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은 늘 그 뒤의 일어나지 않은 두려움을 가지고 온다.
흥미와 기대는 늘 두려움에 가려져 부담과 책임으로 변질되고
부담과 책임은 늘 새로운 시작을 원망하게 만든다.
나에게 새로움이란 늘 두려움이었다.
조용한 내 세상을 파괴하는 전쟁이자 재앙이었고
부서진 세상을 복구하는 나는 늘 패잔병이었다.
시작은 나에게 늘 그랬다.
시작은 나에게 늘 심해와 같은 불안함을 선사했다.
나는 언제쯤 시작을 안정의 마지막이 아닌 안정의 진화로 느낄 수 있을까.
시작은 언제쯤 나를 포로에서 해방시켜 줄까.
마지막과 같은 말인 시작은
늘 나에게는 죽음을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