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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Mar 10.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5 학교 구경가는 날

D-67 2019년 12월 26일


#12월26일  

특별한 크리스마스로 가까운 캠핑장에 다녀왔다. 산타할아버지 오시는 밤엔 집에 있어야 한단다. 산타할아버지가 캠핑장으로 올 수도 없고, 꽁이가 없는 빈 집에 왔다가 실망할 수도 있단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아침, 트리 밑에 놓인 산타클로스 선물들을 다 풀어본 뒤에 우리는 캠핑장으로 출발했다.


7살 크리스마스에 조용한 겨울 산속에서 한참을 타닥타닥하는 장작불을 보며 불멍 하다 삼겹살과 소시지, 고구마와 마시멜로우, 귤을 구워 먹는 글램핑은 색다른 재미였다. 보이지 않는 별을 찾기도, 애옹애옹 소리만 들리는 고양이를 찾기도 한 밤이었다. 이 밤이 지나고 새벽에 비가 온다면, 빗소리가 들리는 아침 텐트 문을 열고 나와 맥심 믹스커피 마시는 낭만을 꿈꾸며 잠이 들었다.



12월 26일 아침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새벽 비에 젖은 숯을 치우고 텐트 주방을 정리한 뒤에 커피 한잔을 마시며 산을 바라보았다. 체크아웃하고 집에 가서 짐 정리한 뒤 샤워하고 점심 먹고 학교에 가야 한다. 예비소집일이다!





#예비소집일 #학교알리미

예비소집일에 대한 소문 중의 하나는 '1분 만에 끝난다'는 것. 정식 오리엔테이션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오피셜한 무언가가 있겠지 하며 기대했다. 초등학교 안을 미리 구경할 수 있다는 것도 기대 거리 중의 하나였다. 꽁이와 나는 취학통지서 내에 적혀 있는 1-1반, 1-2반 교실을 찾아 3층으로 올라갔다. 그중 우리가 사는 OO아파트가 적힌 1-1반 교실에서 선생님께 취학통지서를 내니 명단에서 아이 이름을 찾아 그 옆에 보호자인 나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하셨다. 그리고 서류 봉투 하나를 건네주시며 칠판에 적혀 있는 공지사항을 사진 찍어 가라고 하셨다. 그게 끝이었다. 정말 1분 정도 소요되었을까...



아쉬운 마음에 교실을 둘러보았다. 책걸상은 어떻게 생겼는지, 사물함은 어디에 있는지, 그 외 신발장을 보며 실내화는 어떤 걸 신는지,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는 잘 세팅되어 있는지, 교실의 청결상태와 환경미화는 어떠한지 살펴봤다.


그리고 화장실은 교실에서 가까운지, 휴지는 잘 걸려 있는지(학교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는 루머도 있어서) , 겨울 화장실이 너무 춥지 않은 지 나는 궁금했다. 학교 안내도에 급식실이 별도로 없어서 급식은 교실에서 선생님이 배식 줄 거라 생각했고, 별관에 음악실, 과학실, 실내체육관 등이 있으니 방과 후 수업은 거기로 이동해서 진행되겠구나 싶었다.


서류 봉투 안엔 돌봄 교실 신청서 외에도 학교 소개 자료, 입학식 때 낼 서류들이 들어 있었다. 내 아이가 다닐 초등학교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나는 초등학교 홈페이지 및 학교알리미 사이트(www.schoolinfo.go.kr)에 들어가서 각종 정보를 검색했다. 학년별 학생 수, 남녀 비율, 교사 정보, 학교 평가 자료, 학사 일정(제일 궁금한 개교기념일 ^^, 여름방학, 겨울방학 시기), 시간표, 그리고 학교폭력에 대한 실태 자료들 까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초등학교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되고 나니 나는 학부모로서 불안함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주변의 걱정많은 부모들 앞에 나는 다소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아는 게 많았으니까! 2020년 1학년도 최소 5~6반 정도 될 것이고, 한 반에 30명 가까이 될 테니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다. 정규수업이든, 방과 후 수업이든 학교에서 즐겁게 배울 수 있어 보였다.




#방학이길어도괜찮아  

경기도 초등학교가 다 그렇듯 여름방학이 짧고 겨울방학이 두 달(1~2월) 간 지속된다. 12월 말에 종업식을 하면 3월 초에 새 교실로 바로 올라간다. '긴 겨울방학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나는 벌써부터 2021년 겨울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희망찬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제주도 한달살기 했던 레이지마마가 호주 골드코스트 한달살기를 운영하고 있으니 거기를 신청할까 했지만 호주 산불 사태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발리, 치앙마이 등을 떠올렸다.  


그러나 2021년 여름에 미국 포틀랜드를 다시 가기로 마음먹고 나서 겨울방학에 대한 생각은 뒤로 밀려났다. 여름을 포틀랜드에서 보낸다는 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매우 설레는 일이다. 벌써 OMSI는 2020년 여름 썸머 캠프 신청을 받고 있다. 대단한 캠프가 아니어도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단기캠프들을 신청해볼까 한다.



그런데 코로나 19 때문에 개학이 연기되면서 4주간의 강제 봄방학을 보내고 있다. 2월부터 어린이집도 드문드문 나가고, 학원도 다 쉬고 있으니 사실상 거의 7주 정도의 봄방학이라고 볼 수 있다. 하루 종일 아이와 보내는 일상 속에서 아이가 정말 많이 컸구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꽁아, 이번 봄방학 즐겁게 보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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