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현석 Nov 06. 2023

인제, 자작나무 숲에 가다

산수화

아름다움을 보았다.


자작나무는 흰색과 검은색이 풍기는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껍질 속에 펼쳐내고 있다. 막 사춘기에 들어선 것 같은 흑백의 자작나무 껍질은 사춘기 특성을 드러낸다.


사춘기 아이들은 흰색과 검은색을 좋아하며 ’, ‘아니요’ 같이 부정으로 시작하며 스스로 자기를 찾아가고자 한다. 내면적으로 주변환경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눈에 띄게 개인화하며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 


주변 눈에 띄게 나 여기 있다며 자신의 존재를 확연히 보여주는 자작나무. 난 이 산의 다른 나무들과 다르며, 내가 이 산의 주인임을 드러낸다. 희고 검은 껍질 속에 감히 누구도 표현하지 못할 나만의 독특한 선(禪)적인 산수화로 자기 이야기를 펼쳐낸다.


좋아하는 시가 막 나온다.


나더러 무슨 일로 푸른 산에 왔냐 길레

웃으며 대답 안 했지만 마음만은 한가롭다

복사꽃이 흐르는 물에 아득히 떠내려가니

인간 세상이 아니라 별천지구나


감흥이 좋아 이 시를 다시 개사하였다


나더러 무슨 일로 푸른 산에 왔냐 길레

웃으며 대답 안 했지만 마음만은 한가롭다

자작껍질에 세상만물을 청산에 그려놓았으니

인간 세상이 아니라 별천지로 들어왔구나.

  

작가의 이전글 다름 나무와 뽕나무를 놀잇감으로 다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