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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Mar 19.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12 4주간의 집콕일기

D-7 2020년 2월 24일


#집_구석구석_정리해볼까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강제로 집에 있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싶다만, 집콕의 긍정적인 효과 중의 하나는 살림살이를 정리할 시간이 생겼다는 거다. 맥시멀리즘이 하루 아침에 미니멀리즘으로 바뀌지 않겠지만, 잊고 살았던 (어쩌면 잊고 싶었던) 집안 구석구석을 일부러 들여다보게 되었다.


먼저 아이의 옷과 장난감, 책을 정리했다. 겨울옷을 정리하고 이번 봄, 여름에 입을 옷을 챙겨놨다. 어렸을 때부터 컬렉션해온 엄청난 양의 장난감은 친구 아들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책도 마찬가지... 그나저나 바로 드림해야 집이 정리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한 동안 베란다에 묶혀 놨더니 대청소 느낌이 나지 않았다. 결국 친구 집 현관 앞에 배달해놓고 얼굴도 못 보고 와버렸다.


분명 동생에게 준다고 했는데 꽁이는 어느 날부터 옛날 장난감들과 놀고 있었다. 나 조차도 보내기 아쉬운 장난감들이지만 추억 타령하다가 이 집이 장난감으로 가득 찰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정하게 큰 쇼핑백에 안에 넣어둔 타요와 친구들이었다. 결국 동생에게 다 주지 못하고 아끼는 몇몇은 보관하기로 했다.


집 정리 중의 하나는 냉장고 털이였다. 삼시세끼 집에서 해 먹다 보니 냉장실, 냉동실 속 오랜 재료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요리를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집에서 먹어야 하니 (생계형으로) 요리 실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보쌈을 세 번인가 했고, 닭갈비에, 싱가포르에서 사 온 칠리 크랩 소스로 거창한 새우 요리를 해봤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잡채, 미트볼 파스타, 볶음밥, 떡볶이, 김밥, 카레 등을 열심히 해주고 있다. 십여 년 만에 이 냉장고의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다.




#우리st집콕놀이

우리는 나름 집콕 놀이의 고수다. 집에서도 잘 노는 편인데도 이번 강제 봄방학은 쉽지 않았다. 처음 3월 9일로 입학이 연기되었을 때 아이와 나는 2주간의 놀이 to do list를 작성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1주일 만에 끝나버렸다.


집을 정리하며 발견한 놀잇감으로 노는 건 사실 몇 번이면 흥미가 떨어진다. 후쿠오카에서 사 온 2m 길이의 컬러링 시트나 포틀랜드에서 사 온 스티커 컬러링 북도 다 해버렸다. 그 외 슈클링스, 종이 접기나 만들기 책, 손그림 그리기 책을 꺼내 따라 노는 것, 고무줄 끼우기도 이젠 시시하다.





#홈콕키트

그때 성남 아이사랑 놀이터에서 홈콕 키트를 신청하면 보내준다고 알림이 왔다. 현대어린이미술관에서도 집에서 놀 수 있는 아이템들을 메일로 보내주기도 했다. 키트가 있으면 놀기가 수월하다. 평소에 잘 안 하더라도 집중해서 다양한 걸 창조해내기도 한다. 운이 좋게 1주 차 키트 신청에 성공했다. 종이컵과 빨대를 활용해 스마일 꽃, 뱀, 매직이 스키, 몰랑이들 자동차 등을 만들어 한참을 놀았다. 인증샷을 올리고 며칠 뒤 2주 차 키트가 배송된다고 문자가 왔다. 3, 4주 차도 열심히 신청해봐야겠다.

 

땡큐 성남시!




#엔드리스상황극놀이 with인형친구들

꽁이에겐 많은 인형 친구들이 있다. 인형들은 이름과 생일이 있어 매월 초엔 다함께생일파티를 해주곤 했다. (생일은 우리 집에 온 날 ^^ 기준이다.) 인형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인형들의 생일이 헷갈린다. 우리는 이참에 인형들의 이름과 생일을 월별로 정리한 생활 기록장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그래서 1월부터 12월생까지 모두 모아봤다. 새로오는 친구들은 계속 추가할 예정이다.


가끔씩 매직이(펭귄 애착인형)와 매직쇼를 준비한다. 인형 친구들이 관객이 되고 매직이는 모자 마술, 글자와 그림 마술, 카드 마술 등을 선보인다. 어떤 날은 꽁이가 포토그래퍼가 되어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주기도 한다. 본인은 초등학교에 가고, 인형들은 초등학교 내 병설유치원에 입학하는 놀이도 요즘 많이 하고 있다.



꽁아, 벚꽃입학까지 2주 더 남았는데 뭐하고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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