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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Mar 03.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1 개나리입학 대신 벚꽃입학

D-Day 2020년 3월 2일


#개나리입학식 #3월2일

원래는 개나리입학이었다. 지난 주말 집 가까이 공원 가는 길, 햇볕이 잘 드는 곳엔 이미 노랑 개나리가 만개해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었으니까. 그렇게 올해 8살인 2013년생 모두가 기다린 초등학교 입학날이었다.


1985년 내가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엄마 손 잡고 당시 국민학교 운동장에 갔던 것처럼, 2020년 나도 아이 손을 잡고 초등학교 강당에 갈 예정이었다. 입학식 콘셉트에 맞는 꽃다발을 주문하려고 인스타그램을 서치 하던 그 날 아침 초등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입학식을 취소하고 부모 없이 아이들만 교실에서 간단하게 하겠노라고. 학부모로 첫 발을 내딛는 내 인생에서 아이의 첫 입학식이 사라졌다. 그렇게 인스타 DM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꽁이는 꽤 오래전부터 학교 갈 준비를 해왔고 최근엔 8살이 되면서 거의 걱정 없이 학교에 보내도 되겠다고 스스로도, 나도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학습적인 부분이라기보다는 초등학교라는 넓은 사회 공간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생활, 안전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쉽게도 더 있다가 오라고 한다. 학교에 모이면 위험한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으니 집에서 안전하게 더 놀다가 오라고 한다.





#짜장면은_진리

지난 주말 부산 사시는 친정 엄마가 남동생 네로 오셨다. 이 환국에 부산에서 올라오시는 엄마가 불안했다. 아빠도, 동생도, 나도 가지도 오지도 말라 말렸지만 엄마는 서울에서 집콕하는 조건으로 오셨다. 2월 한 달간 문화센터도 휴관하고, 친구들도 못 만나고, 집에서 아빠와 둘만 지내는 하루 24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서울로 탈출한 거라고 했다. 이 기회에 혼자 사는 아들 집도 치우고 밥도 해주고 TV도 실컷 보고 생일도 함께 보낼 겸 온갖 취미생활 거리를 싸들고 오셨단다.


3월 2일 월요일 아침, 학교 홈페이지엔 각 반 담임 선생님 배정표가 올라왔다. 1학년 3반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하며... 우리는 초등학교가 아닌 외삼촌 네로 출발했다. 마침 월요일은 동생이 쉬는 날이라 모처럼 외할머니와 외삼촌까지 같이 시간 보낼 수 있게 된 셈.


개나리 입학식 후에 먹어야 하는 공식 메뉴인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꽁이가 보고 싶어 한 '파퍼씨네 펭귄들'을 보며 함께 웃고 떠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모인 건지, 코로나 덕분에 모인 건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엄마는 생신날 아들, 딸, 외손녀가 방에서 뒹굴뒹굴하며 TV 보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셨다.  




#벚꽃의꽃말은_입학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벚꽃입학을 통보받았다. 3월 9일로 일주일 미룬 것에 이어 교육부는 3월 23일로 이주일을 더 연기한다고 밝혔다. 어쩌면 나는 벚꽃입학을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8개월간의 육아휴직을 마무리하며 복직하지 않겠다고 회사에 얘기드렸다. 3월 8일은 나의 퇴사일이고, 9일부터 직장맘이 아닌 전업맘이 된다. 마치 퇴사의 선물로 아이와 더 함께 지내라는 '개학 연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강제방학'라는 말을 붙이기엔 너무 아름다운 계절인 봄에 아프지 않고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길 바란다.


2020년 봄, 벚꽃의 꽃말은 아마 '입학'이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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