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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Mar 11.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6 아이표 초등 준비기1

D-364 2019년 3월 4일


#엄마초등학교

꽁이는 종종 엄마의 초등학교 시절을 묻곤 한다.

“엄마도 초등학교 나왔어?”

“응, 엄마 때는 국민학교라고 했어.”

“말이 웃긴다. 국민학교라니. 근대 몇 반이었어?”

“기억이 잘 안나. 한 반에 50명 넘었어. 애가 많고 학교는 적어서 오전반, 오후반도 있었어.”

“웃긴다. 까르르르르”

얘기하다 보니 정말 ‘검정 고무신’ 만화영화 같았다. 지난 설 연휴 때 오랜만에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 놀러 갔다. 그대로인 듯하면서 변화가 많았던 학교에서 놀면서 나와 아이가 비슷한 추억을 쌓기 시작했다.





#숟가락젓가락질_잘하나요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7살이 되어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으로 옮긴 엄마가 말했다. 입학식에 갔더니 선생님께서 앞으로 아이 혼자서 숟가락, 젓가락질할 수 있도록 지도해달라고 했단다. 초등학교 준비는 한글을 익히는 게 아니라 생활 습관부터 시작하는 거라며...


꽁이는 일찌감치 에디슨 젓가락을 졸업하고 스스로 숟가락과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젓가락질하는 자세도 따로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꽤 바른 모습으로 잘하는 편이었다. 동글동글한 콩자반이나 메추리알 반찬도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려고 노력하곤 했다.


일하는 엄마 때문에 아침도, 저녁도 늘 베이비시터 이모와 보냈던 꽁이는 늘 혼자 밥을 먹었다. 이모는 책도 읽고 노래도 부르며 늘 수저로 꽁이 입에 밥이며 반찬이며 넣어줬지만, 아이는 잘 먹지 않았다. 이모가 계시긴 하지만 혼자 먹는 식사 시간이 즐겁지 않았던 것 같다.


에디슨 젓가락과 함께 식판도 식탁에서 없애버렸다. 이유식 때부터 간편하게 먹이기 위해 식판을 사용해왔는데 수저 연습을 하면서 식사 테이블을 좀 더 예쁘게 플레이팅 해보기로 했다. 오랫동안 쓰지 않고 보관해둔 르크루제의 컬러풀한 스톤웨어를 꺼내 꽁이의 밥과 국그릇, 그리고 반찬을 담는 플레이트로 사용했다. 물론 엄마 아빠의 그릇들도 이참에 알록달록하게 바꿔보았다. 천천히 밥을 먹는 꽁이와 식사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혼밥보다는 가족밥이 더 좋으니까. 그래서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하지 않나.




#화장실_혼자가기

대게 여자아이는 화장실에 민감하다. 특히 외부에서 화장실을 잘 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스스로 뒤처리를 하기까지 꽤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 뭐든지 혼자서 해보고 싶어 하지만, 깔끔하게 뒤처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가 그냥 알아서 해주는 경우가 많다.


꽁이도 혼자서 해보고 싶어 했다. 소변과 대변을 본 뒤 어떻게 뒤처리를 하는지 여러 번 가르쳐줬고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엄마가 보고 있을 땐 제대로 하는 것 같지만, 바쁜 어린이집에서는 대충 처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후엔 공중 화장실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려줬다. 전 세계에서 통하는 화장실 픽토그램을 설명하고, 맵이나 이정표에서 화장실을 어떻게 찾는지 연습해 봤다. 그리고 화장실 앞에서 남자와 여자 아이콘을 구별해 여자 화장실을 들어가는 법, 화장실 내 변기를 사용하고 휴지를 버리는 방법과 물 내리는 방법, 손 씻고 휴지로 닦거나 에어 드라이로 말리는 방법 등 말이다.


이제는 화장실에서 아이와 같은 칸에 들어가기보다는 각자 다른 칸에서 볼일을 본 뒤 어려움이 있을 경우에만 내가 도와준다. 가령, 물 내리는 버튼을 찾기 어렵거나 누르기 힘들 때 말이다.


그리고 부모가 없을 때 혼자 화장실을 가게 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주의를 주곤 한다. 특히 학원에서 수업을 듣다가 화장실을 가게 될 경우, 혼자서 절대 상가 내 화장실을 가선 안된다고 얘기한다. 엄마 선생님 또는 언니나 친구와 함께 가야 한다고.




#혼자샤워하기 #혼자자기는_아직

8살이 되면서 시작한 습관이 혼자 샤워하기이다. 여자아이들은 머리가 길어서 샴푸 후 깨끗이 헹궈내는 게 힘들다. 수영을 다니면서 언니들 씻는 걸 봐서 그런지 혼자 해보겠단다. 물놀이 후 샴푸하고 몸을 씻고 세안하는 연습을 매일 하고 있다. 마지막 헹굼만 엄마가 챙겨주는 요즘이다. 엄마 손 타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서운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혼자 책도 읽으려고 하고, 혼자 옷도 챙겨 입고, 혼자 가방도 정리한다. 점점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가겠지?  


만화영화 ‘늑대아이’ 속 엄마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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