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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Mar 07. 2022

인간의 가능성이라는 믿음

영화 <다크나이트> 리뷰


 저는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신체적인 약점도 많은 존재이고, 서로를 이해하는데에도 제약이 있고,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인간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구를 만들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발전하는 존재이며,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존재라고도 생각합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가 바로 다크나이트입니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를 극단적으로 요약하자면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다루는 시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절망적으로 보이고, 최악의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고 하여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죠. 이러한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집단이 바로 고담의 경찰들입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고든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찰들이 부패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다크나이트를 거치며 점차 자정작용이 일어나며 부패한 인물의 수가 극단적으로 줄고,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이르러서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들이 주축이 되어 고담을 구하고자 하죠. 이러한 트릴로지에서 주인공 배트맨에게 가장 큰 이념적 딜레마와 정신적 시련을 주는 영화가 바로 오늘 리뷰할 다크나이트입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슈퍼히어로의 딜레마를 가장 깊게 다룬 영화라는 점과, 캐릭터성, 훌륭한 엔딩이었습니다.



1. 슈퍼히어로의 딜레마


 다크나이트는 슈퍼 히어로의 현실적 딜레마를 가장 깊이 있게 다뤄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퍼히어로는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법에 위반되는 행위도 한다는 점에서 자경단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범죄조직의 상징격인 마피아의 시초가 공권력의 불신에서 발생한 자경단이었다는 사실은 웨인이 배트맨이 된 이유와 굉장히 흡사하며, 이는 도시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슈퍼히어로들의 활동에 제약을 가해야한다는 입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러한 딜레마를 묘사한 영화는 다크나이트가 유일하지는 않습니다. 다크나이트 이전에 픽사의 인크레더블이 있었고, 이후 MCU의 시빌워, DCEU의 배트맨v슈퍼맨도 이러한 주제로 영화가 제작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나이트가 최고의 명작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그 딜레마의 깊이가 다른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깊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에서 배트맨은 줄곧 배트맨이 없는 고담을 상상하고 그런 세상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배트맨이 자신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배트맨이 스케어 크로우를 검거하는 장면입니다. 그는 자신을 흉내내며 자경단 활동을 하는 인물을 범죄자들 옆에 묶어놓죠. 자신의 행동(자경단 활동)이 범죄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 배트맨은 자신의 방식이 옳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합법적인 방식으로 범죄자 척결을 할 수 있는 존재인 고든과, 덴트에게 의지하곤 하죠. 특히 하비 덴트와 같은 존재가 고담에 반드시 필요하며 그와 같은 인물이 자신의 자리를 대신해야만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가 고담을 정상 궤도에 안착시킬 희망이라고 믿으면서 말이죠. 이러한 것을 드러내는 장면은 하비 덴트가 레이첼과 식사를 하는 와중에 브루스 웨인이 발레리나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해당 장면에서 하비 덴트는 배트맨이 생겨나게 된 고담의 배경과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음을 보여줍니다. 그러자 웨인은 그를 굉장히 흡족한 표정으로 보게 되죠. 그리고 계속해서 그가 고담의 희망이라는 말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그가 레이첼과의 대화에서 나온 시저처럼 타락의 길로 접어들 때 정신적으로 붕괴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2. 캐릭터성


 이 영화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점은 극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세 인물, 배트맨, 조커, 하비 덴트(투페이스)가 서로 닮아있다는 것입니다. 배트맨은 아무리 악해 보이는 인간이라도 선한 내면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는 인물인 반면, 조커는 아무리 완전무결해 보이는 인물이라도 타락하고 추악해질 수 있다고 믿는 인물입니다. 양 측 모두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가 어떠한 형식으로든 변화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리고 추가로 두 인물은 파티장에 등장하며 외치는 대사도 하비는 어딨냐는 것으로 같습니다. 굉장히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인물상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비 덴트와 브루스 웨인은 고담의 백기사와 흑기사입니다. 전면에서나 후면에서나 고담시의 범죄와 맞서 싸운 인물들이며 레이첼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도 있죠. 브루스 웨인은 하비 덴트를 실질적인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했으며 자신이 벗을 수 없었던 과오를 짊어지지 않고도 고담을 살릴 수 있는 인물로 생각했죠. 하비 덴트와 조커는 행운 혹은 혼돈을 신봉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한 인물입니다. 혼돈을 행동의 방침으로 삼는 조커와 행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혼돈에 의해 망가져서 우연을 신봉하게 된 투페이스는 닮은 구석이 존재하며 이것이 이 영화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장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크나이트는 누가 뭐라 해도 조커와 히스 레저의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끼친 임팩트가 가장 강렬한 캐릭터이기도 하고, 아이러니하며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다크나이트의 오프닝 시퀀스는 치밀한 타이밍으로 구상된 웰메이드 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끔 만든 지령, 스쿨버스의 이동 타이밍을 계산한 점까지 굉장히 멋진 장면인데요. 극 중 이 장면을 설계한 캐릭터가 바로 조커죠. 그는 굉장히 치밀한 계획을 짜면서도 혼돈을 숭배하는 아이러니한 인물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 놓이면 타락과 파멸을 겪는다고 믿는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가장 완전 무결해 보이는 인물인 하비 덴트를 타락시킬 계획을 만들며 배트맨을 사지로 몰아넣습니다. 하지만 극중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가능성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의지를 관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조커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자신들에게 반기를 들며 샷건을 발사한 인물을 굉장히 의아하게 쳐다보았고, 이는 극의 결말에서 시민과 죄수들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며 한 번 더 이루어지죠.







3. 휼륭한 엔딩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아마 엔딩 씬일 것입니다. 결국 웨인이 사랑했던 레이첼은 죽었고, 고담의 희망으로 믿었던 인물인 하비 덴트는 타락한 모습을 보이다 파멸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루스 웨인은 이상과 진실의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하비 덴트가 타락했고 고담의 희망은 사라졌다는 진실과, 하비 덴트는 끝까지 범죄와 맞섰고 배트맨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이상의 사이에서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그는 이상을 선택합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자신이 피해를 받을 것임을 알면서 말이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그 거짓말로 인해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낄 것이고, 거짓을 말한 인물들을 원망할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상을 선택했습니다. 결점 투성이인 자신보다 완전무결해 보이는 하비 덴트의 이미지가 고담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이 엔딩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자신이 품음과 동시에 타인에게는 희망을 남겨주며 세상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배트맨의 의지가 투영된 장면이었습니다. 정말 멋진 장면이고 제 인생 최고의 엔딩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레이첼 배역의 변경은 전작을 본 관객들에게 상당히 이질감이 들 수 밖에 없는 점이고, 레이첼의 캐릭터가 현 시점에서 보기에 비교적 수동적인 인물이며, 격투 액션씬은 약 2억 달러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치고 굉장히 미흡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가 명작이 아니라고는 절대 말 못하겠네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개봉 기념 이 영화 한 번 더 관람하시는 게 어떨지 여쭤보며 오늘의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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