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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저씨 Mar 21. 2023

행운을 사는 사람들

행복으로 이어지는 행운이 되길

사람을 본다.


10여년간의 역무원 생활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역에서 근무하며 바라본 사람들은 그닥 밝지 않았다.


불평과 불만, 사고 민원이 대부분이라 적지않은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고,


매 순간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퇴직하는 순간까지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후에 역 근무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하나둘씩 풀어 볼까한다.


아무튼 복권방에서 바라 본 사람들은 역에서 바라본 사람들에 비하면 천사가 따로없다.




복권방을 연지도 5개월이 꽉 차간다.


그간 많은 분들이 다녀갔다.

(더 다녀 가셔야 하는데..)


이제는 익숙한 얼굴도 많아서 


'어서오세요' 보다는 '오셨어요?'라는 인사로 대신한다.


가게에 앉아있는 중에 가장 좋은 순간이 있다면 


바로 인사하는 순간이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대박나세요~', '감사합니다~'


'1등 되시면 좋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아 두개만 더 맞았어도!!!', '그게 쉽게 되나요~'


'더 큰거 되실겁니다!', '감사합니다!'


간혹 당첨이 안된다며 투덜대는 분도 계시지만


그 표현은 역에서 만난 사람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나중에 큰 거 되실거에요~', '당첨되는 걸로 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대박나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행운을 산 분들 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하나가 있다.


복권을 받은 순간! 일단 당첨이다.


간혹 서비스로 드리면


여기서 되면 10~50%는 나누겠다고도 하신다

(참 좋으신분들이다)


특히 가족끼리, 연인끼리, 동료들끼리 구매한 후에는


"당첨되면 반띵!"


정작 당첨 되면 애미애비도 몰라본다는데..반으로 나눌 수 있을지..


여튼 밝고 흥겨운 분위기 속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마져 느껴진다.


'내가 되면 내꺼고, 니가 되면 반띵이다.'


뭔지 모를 긴장감 때문에 포스터도 만들어 봤다.


함께 나누어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 가게에서 복권을 구매하는 분들중 20~30%는 어르신들이다.


10cm 문앞의 턱도 겨우 넘으시는 어르신도 계시고


복권이 뭔지도 모르고 사시는 분도 계신다.

(혹 주인없는 1등이 이런 분들이 아닐까?)


카운터 앞에 의자를 놓고 은행에 오신 것처럼 구매하는 분도 계신다.

(한참을 계신다...)


매주 오시다가 안오실 때면 걱정도 든다.


어리석게도 어르신들은 무엇때문에 이리 복권을 사실까 의문을 가지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반성하고 있다.


복권을 사는 것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사연은 알 수가 없지만, 나름의 간절함과 바람도 있으시다.


꿈과 희망, 열정, 욕구는 어느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어르신들도 저리 살아가시는데 


힘들다고, 지친다고...엄살 피우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많은 사람들을 본다.


행운을 사는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행운을 거머쥐었지만 더 불행해진 소식도 많다.


행운은 행복을 위해 존재 하는 것이 아니었나...


오늘을 살아감에 행운만을 쫓아서는 안된다.


행복하기 위해 구매하는 복권이다.


행운이 행복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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