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8 2019년 12월 5일
#취학통지서오는날
7살 크리스마스 선물 중의 하나는 바로 취학통지서일 것이다. 보통 12월 초에 취학통지서를 받는다기에 어떻게 오는지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12월 3일 밤 9시쯤 꽁이와 나는 방에서 독서등을 킨 채 책을 읽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파트 안내 방송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누가 우리 집 현관 벨을 누르는 것 같았다. 그때 뭔가 생각이 스치면서 부랴부랴 현관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1층까지 내려가 입구 출입문 밖을 나갔지만 역시나였다. 그리고 핸드폰에 울린 카톡 알림... "취학통지서 받았어요~"라는 이웃 엄마였다. 흥분된 마음이 음성지원 되는 듯 했다. '아, 우리 집을 지나 옆 동으로 가신 거구나' '조금만 빨리 소리를 제대로 듣고 문을 열 걸' 하며 밤새 아쉬워했다.
12월 4일 오후에 집에 들어오니 현관에 쪽지가 붙어 있었다. 통장님이 취학통지서가 나왔으니 연락 달라고 남기신 것.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드리니 수요일 저녁쯤 오시겠다고 했다. 5일 밤, 통장님이 오셔서 꽁이 취학통지서를 전해주고 가셨다.
꽁아 내년에 학교에서 오래~
아파트 엄마들 얘기로는 초등학교는 2개 중에 선택할 수 있다고 했는데, 초등학교 한 곳이 재개발 계획에 묶여 있어 그런지 한 곳으로 지정되었다. 꽁이 걸음으로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리는 곳인데 잘 다닐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달님에게기도
취학통지서를 받은 다음 날 우리는 천문대에 별과 달을 보러 갈 예정이었다. 2019년은 인류가 달에 착륙한 지 50년이 되는 해로 LA 그리피스 천문대에서도 달 탐험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었다. 가득 찬 보름달은 아니었으나 천체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달님에게 즐거운 초등학교 생활이 되길 기도했다. 그리고 앞으로 50년 뒤에 꽁이는 달에 여행을 가겠지 하며... 그때 나도 같이 달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희망했다. 나의 한달살기 프로젝트의 엔딩은 달이 될 수 있을까? 훗
#좋은학군이란 #엄마의갈등
'초등학교를 어디서 보낼 것인가'는 6~7살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면학 분위기가 훌륭한 학군 내 초품아(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검색하고 그곳의 집값과 학교 분위기(전업맘 VS 워킹맘 성향) 등을 공부하는 건 중요한 숙제이다. 좋은 초등학교를 가면, 좋은 중학교를, 좋은 고등학교를 진학할 수 있다는 논리. 좋은 고등학교를 나와야 그나마 인서울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이 동네에서 신혼 때부터 살고 있지만 여긴 좋은 학군은 아니다. 노후된 원도심 내 재개발 계획이 난립하고 있어 안정된 분위기라고 볼 수는 없다. 초등학교도 집에서 멀기도 하고...
신혼 때부터 살던 집에서 아이를 계속 키우며 인근 초등학교를 보낼 것인가, 초중고 12년을 보낼 좋은 학군을 선택해 이사를 갈 것인가로 내내 불안했다. 이사를 가기 위해 각종 대출 상담을 받을 때에도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고, 결국 이사도 못 가는 내 신세에 화가 나서 괜히 신랑에게 짜증을 퍼붇기도 했다.
학군을 쫓아 이사 다니는 부모님은 아니었지만 다행히도 8학군 내에서 초중고를 보냈기 때문에 내가 그 정도 대학을 나오고 이 정도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강남에서 초중고를 나와도 잘난 친구들에 묻혀 사는 신랑을 보면 학군이 중요한가 싶기도 했다.
여름에 이사 결정을 하고 가을에 이사를 가고 새 동네에서 적응하는 플랜을 세웠지만, 여름 내내 우리는 아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감정싸움만 빈번히 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9월에 미국 한달살기를 떠나게 되었고, 그 때 내 마음이 '갈 때는 무겁지만, 올 때는 가볍게'되길 기도했다. 미국에서의 즐거운 일상을 마무리하고 왔을 때 나는 이 동네에 더 정을 붙이고 살기로 했다.
아직은 대출 보단 여행이 더 좋으니까!
꽁아, 우리는 돈 많은 부자보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되기로 하자. :) 그리고 꽁이가 커서 약속한 우리 집 꼭 지어주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