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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하면서 사람을 배운다.

작은 배려가 주는 큰 힘

열려 있는 마음은 사람에게 가장 귀중한 자산이 된다 -마틴 부버


배달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매장과 사장님, 그리고 고객들을 만나게 된다.

어떤 사장님은 라이더의 존재를 의식조차 하지 않는 듯 무심히 음식을 내주시기도 하는 반면

어떤 분들은 내가 오기를 기다린 것처럼 따뜻하게 맞아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너무 바쁘고 지친 나머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맞아주시는 분들도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지만 그 순간에도 마음을 다잡는다.

'아, 이 사장님도 오늘 많이 힘드셨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 자신을 지켜나간다.


여름에는 매장 안이 덥고 습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사장님이 시원한 음료 한 잔을 건네주실 때의 감동은 정말 크다.

그 작은 배려가 나에게는 너무나 큰 힘이 된다.

그러다 보니 나도 그런 작은 배려를 고객이나 매장 직원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 음식 전달지에 도착하면 문 앞에 놓인 음식이 불편하지 않도록 잘 놓아두고,

벨을 누르고 밝게 인사를 건넨다.

"맛있게 드세요!"

라며 따뜻한 한마디를 더하려고 노력한다.

그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밝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도로 위에서도 많은 걸 배워나간다.

라이더들은 각기 다른 주행 습관과 매너를 가지고 있다 보니

어떤 사람은 신호를 잘 지키며 느긋하게 운전하고,

또 어떤 사람은 바쁘고 급하게 달리면서 위험하게 주행하곤 한다.

나는 언제나 매너 운전과 안전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내가 싫어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도 싫어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나를 밀치듯 추월해 가는 라이더를 보면

기분이 언짢아지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 다짐한다.

'나는 그렇게 하지 말자. 누군가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라이더가 되지 말자.'라고 말이다.


배달 일은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일이다.

매장에서 사장님이나 직원들과의 작은 인사, 간단한 대화가 쌓이면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미소로 맞아주는 분들이 늘어난다.

처음에는 무심한 표정이던 매장 직원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고생하세요"

라며 인사를 건네주는 순간들이 늘어날 때

이 일을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때로는 음식이 늦게 나와도 웃으면서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면 서로가 마음이 편해진다.

작은 친절 하나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배달을 하면서 느껴나간다.

그리고 배달을 하면서 배운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은 정말 바쁜 점심시간에 갔던 한 국밥집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장님이 너무 지쳐 보이시길래

"사장님, 힘내셔유~ 다 잘될 거예유~"

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때 사장님이 살짝 웃으며

"고마워요, 라이더님도요"라고 답하셨다.

그 말 한마디에 오히려 내가 큰 위로를 받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순간이 있다는 것은

배달이라는 단순한 일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느끼게 해 준다.




라이더 이전에 대리운전할 때 손님들께 이일을 하면서 좋은 점 3가지를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 말이 모든 손님들이 제일 인상 깊어했다.


"저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만나는 모든 손님들이 저보다 연배가 있으십니다.

그렇기에 인생의 선배님들을 매일 만나게 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달 역시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나에게는 인생의 스승이다.

매일의 인사를 소중히 하고, 작은 배려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항상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다짐해 나간다.

그렇게 나는 배달이라는 일을 통해 단순히 음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오늘도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친절한 라이더가 되기를 꿈꾸며 바이크의 시동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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