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 2020년 2월 24일
#남한산성 #숲놀이터 #딱새와너구리
봄방학 시작 1일 차, 슬프게도 날씨가 너무 화창했다. 이 날씨에 강제 집콕하자니 너무 억울해서 마스크를 끼고 남한산성에 갔다. 평일이라 남한산 초등학교 교문이 열려 있었다. 운동장과 놀이터에서 한참 놀고 북문을 향해 올라갔다. 멋진 성곽길을 따라가며 겨울 동안 다람쥐들이 먹고 남긴 솔방울을 찾기 시작했다. 맛있는 솔방울은 파인애플처럼 다 파먹은 흔적이, 맛없는 솔방울은 몇 입만 먹고 버린 흔적이 역력했다. 도토리에, 밤에, 솔방울을 보면서 따뜻한 봄이 금방 오겠구나 생각했다.
지난주 또 남한산성에 다녀왔다. 남한산성 아래쪽에 산성공원(유원지)이 있는데, 이곳의 숲 놀이터는 내가 가본 놀이터 중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다. 나무 톳밥이 깔린 안전하고 푹신한 바닥에 다양한 주제의 놀이터와 체험장이 가득하다. 생태연못에선 경칩에 깨어난 개구리가 낳은 알을 볼 수 있고, 매화꽃과 산수유꽃이 곳곳에 물들어 있다. 주변 나무엔 딱새 커플이 낳은 알에서 새끼가 태어났는지 먹이를 옮기느라 바쁜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계곡 주변에서 한창 놀다가 밥 먹는 너구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자전거타기 #스트레스ZERO
봄방학 3일째 되던 날 인근 공원에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봤다. 겨울 내내 두 발 자전거 연습을 못해서 이참에 가르쳐볼 생각이었다.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아이는 혼자서 자전거 타는 법을 익혀 버렸다. 이 아이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내가 가르칠 맘이었다니.... 나는 5학년 때인가 탔던 두 발 자전거를 1학년 입학을 앞둔 아이가 혼자 타기 시작했다. 씽~씽 꽃샘추의 바람을 가르며 타는 재미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그다음 날, 좀 더 넓은 공원으로 갔다. 평일이라 사람이 없을 테고 인근에 카카오 바이크가 많아 나도 함께 라이딩을 해보았다. 생각보다 전기자전거가 무겁고, 속도가 빨라서 아이에게 맞추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함께하는 취미생활이 생겼다는 점에서 나는 신이 났다.
며칠 뒤 전기자전거 대신 일반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는 곳인 팔당으로 향했다. 팔당역 인근 자전거 샵에서 자전거를 빌린 뒤 자전거도로를 따라 구리 한강공원 방향으로 달려가 보았다. 평일이라 전문 라이더들이 적어서 초보인 꽁이와 내가 편안하게 직선 코스를 질주할 수 있었다. 왼쪽으로 한강이 보이는 길을 따라갔다가 되돌아오길 몇 번 반복했다.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간이매점에서 컵라면도 사 먹었다.
답답하지만 마스크 쓰고 야외에서라도 놀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야.
#개구리찾으러
봄방학 2주 차, 며칠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과 나쁨 수준이라 집에서 놀았다. 오후부터 보통이 된다기에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예로부터 도자기를 굽는 가마터가 있는 곳으로 평일엔 도예 수업이 있다. 깨끗하고, 연못도 멋지고, 계곡도 흐르고. 놀이터가 있어 가끔 간다.
봄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던 중 까만 개구리 알을 발견했다. 개구리 알 주변 바위 밑에서 개구리가 헤엄쳐 나오는 걸 꽁이가 보고 소리쳤다. "엄마, 여기 개구리!" 소리를 듣고 놀랐는지 개구리가 바위 밑으로 숨으려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큰 개구리였다. 숨죽이며 다시 나오길 기다렸는데 내가 다른 곳에 가면 나왔다가 내가 가면 다시 사라졌다.
생태연못의 물고기들을 보러 갔다. 이곳엔 비단잉어와 함께 자라가 산다. 소금쟁이 몇 마리가 연못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물고기들 사이에서 개구리를 찾았다며 꽁이가 외쳤다. 진짜 물가에 개구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다음 날은 비가 왔는데 율동공원에 개구리를 찾으러 나갔다. 놀이터가 코로나19 때문에 폐쇄되어 있어 계곡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우리는 생태학습원 옆의 산책로에서 작은 계곡을 발견했다. 비 오는 날 운이 좋게 개구리를 발견했다. 나무 아래에서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을 우산으로 쳐서 우산 위로 타타닥 떨어지게 하는 토토로 놀이도 하고, 청둥오리들이 풀 속에 숨은 먹이를 찾아 먹는 모습도 관찰했다.
#걷기좋은날 @남산길, 바닷길
봄방학 3주 차,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고 깨끗한 봄날이 연일 이어졌다. 하루는 서울 남산타워로, 또 하루는 선재도 바닷길로 향했다. 친구 집에 옛날 꽁이 장난감을 배달하고 오던 중, 남산타워를 발견했다. 남산을 케이블카 타고 가봤지 걸어서 가본 적이 없었던 나는 날이 좋아 걸어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수많은 계단길을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비록 마스크를 끼고 오르는 길이지만 투명한 날 서울을 둘러보는 재미도 꽤 쏠쏠했다. 계속 꽁이는 저기 우리 아파트가 보인다고 했고 (나는 속으로 진짜 보였으면 했지만) 남산의 성곽과 남산타워를 보는 즐거움은 매우 특별했다. 한가한 평일 오후 남산타워에 오는 묘미는 이런 거였다.
그다음 날, 나는 봄방학 to do list 중의 하나인 선재도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요즘 같은 날씨와 물때라면 점심 때는 물이 빠져 생긴 바닷길에서 놀고 오후엔 물이 차서 바닷길이 사라지는 마법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을 테니까.
오전에 도시락과 모래놀이 장난감, 장화를 준비한 뒤 점심때쯤 선재도 목섬 바닷길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러 나와있었다. 꽁이는 놀아본 대로 장화로 갈아 신은 뒤 조개와 소라게 등을 잡기 위해 삽과 물통을 들고 바닷길 갯벌로 향해 씩씩하게 걸어갔다. 조개들의 숨구멍 같은 곳을 열심히 파더니 작은 게 두 마리를 발견했다. 보드라운 갯벌이 아니어서 조개를 캐긴 쉽지 않았다. 대신 바다 고동과 예쁜 조개와 소라 껍데기를 잔뜩 모아서 통에 담았다. 한참을 놀다가 나와서 도시락을 먹고 예쁜 벽화가 가득한 선재리 어촌마을을 자전거 타며 구경했다. 누군가에겐 생활터전인 곳을 누군가는 사진을 찍으며 구경한다는 것이 미안해지는 발걸음이었다. 4시쯤 다시 바닷길로 돌아가 목섬으로 가는 길이 파도에 잠기는 걸 지켜봤다.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날 밤, 우리 집엔 게와 고동들이 놀러 왔다.
#소풍날처럼놀기
꽃샘추위가 시작되었다. 요 며칠간 바람이 차가워서 집 밖 놀이터에서 한 시간도 놀지 못했다. 주말에도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는 걸 창문 너머로 지켜보고 있었다. 날이 풀려 팔당 공원에 자전거를 타고 왔고, 근처 두물머리 핫도그는 차가 너무 막혀 가지 못했다. 또 오늘도 날이 좋아 근처 공원에 나갈 예정이다. 물과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하니 매일매일이 봄 소풍날 같다.
내 예감대로 교육부는 4월 6일로 개학을 2주 더 연기했다. 꽁아, 정말 벚꽃입학생 되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