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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저씨 Mar 17. 2023

두번째 유서

로저씨의 한탄과 다짐

두번째 유서를 쓴다.


첫번째는 3년전에 썼다.


죽고싶다는 생각을 3년전부터 정말 많이한다.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지금껏 살아왔다.


어떡해서든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위해 나름 열심히 살았다.


쫓기는 인생중에 그 정신없는 와중에


생각치도 못한 생에 첫 출간도 하고


나름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복권판매점에 당첨이 되면서


고심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했다.


하지만 너무 서둘렀을까...


사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고나서 겪는 성장통일까?


세상이 쉽지 않다기보다 무서움을 느낀다.


쉽게 바뀌지 않는 직장인의 습성과


냉정하고, 살기 가득한 세상을 만난다.


안그래도 쫓기는 인생에 더 무거운 짐이 더해졌다.


참고 인내하며 잡아온 끈...


힘이 빠진다. 끈을 놓칠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압박은 더해지고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도대체 바닥은 어디인가?


끝이 없는 추락속에 감각도 무뎌진다.


될대로 되라.


이렇게 사람이 망가지는건 한 순간이다.




꿈과 이상속에 현실을 망각했다.


오늘을 살고자 했지만


결국 현실을 외면한 이상속에서 살았다.


자만했고, 착각했고, 무모했다.


실속없는 인생이다.


물론 꿈과 이상이 없다면 여기까지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야기 하고 싶은건


나의 선택과 결정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인데


모든 것이 엇박이고, 추락하는 과정에서 격하게 '탓'을 한다.


'..때문에, ..그랬다면, ...어땠다면'


어리석은 후회와 원망이다.


그런데 여전히 궁금하다..


어떻게 이렇게 안 풀릴 수가 있는 것인가...




외롭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렵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못하는 한탄을 이곳에 한다.


여기는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보겠지만


그렇게라도 소통을 하며


다시 힘을 내야겠다싶었다.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화가 있다.


그때마다 풀지 못하고 참고 또 참는다.


이를 악 물기도 하고, 입술을 깨물기도 한다.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던져버리고 싶은데


애쓰고 또 애쓰며 고통을 삼킨다.


그래서 손도 떨리나보다...


순간적으로 울컥하지만 눈물도 나지 않는다..


발작과 감각의 부재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한탄의 연속이지만


결국 살아가야한다.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기에 다시 시작할 밖에 없다.


그래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이전에 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새롭게 되는 것도 어찌보면 이상의 한 부분이다.


살아온 과정에의 관성은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서를 쓴다.


이전의 나를 보내 버리고, 다시 살아가기 위한


이만큼의 동기부여를 만들기 위해


그런데 힘이 나진 않는다.


행운말고는 마땅한 해법도 없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마른 수건에서 물 한방을 짜내는 기분이다..


힘겹다.




< 유서 >


먼저 나의 과오로 인해 힘겨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상처준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옳지 못했습니다.


노력한다고는 했지만 노력이 아니었습니다.


해야할 일보다는 하고싶은 일에 집중했고


노력보다는 요행을 바라고, 도움을 바랬습니다.


이만큼 하면 되겠지..이정도면 되야하는거 아냐? 하며...


어느날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말그대로 기적과 행운인데..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게을렀고, 무모했고, 어리석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더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더 큰 고통과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제의 나를 버리고자 이렇게 기록을 남깁니다.


물려줄 것이라곤 빚 뿐인 오늘이지만


진정한 노력으로, 겸손함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당분간 지금보다 더 캄캄하고 차가운 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함께 감당해야하기에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지만


다시 힘을 내보려 합니다.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아 마땅한 나입니다.


당장에 죽어마땅한 나입니다.


그럼에도 염치불구하고 살아 보겠습니다.


부끄럽지 않을 남편과 아빠의 모습으로 살겠습니다.


행복을 물려주며 진짜 인생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날짜 : 2023년 3월 17일 금요일

주소 : 서울시

이름 : 로저씨 (날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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