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랑 Mar 04. 2022

자신과 조디악 킬러를 쫓는 그림자 탐정

영화 <더 배트맨> 리뷰

 저는 마블 영화(이하 MCU)만큼이나 DC영화를 좋아합니다. 완성도의 측면에서 MCU에게 많이 밀리는 상황은 맞지만 특유의 매력은 어느 유니버스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걸작들을 만들어내기도하니 더욱 말이죠. 오늘 리뷰할 <더 배트맨>은 워너브라더스가 기존 DCEU 프로젝트를 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영화이자, 앞으로 DC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더 배트맨>은 히어로 영화와 느와르 영화를 잘 배합한 영화이자, 훌륭한 캐릭터성을 지닌 영화이며, 색감과 극의 구조가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1. 성공적인 장르의 배합

 영화 <더 배트맨>을 보다보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캐릭터성은 <조디악>과 <대부>에서, 메타포는 <디파티드>, 줄거리는 <택시드라이버>와 <차이나타운>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영화는 느와르 영화계에서 이름이 있는 영화들의 장점이나 특징들을 긁어모아서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에 접목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배트맨>에서 가장 연상이 많이 되는 영화 <조디악>의 포스터

 그렇기에 이 영화는 여러모로 X맨 유니버스의 <로건>이나 TV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연상시킵니다. 영화 <로건>의 경우 <그랜토리노>같은 서부극의 본질을 따라만들어진 히어로 무비라는 점에서 연상이 되었고, <에반게리온>의 경우에는 <전설거신 이데온>같은 과거 작품의 철저한 오마쥬 작품이라는 점에서 연상이 되었습니다. 위 두 작품이 그렇듯 과거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고, 장르를 혼합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기존 장르를 타 장르에 새롭게 이식하는 행위는 굉장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으며, 영화를 보는 내내 해당 요소들이 거슬림 없이 배합되었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한 요소입니다.


2. 뛰어난 캐릭터들

 이 영화에서의 캣우먼과 리들리는 배트맨의 일면들을 비추는 일종의 자화상적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상에서 배트맨의 캐릭터성은 크게 복수정의의 용어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는 범죄로 인해 가족을 잃은 인물이 복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자하는 인물이었으니까요. 그렇기에 배트맨에게 있어서 공포는 수단이고 복수는 곧 정의였으며, 자신이 나아갈 방향성이었습니다.


 허나 캣우먼과 리들러의 등장으로 인해서 그는 믿음에 점차 금이 가고, 회의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리들러에게 있어서 정의는 진실입니다. 그렇기에 어떠한 이유로든 거짓을 말한자는 공개적으로 그 거짓을 드러나게하고, 처벌을 하고자 합니다. 거기에 공포를 이용하여 정의를 이루고자 한 부분 역시 동일하죠. 허나 모두가 알다시피 리들러는 테러리스트에 불과합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정의라고 하더라도 그 방식으로 인해 그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리들러라는 캐릭터로 인해 배트맨의 정의에 관한 신념은 흔들립니다.


 캣우먼에게 있어서 인생의 모토는 복수입니다. 어머니의 복수와 친구의 복수가 모든 행동의 원칙이 된 인물이죠. 그리고 캣우먼은 배트맨에게 친구의 복수에 협조할것을 종용합니다. 그녀가 복수에 눈이 멀어서 리들러 수사에 방해가 되는 순간이 찾아오면서 다시 한 번 배트맨은 큰 회의감을 느낍니다. "과연 복수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합당한 방법인가?"와 같은 감정말이죠.


 이런 상황을 겪으며 배트맨은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결정하며 나아갑니다. 그는 복수때문에 사람을 죽일뻔한 캣우먼을 막으며, 살상과 복수의 덧없음을 자신에게도 일깨웁니다. 또한 자신과 배트맨은 같다고 말한 리들러의 말에 반박하며, 공포로부터 기인한 거짓된 정의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합니다. 이후 배트맨은 고담시에서 공포가 아닌,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나며 복수로부터 해방됩니다. 이처럼 자신의 일면들을 다른 인물로 마주한듯한 캐릭터 배치는 정체성에 회의가 오는 시기의 배트맨을 위한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3. 색감과 극의 구조

 이 영화는 포스터, 예고편만 봐도 알다시피, 붉은 빛과 검은 빛이 강조되는 영화입니다. 붉은 색은 기본적으로 폭력성을 나타내고, 경고의 의미로 사용되는 색감입니다. 그렇기에 초반부 고담 시민들은 배트맨이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주었다고 하더라도 그의 폭력성과 공포감으로 인해 그를 두려워합니다.


 허나 이는 극이 진행되면서 달라지게됩니다. 극의 후반부에서 배트맨은 붉은 조명탄을 들고 시민들을 인도합니다. 그리고 이후 배트맨이 있던 자리는 밝은 햇빛이 비추는 강의 모습이, 시민들이 있던 자리는 차가운 색감의 도시의 모습이 보이는 장면으로 오버랩됩니다. 폭력과 경고의 상징이었던 배트맨이 소방차와 같이 시민을 지키는 희망의 상징이자 영웅으로 거듭나는 훌륭한 장면이었습니다.


 <더 배트맨>의 구조는 배트맨이 리들러에게 다가가기 위해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풀어가면 풀어갈수록 리들러에게 조금씩 가까워져가지만, 사실 그만큼 자기 자신의 과거와 본질에 관해서도 조금씩 가까워져갑니다. 리들러는 배트맨에게 자신을 찾아보라며 여러 질문들을 던지지만, 오히려 배트맨은 그 질문들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알아갑니다. 이처럼 영화 <더 배트맨>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첫단추로 너무나 좋은 극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조디악>의 구성을 따라가지만 추리에 관해 관객들이 참여할 여지를 하나도 주지 않는다는 점이나, 러닝타임이 다소 길다는 점, 부패하지 않은 고담 경찰들의 존재 장면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파괴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신입 배트맨의 등장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전장이라는 지옥에서 살육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