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 있는 날들을 두려워하였다.
아무도 눈치 주지 않지만 스스로 눈치를 주었고
집에서 쉰다는 죄책감과 부담감이 내 몸을 가득 짓눌렀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저 침대에서 일어나 밥 먹고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궁리하는 것뿐
그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는 날이면
불안감이 나를 무가치한 사람이라며 타일렀다.
결국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불안감을 놓자니 현실이 눈앞에 보였고
현실을 놓자니 죄책감이 내 마음을 짓눌렀다.
나는 그렇게 집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가장 편했던 나의 집은 더 이상 보금자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