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죽음

2025.10.27

by 조롱

죽음 앞에 서있는 사람에게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는가.

나는 죽음을 너무 가벼이 생각했다.

나는 죽음을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이 가벼이 나의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 세상이 미워질 때면

'봐라 나에게는 죽음이 있다'라고 자랑이라도 하듯이 호주머니에서 꺼내 자랑했다.

나는 죽음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주변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게 어떤 것인지.

항상 마주했던 것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어떤 것인지.

나의 죽음으로 인하여 주변사람들의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나에게 죽음이란 잘 모르는 어린아이가 '나 죽을 거야'라고 말하고 다니는 수준이었다.

죽음은 내 호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생을 마감하는 것.

그것이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사람은 평생을 살아 있었는 것이 당연해서 그런지 '죽음'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죽을 만큼 힘들다' '죽고 싶다' '죽지 못해 산다' 등

삶을 마감하고 싶을 정도로.

나의 평생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나는 죽음이 무슨 의미인지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있었는가.

죽음은 죽은 후에도 감당해야 하는 것임을.

내가 두고 간 세상.

내가 두고 간 사람.

내가 두고 간 인생.

나는 그렇다면 죽음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세치 혀로만 인생을 논했던 것이다.

나는 죽음을 피난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피난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의 마지막.

그저 마침표일 뿐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