지 평화로워 보였다.
‘이게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일까?’
이유 없이 행복했고, 그 순간만큼은 기분이 한껏 들떴다.
그 후 나는 자연스레 도서관을 찾게 되었고, 자기 계발 서적에 푹 빠지게 되었다.
도서관에 없는 책들은 서점에서 사며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글재주는 없었지만 무언가 시작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어릴 적 쓰던 일기가 떠올라 다시 펜을 들었다. 백번 백일 쓰기 노트를 만들고, 매일 해야 할 일을 적어가며 읽기와 쓰기를 병행했다.
배달을 다시 시작한 이후
나의 배달통 한쪽에는 항상 책과 노트가 자리 잡게 되었다. 매장에서 조리 시간이 지연되거나 여유가 생길 때면, 나는 틈틈이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스스로가 이전과는 다른 라이더가 되어감을 느꼈다.
어느 날, 픽업을 위해 들어간 매장 한쪽에서 자기 계발 서적이 가득한 책장을 발견했다. 그 순간의 설렘은 여자가 신상 핸드백을 바라볼 때나 남자가 수입차 매장에서 신차를 볼 때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와… 책이 정말 많네요.”
“네, 책 읽는 걸 좋아해서요.”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게 말했다.
“저는 세바시에 나가보는 게 소원이에요.”
그러자 사장님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저는 거기에 나왔어요~”
그때는 배달 시간이 촉박해 5분 남짓 짧은 대화만 나누고 매장을 나섰지만 그날 이후로 그 매장은 내게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그 사장님 이야기, 진짜일까..?’
며칠 후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사장님은 반갑게 맞아주셨고 나는 내 이야기를 쏟아냈다.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꿈까지
사장님은 귀 기울여 들어주시며 센스 있는 답변으로 나를 격려했다. 마치 일찍 세상을 떠난 나의 친누나처럼 다정하고 따뜻했다.
그 후에도 배달을 마칠 때마다 매장을 들러 사장님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어느 날은 커피 한 잔을 권해주며 내게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현진 씨, 글 한번 써보는 거 어때요?”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에이, 글은 작가들이나 쓰는 거지 제가요?”
하지만 사장님은 단호하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현진 씨가 쓴 글이라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요.”
그 말이 내 마음에 깊이 박혔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단지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결국 나는 용기를 내어 내가 평소 즐겨보던 ‘좋은 생각’에 원고를 보내기로 했다. 떡볶이 사장님은 원고 작성 과정을 하나하나 코칭해 주셨고, 그 짧은 시간은 마치 마법 같았다.
‘그래, 예전에도 글쓰기를 좋아했잖아.’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밤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연습장에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일주일 만에 원고를 완성했다.
그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책상 앞에 앉아 스스로와 싸웠다. 내가 쓴 글이 형편없게 느껴질 때마다, 사장님의 따뜻한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진심을 담으면 충분해요.”
그 말에 다시 힘을 내어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다.
“이제 원고 투고하세요~ 좋은 생각으로 보내는 거예요!”
사장님이 최종본을 건네주실 때, 글을 읽으며 나 스스로 감동했다. 내가 쓴 이야기가 이렇게 변화하다니. 원고를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안녕하세요 좋은 생각팀입니다. 선생님의 글이 2024년 6월 호, '그러나 수기'에 글이 실릴 예정입니다. 계좌번호와 주소를 알려주시면 상금과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순간 기쁨과 신기함이 뒤섞인 감정에 얼떨떨했다. 그날 밤, 나는 사장님께 달려가 이 소식을 전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순간의 설렘과 감사는 아직도 내 가슴에 생생히 남아 있다. 나의 이야기가 세상에 실린 첫 순간, 그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상금 100만 원은 내 비밀스러운 보물이 되었고, 나는 그 후에도 글을 계속 쓰며 나 자신을 발견해 나가고 있다. 인생은 때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작이야말로 나를 새롭게 빚어내는 출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