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롱님 Apr 09.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20 EBS초등학교로 가요

D+39  2020년 4월 9일

'사랑하는 내 딸, 개나리입학이 아니라면 벚꽃입학은 가능하겠지' 생각했는데, EBS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글의 제목도 '8살 벚꽃입학생'에서 '8살 코로나입학생'으로 변경하여 코로나19 속 4번의 입학 연기와 온&오프라인 개학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모든 부모님들 파이팅입니다!  :)  


#EBS연습생? #EBS입학생!

부쩍 펭수가 여기저기 자꾸 보인다. 펭수 팬인 엄마와 펭수 팬인 엄마를 바라봐왔던 아이는 요즘 원치 않게 펭수 노이즈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아이의 온라인 자기주도학습 한 달 차... 교재에도 라이브 특강에도 알림장에도 넘쳐나는 펭수를 본다.


펭수가 EBS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라면, 꽁이는 EBS 초등학교 입학생이다.


3월 초 학교에서는 자기주도학습사이트를 여럿 보내왔다. EBS에 아이 이름으로 회원가입을 하고 국어, 수학, 영어 파닉스 강의 하나씩 들었다. 곧 학교 간다고 생각하며... 홈페이지에서 국어 만점왕 1-1, 수학 만점왕 1-1, 영어 파닉스를 보고 나니, EBS 플러스 2 채널에서 라이브 특강을 시작했다. 하필 우리 집엔 EBS 플러스 2 채널이 나오지 않아 온라인으로 다시보기를 하고 있다. 지금 3주 차를 시작했으니 4주 차 다시보기를 하다 보면 개학하는 셈이다. 4월 20일, 우리 같은 시청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을 위해 EBS 플러스 2가 아닌 EBS 2 채널로 개학을 한다.


라이브특강 첫날 다운된 EBS 서버


약 한 달 동안 꽁이는 EBS 연습생처럼 수업을 들어왔다. 곧 오디션을 통과해 입학하는 날이 다가온다.  




#EBS초등학교 #1학년O반 #김개똥입니다

EBS 라이브 특강 중 꽁이와 꽁이의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호랑이 선생님의 라이브 특강이다. 선생님 이름이 왜 호랑이인지 궁금해하면서 이 선생님의 수업에 빠져 들었다. 노래도 부르고 과자도 먹고 그림도 그리고 자유분방하게 수업을 들어도 된다고 하시니 아이는 아침마다 호랑이 선생님 수업 먼저 보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예시로 'EBS 초등학교 1학년 EBS 반 김개똥입니다'라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소개를 할 수 있도록 알려주셨는데... 이 말이 씨가 될 줄 그땐 몰랐다.


EBS 다시보기 캡처


담임선생님이 E-알리미로 가정에서 자기소개 연습을 부탁하셨는데 아이는 'EBS 초등학교 1학년 3반 OOO입니다'라고 얘기할 거 같다. 담임은 호랑이 선생님이라고...


그 외에도 선생님이 교가 악보와 음원 파일을 올려주시며 이번 주 동안 교가를 익히라 하셨다.

"엄마, 교가가 뭐야? 이 노래 알아?"

"몰라."

"왜 엄마는 몰라?"

"엄마는 이 학교 안 나왔어. 교가는 학교를 대표하는 노래라 학교마다 달라. 그 학교 다니는 학생들이 부르거든. 애국가는 대한민국 국민이 부르고, 미국 국가는 미국 사람이 부르는 거 같은 거야."

"근대 호랑이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우리들은 1학년' 그 노래도 교가 아니야?"

"응 그건 동요 ㅠㅠ (속으로... EBS 초등학교 교가가 아니야.)"


과연 EBS 초등학교로 입학해서 다니다가 OO 초등학교로 잘 옮길 수 있을까?




#EBS초등학교_선생님들께_바랍니다

첫째, 우리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라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8살입니다. 엄마만큼 선생님을 너무 사랑하는 아이이지요. 입학도 못한 채 인강 세계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잘 듣는 방법을 먼저 알려주세요. 라이브 특강이 시작되어 교안을 출력해 주었더니 문제 몇 개만 풀고 나머지는 손을 안 댑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건 선생님이 안 푸셨다며 선생님이 풀라는 얘기를 안 했다고 대답합니다. 선생님이 시간 상 다 못해서 엄마랑 같이 풀어보자고 하니 선생님에게 그래도 되냐고 물어보라 하네요.


둘째, 자기주도학습 기간 동안 예습을 한 뒤 수업을 듣고 복습을 하는 습관을 어렸을 때부터 갖출 수 있도록 가정에서 지도해달라고 알림장이 옵니다. 교재를 먼저 읽고 수업을 들으며 뭐가 맞고 틀렸는지 이해하고 틀린 걸 다시 풀어보자고 해도 왜 그래야 하냐고 되묻습니다. 그동안 봐온 유튜브 영상들은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그저 즐겁게 보기만 하면 되는 건데 EBS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계속 잔소리를 하니 이상할 겁니다. 자, 인강을 시작하기 전에 예복습 관련 얘기도 한번 부탁 드립니다. 요 때 아이들은 엄마 말보다 선생님 말씀을 하늘처럼 받들지요. EBS 선생님들이 생략한 수많은 말들이 엄마의 잔소리로 채워지고 있답니다.


‘모두 다 꽃이야’ 노래처럼




#담임선생님께_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직 정식으로 인사를 못 드렸지요. 초등학교 입학도 전에 온라인 학습을 하다 보니 아이가 EBS 선생님들과 먼저 친해졌습니다. 호랑이 이선희 선생님, 어린이집 선생님과 비슷하신 전해은 선생님, 라이브 특강으로 국어, 수학을 알려주시는 정소현 선생님을 매우 좋아합니다. 훌륭하신 선생님들 덕분에 가정에서도 '40분 앉아서 수업 듣기'를 잘해오고 있습니다. 다만, EBS 개학이 오래 지속될수록 아이가 TV와 노트북 너머의 선생님을 진짜 자기 선생님으로 생각할까 걱정입니다. 부디, 지금처럼 아이가 자신은 OO초등학교 1학년 3반이고, OOO 담임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을 빨리 만나보고 싶어 할 수 있도록 애정을 듬뿍 담아주시길 바랍니다. 조속히 뵐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8살, 코로나 입학생 #19 엄마의 코로나 우울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