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4
나는 우리 안에 갇혀있는 오리 마냥 방안을 맴돌았다.
나에게 방은 쉼터이자 우리였다.
방문을 닫고 방안에 있을 때면 무기력감이 올라와 나를 옭아맨다.
인생의 지루함과 우울이 동시에 올리와 나를 한입에 잡아 삼키면 나는 그저 내가 소화되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컴퓨터를 껐다 켰다, 펜을 들어다 놨다, 침대에 누웠다 일어났다를 수십 번 반복하다 보면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몸만 움직이는 껍데기로 거듭난다.
무엇이 옳은 삶이고 무엇이 잘못된 삶인가를 깊게 생각하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삶의 고통에만 집중하게 된다.
결국 생각하기를 멈춘 나는 노트를 펴고 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글을 적기 시작했다.
글을 적으면 나의 쓸모가 생겨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