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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히 Mar 08. 2024

re-membering

가장 슬프고 아픈 추억들은 불현듯 무언가에 이끌려 기억하게 된다. 우연히 표면 위로 떠오르는 것들이라 무방비 상태에 있던 나에겐 더 감당하기 힘들다. 갈색 낙엽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 함께 걷던 거리를 혼자 걸을 때, 너와 닮은 작고 귀여운 것들을 볼 때. 내가 이리 그리워한다는 걸 너는 알까? 너를 잠깐 생각만해도 내 눈엔 눈물이 고여. 다시는 볼 수 없는 나의 작은 갈색 강아지. 너를 잃은지 어느새 일 년이 넘었어. 집에 돌아오면 나를 반겨주던 너의 낮고 걸걸한 짖음이 서서히 들리지가 않아.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더 까먹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울적해. 너의 털복숭이 얼굴은 잊으려고 노력 중이야. 내 핸드폰 앨범 속 모든 사진들을 지웠어. 아주 먼 훗날,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을 때 찾아보려고 어딘가 숨겨뒀어. 그 땐 너의 사진을 보며 웃을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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