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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Mar 18.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11 Eat Pray Love

D-136 2019년 10월 18일


#안녕자두야 #자두처럼

우리는 ‘안녕 자두야’라는 만화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시대 배경은 왠지 내가 초등학교 다녔을 그 시절의 흑석동 같지만, 요즘 어린이들에게도 코드가 잘 맞나 보다. 최자두와 동생들, 자두의 엄마&아빠, 자두와 같은 3-1 친구들... 덕분에 꽁이는 더 건강한 어린이로 크는 것 같다.


최자두는 학교 공부는 잘하진 못하지만 축구를 매우 잘하고, 늘 씩씩하고 긍정적이다. 민지를 편견 없이 친구로 대하는 에피소드, 고양이 누룽지를 아끼는 모습, 그리고 엄마 김난향과 아빠 최호돌 간의 관계를 담은 스토리들을 좋아한다. 엄마는 자두 엄마 같고, 아빠는 자두 아빠랑 비슷하단다.


#떡볶이부심

자두는 늘 하교 후 민지랑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는데, 가을부터 고추장 떡볶이를 먹어보겠다고 했다. 초등학생이라면 라면도, 떡볶이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고춧가루 하나라도 들어가면 치를 떨며 안 먹는다는 애가 고추장 범벅의 떡볶이를 먹으려고 한다니 황당하다고 해야 하나. 처음엔 어묵 국물에 씻어 줘도 맵다고 물을 들이켰는데, 점점 잘 먹고 있다. 자연스레 집에서도 간장이나 크림, 짜장 떡볶이 대신 고추장 떡볶이를 해 먹게 되었다. 냉장고 속에서 뚜껑 조차 열리지 않은 채 있었던 외할머니표 고추장 락앤락이 봉인해제되었다.


순대에 이어 떡볶이를 사랑하더니 자연스레 김말이 튀김도 애정하게 되었다. 이렇게 엄마의 김떡순 취향을 물려받아 이제 같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종로나 강남역 길가의 김떡순을 먹으러 가야겠다.




#졸업여행 #파자마파티

2019년 10월 어린이집에서 열매반 졸업여행을 다녀왔다. 수원 행궁으로 선생님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점심은 가벼운 도시락, 간식은 수원의 유명 치킨골목에서 치킨과 사이다를 먹고, 저녁은 다 함께 짜장면을 먹었다며 사진이 올라왔다.


수원에서 돌아온 뒤 저녁부터는 열매반 교실에서 함께 자는 파자마 파티가 이어졌다. 파자마로 갈아입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장기자랑 타임 외에 엄빠들의 사랑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보며 눈물(?) 바다가 되는 시간도 있었단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를 나눠 빵, 우유를 사러 가기도 했단다. 토요일 오전 10시 다 같이 하원 하기 위해서 부모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어제 하루 아이가 없는 집이 무척이나 허전했다는 얘기들이 오고 갔다.


#엄마의자유시간

아이가 1박 2일 졸업여행 가는 날은 즉, 아이가 집에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모처럼의 기회를 엄마는 놓칠 수가 없었다. 아이가 잘 잘까, 행여나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나는 일찌감치 약속을 잡고 이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익선동 핫한 레스토랑과 카페를 갈 참이었다. 오후에 급한 일이 생긴 친구가 있어 약속이 파투 나는 분위기였고, 운이 좋게 다른 약속이 생겨 외출을 했다. 카페를 하는 친구네 가게에 모여서 근처에서 밥을 먹고 다시 친구네 집으로 옮겨 맥주를 마셨다. 집에 돌아올 때까지 어린이집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뭔가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에 잠이 오지 않았다. 고양이들을 보냈던 그 밤 같은 기분, 태어난 지 3일 만에 신생아 병동에 입원시킨 기분, 그날도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데 왠지 앞으로 자주 느낄 것 같았다.





#아이들의졸업여행(이자) #엄빠들의졸업MT

2020년 2월 16일, 4살부터 함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한 열매반 친구들과 부모들의 졸업여행일이다. 엄마들의 정성스러운 준비에 멋진 핼러윈을 보낸 우리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기획했고, 마지막으로 졸업여행을 준비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때문에 졸업여행을 취소해야 하나 싶었지만, 희망하는 일부 가족들이 있어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4 가족이 (코로나 청정지역인) 속초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겨울 바다도 보고, 눈 쌓인 설악산도 올라가고, 속초 중앙시장의 맛있는 먹거리를 잔뜩 장 봐서 밤늦게까지 맛있게 먹으며 놀았다. 아이들에겐 졸업을 기념하고 입학을 축하하는 여행이었고, 엄빠들에겐 아이를 여기까지 함께 키워낸 서로를 토닥토닥 보듬어주고 앞으로를 응원하는 자리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금방 종결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뒤 초등학교에서, 어린이집에서 공문이 왔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봄방학의 시작이었다.


꽁아, 벚꽃입학하고 벚꽃엔딩쯤 친구들과 졸업 피크닉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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