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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것

2024.10.10

by 조롱

나는 모든 것들을 너무 쉽게 사랑했다.
쉽게 사랑했으니 이유도 거창하지 않았다.
색이 예뻐서, 사람이 좋아서, 맛있어서, 마음에 들어서.
하지만 또 쉽게 사랑한 만큼 쉽게 싫증이 나기도 했다.
색이 질려서, 미운점이 보여서, 맛이 물려서, 싫증 나서.
누군가 사람의 마음은 사랑보다 미움이 더 크다고 하였던가.
나는 싫어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져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쉽게 사랑했던 이유는 오감적인 부분이 충족되었기 때문이고
쉽게 싫어했던 이유는 내적 부분에서 진정으로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쉽게 살고 싶었다.
고통이 없는 삶 속에 고요한 일상.
하지만 쉬운 것은 모두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었다.
아마 쉽게 살았다면 마음이 텅 빈 채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을까.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든다.
썩 고통이 가득한 인생이었지만 쉽지 않았던 삶이라 마음에 든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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