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의 작은 모험
코로나로 세상이 잠식되던 때 배달 수요는 전에 없던 속도로 폭발했다.
배달 라이더로서 내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꾸준히 늘어났고, 한편으로는 기쁨이었지만 동시에 끝없는 돈에 대한 갈증이 나를 사로잡았다. 남들보다 더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이 점점 더 커져만 갔고, 어느 순간 그 갈망은 내 삶의 중심이 된 듯했다. 마치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처럼, 나는 돈이라는 피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욕심의 끝에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나도 모르게 강남으로 향하게 되었다.
내가 강남에 눈길을 돌리게 된 건 배달 라이더들 사이에서 강남이 수익의 ‘메카’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서는 한결같이 “강남이 최고”라고 외쳤고, 그 말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지금 내가 대전에서 8시간 동안 15만 원을 번다면, 강남에서는 그 배 이상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런 상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새로웠다. 평소에는 늘 신중했던 내가 돈에 홀린 듯 바이크에 몸을 싣고 강남으로 향했다. 당시 내 바이크는 99cc로 최고 시속이 고작 60km였다. 대전에서 강남까지 무려 4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동안 내 마음은 굳건했다.
세찬 바람과 길 위의 흔들림 속에서 내린 결심이었다.
강남에 도착하자 나를 맞이한 것은 거대한 빌딩 숲과 수많은 차량 그리고 발 디딜 틈 없는 인파였다.
'정말 세상에 이렇게 많은 차와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처음 보는 광경에 압도됐다.
도로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차들, 불빛들이 반짝이는 빌딩들이 나를 휘감았고, 순간적으로 그 규모에 주눅이 들었다. ‘과연 내가 이 복잡한 곳에서 배달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지만,
‘돈 벌러 왔으니 해보자’는 마음으로 배달 앱을 켰다.
첫 배달을 시작하면서 나는 평소대로 교과서적인 운전을 했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 변경을 하고, 횡단보도를 지날 땐 바이크에서 내려 걸어갔다. 일명 '끌바'라고 표현을 한다.
그러면서 강남 라이더들이 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걸 금세 깨달았다. 그들은 내가 보기에 그저 무모하게 보였지만, 동시에 나보다 배달을 더 빨리 더 많이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배달 속도를 따라잡는 대신 나만의 원칙을 지키며 느리지만 차근차근 적응해 나갔다.
법을 지키는 내 방식으로는 남들보다 절반 정도의 수익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이 더 중요했기에 주변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았다.
며칠 후 라이더들과 친해지며 이런 말도 종종 듣게 되었다.
“너 그렇게 해서 언제 돈 벌래?”
그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나만의 스타일이 있었고, 남들에게 맞추기보다는 하루하루를 내 방식대로 성실하게 채우고 싶었다. 대신 시간을 더 쓰는 쪽으로 보완하자고 다짐했다. 그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8시간 대신 10시간, 11시간을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점차 강남의 도로와 가게 위치에 익숙해지면서 내 배달 속도도 조금씩 빨라졌다. 하루 8시간씩 강남의 거리 구석구석을 돌며 지도를 보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길을 익혀나갔다.
어느 가게가 주문이 많고, 어느 시간대에 배달이 몰리는지 파악하며 작은 실수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경험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이 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강남에서의 출퇴근은 고심 끝에 나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매일 대전에서 강남까지 바이크로 오가는 건 무리라고 판단해 강남에서 사용할 바이크는 수서역에 주차해 두고 SRT를 타고 출퇴근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기차와 바이크를 활용한 나만의 방식이 자리 잡았고, 나만의 리듬을 찾아가며 강남에서의 라이프를 정착시켜 갔다. 하루는 출근 중에 창밖을 바라보며, ‘이게 바로 나만의 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한 달 동안 나의 강남 생활은 그야말로 전쟁 같았다. 매일이 도전이었고, 길 위에서 배운 경험들이 내게 자신감을 더해주었다. 강남의 도로는 분명 낯설었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고, 내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일은 하루하루 내게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비록 다른 라이더들보다 느리고 수익이 적을지라도 그 길 위에 서 있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강남의 길을 달리며 그 모든 경험을 쌓아간다. 배달이 단순한 일이 아닌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새로운 도전의 장이라는 것을 느끼며 이 길을 앞으로도 꾸준히 걸어가고 싶다.
그렇게 강남에서 어느 정도 라이더로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수많은 라이더들과 교류도 하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비수기 성수기에 맞춰 대전에서 일하기도 했었다.
나름 배달계에서 라이더들의 인싸가 되어 가는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